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젊은 과학도의 반성 [06.01.02/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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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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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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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젊은 과학도의 반성
 
[중앙일보 2006-01-02 07:42]   
 
 
 
[중앙일보 정우성] 최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과학기술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문을 한꺼번에 두 개나 열어버렸다. 바로 연구 윤리 위반과 논문 조작이다. 윤리와 진실을 저버린 이들의 학자적 생명은 회복 불가능의 치명상을 입었으며, 과학기술계와 대한민국의 신뢰 또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이 입은 상처는 그 무엇보다도 큰 손실이며, 과학기술계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기는커녕 실망과 배신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국민에게 가슴깊이 사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황우석 신드롬'에 취해 있었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열풍에 휩싸였던 것처럼 말이다. 몇 년 전부터 회자되는 이공계 기피 문제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큰 위기다. 하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던 찰나에 터져 나온 '황우석 신드롬'은 국민에게 월드컵 이상의 희열과 희망을 갖게 했으며, 많은 과학기술인은 이로 인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물론 그것이 과학기술인들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으며, 이것 역시 과학기술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사건은 역사의 부끄러운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이번 파문이 해외가 아닌 국내의, 특히 젊은 과학기술인들의 손에 의해 밝혀졌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기도 한다. 그렇다고 젊은 과학자를 제외한 과학기술인들이 조작의 문화에 익숙하며, 연구 윤리는 내동댕이쳐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과학의 발전은 기존의 이론과 법칙에 의문을 갖고 보완하며 때로는 부정하는 가운데 이뤄지기에 모든 논문은 과학기술계 내부의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고, 거짓은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길이 험난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이 없었더라면 이번 파문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지 모른다.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며 부정부패 혹은 구조적 모순의 사례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무척 힘들었던 경험이 많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처벌이 혹독한 곳이 과학기술계다. 단지 한 기관에서의 퇴출이 아니라 관련 학계에서의 영원한 추방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뜻 총대를 멘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더군다나 대학원생이라도 이미 학생이기보다 연구원.학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젊음과 열정이라는 카드가 통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금 드러난 문제점은 단지 논문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체계 구축이나 윤리 의식 강화만을 통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부실이 아니다. 현장의 과학기술인이라면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현장의 문제점이 제대로 사회에 전달되지 못했던 것은 우리 스스로의 참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용기를 내어볼 만하지 않은가. 연구과제의 합리적인 기획과 투명한 선정, 정확한 성과 평가, 비정규직 연구원과 대학원생을 비롯한 과학기술인에 대한 적절한 대우, 제대로 된 국가혁신체계 구축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줄기세포 논문의 의문점처럼 과학기술인들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인들이여. 이제 관심의 초점을 한두 개의 논문 오류에서 전체적인 과학기술 시스템으로 옮겨보자.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과감히 펼치고 함께 고민해 보자.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이번 논란의 본질적인 문제는 잊혀지고 말 것이다. 과학기술계의 당당한 혁신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금의 고통을 잊지 말고 부지런히 나아가자. 우리에게는 분명 희망이 있지 않은가.


정우성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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