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술유출… 이직, 동작그만! [2007. 5. 29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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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8-01-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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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기술유출… 이직, 동작그만!
 
기업체들 관리규정 강화로 연구원 발묶여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과장급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김모(35)씨는 2개월 전 평소 관심있던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직(移職)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최근 22조원의 피해를 예방했다는 H자동차 기술유출 사범 검거로 회사에서 ‘인적자원 보안관리 규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잇따른 기술유출 사건 때문에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면 기술 유출자로 의심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직 자체가 모험”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 생산기술, 포스데이타의 와이브로 원천기술 등 첨단기술 유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직을 계획했던 이공계 연구직 사원들의 발이 묶였다.

이직 연구원을 잠재적 기술 유출자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려온 연구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공계 연구직의 경우 그동안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기업에 근무하면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연구개발(R&D) 인력 21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4%가 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이유로는 ‘직업의 불안정성과 불투명한 전망’(55.5%)을 들었다.

지난 4월부터 기술유출방지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수사기관도 기술유출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한 중소 벤처기업 연구원은 “중요한 연구원을 다른 기업에 뺏기면 기술 유출이라며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술유출을 이직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공계 연구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 홈페이지에는 기술유출 수사에 대한 불만을 담을 글이 가득하다. 연구원들은 “수사당국이 피해 액수를 터무니없이 과장해 발표하면서 연구원 이직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술유출범으로 몰렸다가 무죄로 밝혀진 경우도 더러 있다. 국내 LCD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류모(39)씨는 지난 2004년 LCD 컬러필터 핵심기술을 대만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3월 법원에서 산업스파이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류씨는 “당시 LCD 제조 경쟁이 붙어 회사에서 연구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수사당국에 제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위원은 “설계도면 등을 빼돌리는 기술 절취 등은 단죄해야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의 핵심기술 인력관리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수사당국이 성과를 올리기 위해 마녀사냥식으로 기술유출 사건을 다룬다면 이공계 연구원들의 사기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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