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부생 면접 + 사과문

글쓴이
pinkway  (65.♡.14.84)
등록일
2011-06-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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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부생 면접

1. 이제는 정말 학력은 재력이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29명 중에 아버지가 대표 이사, 사업, 의사인 경우가 10여명, 그 외에는 교수,연구원,선생님, 은행원.. 물론 한 5명 정도는 별 볼일 없는 집 친구들도 있지만. 우리 때에도 그랬나? 카이스트에 좀 잘 사는 친구들도 있었던거 같긴한데,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거 같다. 하긴, 부모가 의사면 절대 카이스트 않오고 의대 갔지... 카이스트 왔다가 서울대로 간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교육을 많이 받은 거 같고, 그걸 이상하게 생각치도 않는다. 자랑스럽게 강남 대치동에 카이스트 대비 면접학원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놈도 있고, .

2. 다들 무슨 연구 경험이나 수상 경력을 집중적으로 준비한다. 요즘 애들은, 특히 과학고 출신들은 모두 필수적으로 R&E란 프로그램을 1-2개 씩 하고 오는 것 같다. 물론 자기가 수행한 연구 내용을 여유있게 설명할 수 있는 똑똑한 친구들도 있지만, 제목 외에는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고. 게다가 무슨 경시대회, KMO, KBO 출신들이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경시대회는 시도 별로 한 달에 한 번쯤 보나... 아니면 은상이나 동상을 백단위로 주기라도 하는건가... 화학 경시대회 수상하고 간단한 열역학 법칙을 이용한 설명-커피가 왜 식는가- 정도를 설명 못 한다면 문제가 있는 거겠지.. 아니면 너무 긴장했던가.

3. 요즘 학교들은 동아리 활동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동아리 회장 출신들이 한 명 건너 한 면 꼴이고, 동아리 4-5개 하는 친구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렇게 동아리 활동하면서 R&E하고 경시대회 준비하고, 토익, 토플, 텝스 시험 치고.... 그러고 살아 있는게 신기하다....

4. 대체 리더십이 뭘까? 다들 물어보면 포용력이 있고 결단력이 있고 사려가 깊어야 한다는 판에 박힌 대답만을 뱉어낸다. 이 친구들이 리더십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창의성은 없어 보인다. 대체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많은 리더들을 요구하는 걸까? oligopoly에서 monopolistic competetion으로의 전환? leader의 entrance barrier가 많이 낮아진 것 같다고 보이는 것도 내가 속이 좁아서겠지?

5. 창의성이 뭘까? 가방에 우산 붙이거나 크리넥스 입구에 고무줄을 묶어 휴지가 잘 잡히도록 하는게 창의성은 아닐거다. 피타고라스 공식이 휘어진 칠판에 그려진 삼각형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는 교과서 토막 상식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게 창의성도 아닐거고.

6. 집단 토론을 하는 꼴을 보면, 꼭 진행자가 되고 싶어 나서는 애들이 있다. 그런데 말야, 그렇게 나선 애들 중에서 준비가 잘 된 애들은 딱 절반 정도가 아닌가 싶다. 나머지는 왠지 면접 학원에서 진행자가 점수 따기 쉽다고 가르쳐서 손을 든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말야, 진행자가 진행을 제대로 못하면 점수가 깎인다고...게다가 남의 의견을 정리만 하는 것 보다는, 전체 흐름을 살피면서 토론이 주어진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걸 지적하는데 -진행자가 아니면서- 임팩트가 크다고요...

7. 애들이 되바라졌다. 부자집이고 가난한 집이건 간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놈, 턱 괴고 앉아 있는 놈, 주머니에 손 집어 넣은 놈, 웃는 얼굴로 감점당한다. 조심해라. 출제 문제가 이미 많이 퍼졌다고 심사의원 앞에서 푸념하는 인간도 있고. 정말 그렇게 똑똑하면 말야, 그 상황을 이용하라고. 벌써부터 MBA가고 싶다는 애들이나 변리사 되고 싶다는 애들이 참 많은 거 같다. 우리 때는 그런게 있다는 것도 몰랐던거 같은데, 나만 그랬나...?

8. 이 나이의 애들은 암기력이 뛰어나다. 영어 발표를 5분 가량을 외어 온다. 외어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미 말한 내용과 관련있지만 살짝 다른 내용을 영어로 물어보면, 방금 전에 한 이야기를 토씨하나 안 틀리고 재생한다.

9. 20세 이전에는 여자의 성장이 빠르다는 편견에 동의한다. 토론을 시켜도 분위기를 휘어잡는 건 대부분 여자애들이고, 여자애들이 잘 여물었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 전개가 약한 케이스도 있지만, 남자애들도 논리 전개가 약한 케이스는 비슷한 비율인거 같고.

10. 카이스트는 이제 막장이다. 지원자-보다는 실질적으로 돈을 내는 지원자들 부모님-들에게 통보가 된 건진 모르겠지만, 면접위원 중에 박사과정 또는 포스트닥이 한 명씩 섞여 있다는 걸 미리 알려줬을까? 나 같으면 아마 "이 비싼 전형료를 내고 볼 수 있는게 네깟 놈들이냐!"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겠지. 물론 안 보는 데에서. 하긴 애들도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과문]카이스트 학부생 면접jinmho jin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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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3 4: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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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Nickname: 진민호

안녕하세요. 이번에 논란이 된 학부입학 관련 글의 원글자입니다.
먼저 이 글과 관련하여 불쾌하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입이 열 개라해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현재 전자과에서 연수연구원을 하고 있는 진민호 입니다.

원글은 제가 약 1년전에 학부 입시에 면접 보조관으로 참가한 후, 며칠 후에 그 느낌에 대해 제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입니다. 제가 1촌 공개로 설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pinkway란 분께서 그 글을 읽게 되었고, 그 글을 아라에 올리신 것 같습니다. 제가 그 글을 쓴 후 약 2개월 후에 싸이월드를 탈퇴하고 후에 다시 가입하는 과정에서 그 글은 삭제되었고, 저도 그 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pinkway란 분과 sysop님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삭제 요청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 글을 썼던 곳은 실험실 동료들 외에는 아무도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경솔하게 작성했고, 또 관리가 소홀했던 점은 모두 제 불찰입니다. 개인적인 공간이라 생각해서 많은 부분을 부정적으로 썼던 글이 생각치 못했던 곳에서 공개되어 문제가 더 커진것 같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비록 개인적인 공간에 썼던 글이지만 글의 내용에 대해서 제가 이제와서 왈가왈부 한다고 기분 나쁘신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릴 뿐입니다. 면접을 끝내고 나서 저는 짧은 면접 시간동안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개인적인 공간에 올리면서 과장되게 학생들의 대답과 태도를 깍아내리고 과연 이러한 평가가 의미 있나하는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이 많은 오해를 산 것 같습니다. 특히 전달 방법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5.번의 창의성과 리더십에 관해서는 제가 특히 경솔한 표현을 썼던 것 같습니다. 몇 몇 답변들을 예시하며 짧은 시간의 면접동안 창의성, 리더십을 판별할 수 있을까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딱히 그러한 예들을 든 것은 정말 경솔한 부분이었고, 당사자 분들이 보신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뭐라 대답을 할 자신이 없기에 대답을 한 친구들은 개인적으로 순발력이 좋은 친구들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의 답변에 대해서 억지로 깍아내리며 면접에서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으로 창의성, 리더십을 채점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당사자들이 보신다면 거듭 사과드립니다.

10번의 "네깟 놈들"의 네깟 놈은 저를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면접에 들어가면 긴장해서 할 말 못할 말 다 하면서 막상 심사위원으로 들어간 뒤에 이런 글을 쓰고나니 제가 좀 한심해서 그러한 부분을 덧붙인 것이 오해를 증폭시킨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런 글이 아라에 올라온 부분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전자전산학과 연수 연구원 진민호 올림. == > 현재 퀄컴에서 억대 연봉 받고 편하게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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