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이죠? [03.07.03/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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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2-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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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를 위해 외국 경제인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중국은인건비가 한국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공짜나 다름없는 터에 투자유치에 적극적인정부가 있고, 한국과 같은 강성노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중국이 아니고 한국에투자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습니까"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경제장관들도 지난 방미, 방일에서 만난 경제인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것이다.외국인 투자 전용 공단 조성,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투자상담 오피스 운영 등 나쁜 말, 틀린 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위 질문이 원하는정답은 아니다. 왜냐면, 그러한 정책적 지원조처들은 중국이 훨씬 잘 하고 있기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국'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선진 각국의 주한 상공회의소 대표들은 "중국이 한국보다 더 기업하기 좋다"고 고백했다. 그들의 완곡한 경고는 머지않아 "떠나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고별사로 바뀔지 모른다. 적어도 투자유치라는면에서는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도 국내보다는 중국을 더매력적으로 느끼고, 이미 수많은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우리보다 10년씩 앞서서 '증상'을 겪는다는 일본은 제조업 공동화에 산업구조개편으로 대응하고 있다. 산업의 중심을 첨단 과학기술력에 바탕을 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와 복사기 회사로 여겨지던 캐논은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카메라와 복합기 등 첨단 제품에 주력하여, 단 한개의 해외공장도 없이,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소니를 제치고 지난해 시가총액 1위기업에 올랐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의 세계화에 앞장서 온 소니로서는 뼈아픈 일이었다. "(미래의 알짜상품이) 게임기말고 무엇이있느냐"며 투자자들이 외면한 결과다.

외국 투자자들은 과학기술 정책이 곧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경제부처들은 거시경제 정책에 유능하나, 과학기술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과학기술 정책의 목적은 과학기술을 융성하게 하고 높은학문적 경지에 도달하도록 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현실적이다.

한국이 중국에 비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앞선 과학기술과 숙련된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한 분야뿐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낳을 정도로 과잉 양성된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유일한 자산이다.
모토롤라와 노키아는 한국에서개발·생산한 휴대전화를 세계 시장에 팔고 있고, 세계적인 정보기술 기업들의연구소와 생산기지가 인도에 몰려 있다. 수준 높은 연구개발 인력은 그 자체로충분한 투자유인 요소가 된다는 증거다.

중국이 아니라 왜 한국이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신발이나 옷을 만드는 데 한국이 더 유리하다는 답을 해선 안 된다. 첨단 분야에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공계 인력이 풍부하며, 앞으로도 그런인재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보기술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내수시장은 기꺼이 첨단 제품의 시험장이 되어 준다. 굴뚝산업 기반이 있고 부품 수급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첨단산업을 길러낸 경험이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이러한 논리로,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의 초고속 성장을기대와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는 선진국 투자자들의 발길을 한국으로 돌려야한다.

첨단산업 유치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지속적 성장 동력을 제공할뿐 아니라, 고급 이공계 인력의 실업난 해결과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촉매 구실을할 것이다. 지금은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춰 특화하지 않으면 투자유치 실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 공동화와 국가 생존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과학기술을 경제의 핵심축으로 인식하고 전략적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박상욱/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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