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기술혁신 총괄 기구가 필요한 이유 [2008. 1. 24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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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8-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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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혁신 총괄 기구가 필요한 이유

 
과학기술부를 둘로 쪼개 산업과 교육 부처로 합친다는 구상은 얼핏 보면 일본이 지난 2001년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을 만든 것과 유사하고, 영국이 브라운 정부 출범 전까지 유지한 통상산업부와 교육기술부의 2원 체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은 총리가 주재하는 종합과학기술회의가 자리를 잡았고 총리실에 과학기술정책 담당 장관을 두고 있다는 특징이 추가된다. 또 영국에서는 지난해 6월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통상산업부를 ‘비즈니스, 기업 및 규제개혁부’로 바꾸고, 과학혁신사무국과 교육기술부를 합쳐 혁신대학기술부를 만들었다. 영국 정부는 산업정책을 펼치는 대신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대학 역할의 무게중심을 교육에서 과학기술혁신으로 옮긴 것이다. 한국의 기존 행정부처에 대입하자면 산업자원부를 규제개혁부로 바꾸고, 과학기술부 및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교육부를 합쳐 ‘혁신과학기술대학부’를 만든 셈이다. 영국의 이런 변화가 지식경제시대의 조류에 맞게 과학기술과 혁신을 한 데 묶고, 친기업과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진짜’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후발 산업화 국가에서 정부가 산업을 견인하는 강한 산업정책은 성공적이었으며, 한국은 이것을 일본에서 배웠고 그 적통을 이어받은 부처가 지금의 산업자원부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시장 자율을 강조하면서 산자부에 이른바 친기업적 기술개발을 맡기는 것은 아이러니다. 개발할 기술을 선택하고 기술 경로를 조향하는 것까지 개입하려 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선인에게 묻고 싶다. 관치산업이라는 부끄러운 소리를 듣게 한 부처, 세계적 반도체 회사에 차관 이하가 줄줄이 자리를 옮긴 부처, 이런 부처에서 정부개입식 산업정책의 색깔을 빼는 것이 시장 자율과 친기업 환경 조성을 위한 최우선 조처가 아닌가? 하물며 창의성과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의 관치 연구개발만은 막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공공지출 규모는 계속 증가해왔다. 지식경제에서 과학기술지식은 곧 자본이다. 목전의 이익만 쫓는 포트폴리오는 위험하다. 단시일에 상업화되지 못할지라도 기초과학기술에 대해 국가가 투자하는 이유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위험 부담)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지출을 통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서 기초과학기술을 연구하고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기업 대신 리스크를 지고 성과는 공유한다. 상업화 가능한 기술개발은 기업이 더 잘 할 일이다.

민간이 앞에 나서고 정부가 받치는 바람직한 정책은 첫째, 지식의 유동을 원활히 하며 활용을 촉진하고, 둘째, 기업 생리상 투자가 어려운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 다양성과 전략적 틈새 육성이 필요한 분야의 지원을 맡아 기업의 부담은 덜어주고 참신한 지식의 원천과 협력의 파트너를 늘려 주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친기업하는 길이다. 협소한 시야에 머물지 않고 과학기술혁신을 총괄하는 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박상욱/ 이학 박사·영국 서섹스대학 과학기술정책연구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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