[아라 garbages에서] 개인적인 여러 가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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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175.♡.169.207)
등록일
2011-04-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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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한상근 교수입니다.
개인적인 여러 가지 느낌을 적어봅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
서 총장은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목요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사퇴하는 것이 적절했는데 사퇴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 선택의 이유야 어쨌든, 언제 어떻게 카이스트를 떠나든, 이제 명예로운 퇴임 시기를 놓친 듯합니다.
총장 연임하려 할 때에도 비슷한 이야기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평을 받았지요.
영어 속담에 ‘Leave the party while you are welcome.' 이던가요.

다시 원래의 여러 가지 이야기.
현 제도를 이런 정도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직전 학기만의 평점이 2.00 미만인 학생들에게만
> 그 다음 학기에 이웃 국립 충남대학 수준의 등록금을 부과
> 좋은 평점에는 장학금 추가지급

차등 등록금이 없고 연차초과 제재가 없던 시절에는, 부작용으로 팔년 구년이 되도록 학부를 졸업하지 않고 대전에서 청춘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석사과정, 박사과정도 그렇게 보내면 15년 정도가 지나갑니다.
나중에 아저씨가 되어서 대전을 떠났지요.
20세기 학번을 가진 학생이 기초과목 수업에 들어와서 교수님을 절망하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다른 분의 경험담).

러플린 총장 부임 직전 교수협의회에서 설문조사를 했을 때 교수님들의 다수 의견이

> 낮은 평점에 대해서 최소한도의 등록금 부과,
> 우수학생에게 장학금 듬뿍 지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립대학보다도 높은 등록금에 우수학생을 위한 추가 장학금이 사라진 이유는 학교가 펀드에 무모하게 투자했다가 몇 백 억을 날렸고 건물공사를 많이 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받지 않고 재수강을 허용-무한리필(?)-했을 때 이런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졸업 직전에-4년차가 아닙니다. 6년차쯤 되겠지요- 미적분을 재수강 한다든지 성적표 세탁을 한다든지 한 두 과목만 신청해놓고 기숙사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요.
대학원 입시에서는 이제 성적표를 세탁했는지도 보고 있습니다.
학점과 성적세탁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계절학기도 마찬가지로 기숙사에 남아있기 위해 수강신청만 해놓고 수업에 전혀 오지 않다가 마지막 날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지요.
그 이유로 상당수 교수님들이 계절학기를 싫어했습니다.

졸업 직전 학기에 미적분이나 선형대수개론을 신청해놓고 F 학점 받게 된 학생이 ‘대학원에 합격했거든요’ 또는 ‘취직 했는데요’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학원 진학 못하고 취직 못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요.

재수강시 학점 상한선은 없애고, 학교에서 권고안을 제시해서 각 교수님이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점 분포도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권고안을 제시해서 각 교수님이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절대평가, 상대평가를 따지는 것은 이상합니다.
성적은 전문대 기준으로 받고 싶은데, 학교는 카이스트를 다니겠다는 것이어서 이상합니다.
영국의 몇 대학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전국 모든 대학의 교재, 시험문제, 답안지, 채점, 학점을 상호 확인해볼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성적분포에 아쉬운 점이 있으면 학점을 전체적으로 높여달라고 학교에 요구해야지요.
졸업장에 조그맣게 학점평균 분포도를 넣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졸업에 필요한 필수 기초과목을 이수할 때까지는 학과신청을 받아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만, 하루라도 빨리 데려가서 전공 공부를 시키고 싶어 하는 학과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다수 교수님들은 재수강시에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강의는 모두 각 교수님의 선택에 맡기고 대신 졸업하려면

> 영어강의 30학점 이상 이수

등의 졸업요건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TOEIC 등 시험에서 점수 얼마 이상을 요구하면 됩니다.

학부모들은 영어강의를 좋아했습니다.
대부분 한국사람은 대학에서 '쓸모있는(유명대학) 졸업장' 말고 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뭐 대단한 것을 가르친다는 생각도 별로 안합니다.
거의 사실이지요.
영어라도 배워서 나온다고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영어강의는 효과가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강의는 러플린 총장이 구상한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거의 모든 교수님들이 미국유학 경험이 있어서 자신과 영어대화가 되더라는 것입니다.
교수님들의 의견은 일부과목 영어수업(외국인 교수 또는 교포 교수)이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국비유학생은 한국에 오기 전에 1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옵니다.
그게 당연한 일입니다.

영어강의는 그나마 매우 적은 교수와 학생의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버립니다.
이미 많이 삭막한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들 뿐입니다.

일반고 출신을 위해서 학교가 공식 카페를 만들어줘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위해 기숙사 방을 몇 개 지정해서, 입학 전에라도, 언제든지 학교에 와서 숙식해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과학고 동창회가 너무 강해서 대학에 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렵습니다.
일반고 출신은 외톨이가 되기 쉽습니다.
영재고 출신은 놀랍게도 자기들끼리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의를 같이 듣는 학생들끼리도 서로 알지 못해서인지 아라에서 걸핏하면 보이는‘00 과목 숙제가 무엇?’,‘어제 수업에서 진도 어디까지?’ 등의 질문을 보면 놀랍고 절망스럽습니다.

우리가 정말 교육에 관심 있는 학교라면 연구는 고만고만한데 교육에 관심 있는 교수님들을,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승진에서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기숙사 사감을 하겠다는 교수님도 나타날 것입니다.(맺힌 것이 있어서 적은 것이 아닙니다. 나는 하늘 빼고 더 승진할 곳이 없습니다. 강의평가도 그저 그렇습니다.)

형식적인 새내기 세미나, 즐거운 대학생활, 오리엔테이션 등을 모두 없애고,
신입생 모두 첫 학기에 걸쳐서 들어야 하는-출석으로만 S/U 학점을 주는-대학생활, 표절금지, 공중도덕 등을 가르치는 과목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학년 디자인 과목은 선택과목으로 바꿔야 합니다.
총장 전공에 따라서 전파공학, 행정학, 量子力学, 해부학 등으로 전교생 필수과목이 바뀔 수 없습니다.

‘개혁이 성공하지 못했다’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아서 유지되는 것이 개혁이입니다.
그렇지 않은 것은 사람들에게서 ‘예전보다 더 나빴다’는 평가를 받아서 과거로 회귀한 것이며 애초에 개혁을 시도했던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보려고, 밀월기간이니까, 이익을 챙겨볼까, 승진해볼까, 두려워서,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 하는 기분으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잠잠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개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사람이 바뀐 후에야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친구들에게서 ‘애들 좀 그만 죽여라. 우리 나이가 몇 살인데 너는 뭐하고 있냐. 너도 교수들 중 나이 많은 축에 들어갈거 아니냐.’라는 소리를 들어서입니다.
그리고 2년 전에 학생회장이 한 번 왔었습니다.
차등 등록금, 재수강비에 대한 교수님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왔었습니다.
나는 그 당시 교수협의회장.
지금의 교수협의회장님은 전자과 경종민 교수님입니다.
그 때에도 학생회장에게 이 글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가 더 있으면 수정하거나 고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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