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과학기술인들을 국회로 [04.03.11/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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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3-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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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마당] 진정한 과학기술인들을 국회로



 꽤 오래 전의 일이다.필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어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사회를 맡은 한 국회의원이 수질오염의 측정 등에 필수적인 BOD 측정 장치를 소개하면서, "저는 무식해서 도저히 모르겠는데, 영어로 BOD인지 뭔지를 측정하는 장치라고 합니다." 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웬만한 초, 중학생도 다 알만할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iochemical Oxygen Demand)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의 상식 수준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국회의원이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기 위하여 짐짓 과장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의 다른 시사적인 문제나 기초 상식에 대해 무지했어도 과연 그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떠벌릴 수 있었을까? 과학기술에 무지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는 커녕, 그토록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서 이 나라의 과학기술정책과 국가의 미래 전망 등에 대해 제대로 논의할수 있을 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대학원생 등 우수 연구인력들의 탈 이공계 붐으로 과학기술계가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과학기술계만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의 급속한 약화로 이어져 나라의 번영과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뒤늦게 온갖 대책들을 내놓느라 난리법석인 행정 당국의 책임이 크겠지만,정부를 감시, 견제해야할 국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과학기술에 관한 식견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과학기술인 출신의 국회의원이 다섯 손가락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드물었다는 것도 상황을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지난해에 이공계 공직자 진출 확대 방안을 내놓고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지만 공직 사회에서 그것도 중요 의사결정에 관련된 자리일수록 이공계 출신들이 형편없이 소외되고 홀대받아온 폐단을 극복하고, 과학기술 마인드와 전문성을 갖춘 행정가들이 보다 많이 나올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는 국회가 변해야 할 차례이다. 21세기 지식산업사회와 세계적 차원의 무한경쟁이 일상화된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의 현장을 잘 이해하고 이공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식견을 갖춘 과학기술인들이 보다 많이 국회에 진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나노(nano)가 얼마나 작은 단위인지도 모르고, 유전자가 무엇으로 구성 되어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 산업에 관한 법안들을 제대로 심의할 수 있단 말인가?

 과학기술 분야 전문성이 필요한 상임위원회가 과학기술정통위원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자원위, 건설교통위를 비롯해 환경노동위, 국방위, 보건복지위, 농림해양위는 물론이거니와 그밖의 다른 상임위들도 크건 작건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항들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0만 과학 기술인들을 포함해 전국민의 반 정도가 이공계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가 직업 정치인들을 비롯해 특정 직능군의 인사들로만 채워져서는 안 된다. 기존 정치권의 진입 장벽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의 국회 진입이 어렵다면, 각 정당은 비례 대표 후보의 최소한 30% 이상을 과학기술인 출신 인사로 채우고, 상당수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해야한다.

 또한 생색내기 차원에서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특정 이공계 인사를 영입하려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현장의 과학기술인들을 대변하고 이공계 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갈 수 있는 식견과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추천해야 할 것이다.

 역량 있는 과학기술인들을 보다 많이 국회로 진출시키는 일은 단순히 특정 집단이나 직능군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바로 국가 경쟁력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임을 똑바로 인식해야한다.각 정당들이 얼마나 책임 있게 이에 부응하는지, 현장의 과학기술인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hermes21@chol.com>


○ 신문게재일자 : 2004/03/11
○ 입력시간 : 2004/03/10 14:54:55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403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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