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장비 들여와 연구하기에 대해

글쓴이
포닥
등록일
2002-04-17 07:05
조회
5,1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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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건
까다로운 문제인데, 한번은 까발려야 되는 문제입니다.

국가의 연구비 투자가 오롯이 사회간접자본화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지요.
연구비 투자가 기술로 먹고 사는 기업들의 생명줄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과학과 기술로 지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밥줄이 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연구비 투자는 두가지 면에서 다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부분의 장비를 외국에서 들여오므로, 연구비 투자를 늘일수록 무역역조를 심화 시키는 것이죠.
둘째는 인건비보다는 장비비를 늘여서, 겉으로 보이는 결과를 내기에 급급한 연구 풍토를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연구비 투자집행의 관행을 바꾸어야 합니다.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대신, 외국 장비를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 국내 투자를 전제로 하는 -- 연구비를 만들어 매년 투자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결국 장비를 만들기 위해 인건비를 늘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도 기업입니다. 시장이 없으면, 존재 할 수 없는 것이죠.
기반 기술이 되는 기업들은 세금으로 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투자 방향은 당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지만, 수십년 후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것입니다.
탁상 행정, 그리고 행정편의주의, 게다가 왜곡된 시장논리로는 과학입국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 소요유 ()

      사실 딜레머인데 정부, 특히 과기부의 기초과학기술 정책이 장관에따라, 정권에 따라 널뛰기 처럼 바뀌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물론 정권이나 장관의 정책적 신념이 어는 정도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렇다고 해도 국가 전체적으로 정책의 큰 방향이 왔다 같다 한다면 알찬 열매를 거둘 수 없습니다. 

  • 소요유 ()

      예를 들어보면  제가 예전 과기부의 정책 중에서 '구호'가 현재 기억나는 것만해도  '중간진입전략', 'G7 Projects', 'Star projects', '창의적 연구과제 프로젝트', '프론티어프로젝트', '선택과 집중 NT BT IT..', ' 국책연구사업', ....  등등 입니다.  각 프로젝트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것은 확실하고, 국내 연구기반에 확보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확실합니다.

  • 소요유 ()

      그런데 국가의 기초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학기술부의 정책이 너무 단선적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Star projects'의 경우  연구 개념은  '국내에서  어렵게 돈들여 가면 경쟁도 안되는 기기 개발에 열올리지 말고 그 야말로 국제적으로 STAR가 될 수 있는 연구에 투자해라' 입니다. 그런데 이 STar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 1996년 빵삼정부 말기일 건데  그전에는 , 정확하게는 물태우 정부부터 빵삼초기까지는 '특정연구프로젝트'라 해서 기기개발 프로젝트 아니면 프로포잘을 받아주지도 않았습니다.

  • 소요유 ()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연구만 한다'고 되느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긱기개발'만 한다고 경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한테 동시에 두마리 토기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 분야에서 학교쪽에 계신 교수들은 현재는 약간 바뀌었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간단한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즉 교수들 생각에는 '기기개발 왜하느냐. 그냥 사다 쓰거나 아니면 외국에 나가서 쓰면 되지 않느냐 '는 입장이 강한데 반하여,  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 쪽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프로젝틀르 키울 필요가 있으므로 기기를 개발 (사실 카피) 쪽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소요유 ()

      제가 생각하기에 기초과학기술 연구에는 양쪽 다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바닥부터 기어갈 것인가, 아니면 건너뛰고 맨 앞으로 현재 경쟁되는 쪽으로 갈것인가 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중간으로들어가 top & down 방향으로  키워나가는 '중간진입전략'이 우리나라 기초과학기술 발전에 보다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속에서 약간 다양화된 관점과 목적을 갖는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속에서 상부구조는 외국과 경쟁하고, 하부구조는 노하우를 쌓는 그런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포닥 ()

      제가 생각하기로는 장비 들여와 연구해서 SCI 논문내기는 쉽지만, 결국 인건비 아껴 장비 사다 땜방하는 풍토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스타 프로젝트와 같은 것은 먼 장래를 보면, 결국 이공인들의 기반을 약화 시키는 것이죠. 국내에는 탑 클래스 과학자 몇명만 살아남으면 되는 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이제 깨달아야 합니다. 무엇 보다, 산업전반에 파급효과가 너무 작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포닥 ()

      사실 기초과학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 정밀 계측 장비들입니다. 물리, 화학, 재료, 기계, 전자공학이 모두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만들어 쓰지 못하는 것이 정밀 부품들입니다. 그런것을 사다가 쓰기를 쉽게 하면, 결국 국내에 기초과학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기초가 없으니, 첨단이 나타 날수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를 아쓸아쓸하게 끌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 포닥 ()

      지금,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국내 벤쳐기업들의 상당한 숫자가 옛날 과학원에서 손으로 장비 직접만들어 쓰다가 발전된 것이라는 것을 되새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데이타베이스를 만들고, 주기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해서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과학에 어찌 왕도가 있기를 바라겠습니까? 모래위에 탑을 쌓을 수 없고, 5 천년을 넘게 버텨온 민족인데, 몇백년 더 못 버틸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선진국 따라잡기 게임을 그만두고, 인간답게 살기 게임을 시작해야 합니다. 급하게 가다가 생기는 사고들은 이제 겪을 만큼 겪지 않았습니까?

  • 이공계2 ()

      제가 과학기술 기반회사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요.. 똘똘한 사람들을 급여많이주고 쓰면 엄청나게 비싼 기계도 만들수 있습니다. "인재가 곧 고가장비이다"..

  • 소요유 ()

      그렇습니다. 현재의 문제가 어느 정도 연구결과도 내면서  기술 & 기기개발도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가야하는데 그럴려면 목적이 뚜렷한  프로젝트들을 병렬로 진행 시켜야 겠군요.  그런데 제 연구소에서 6~7년전에 제 연구소의 '특정연구프로젝트' 다시말하면 기술 & 기기개발 프로젝트의 사후 실태를  연구원들이 내부적으로 조사해서 연구소 전체 수련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연구에의 활용도가 20% 미만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그렇게 높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때 연구원들이  그야말로 '비싼 장난감'인가하고  자성을 한적이있었습니다. 

  • 소요유 ()

      두 분이 말씀이 지당하신 이야깁니다. 현재 제 연구소를 모델로 생각해 볼때 가장 필요한 것이 '인력', 그 중에서 '어떤 장비나 기기를 만들어서 어떤 일을 할까'를 기획하는 Scientific Manager가 가장 절실합니다. 그 다음이  그 일을 실제로 기술적으로 뒷받임해 줄수 있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그룹입니다. 이게 제 연구소의 경우에는 안갖춰져 있습니다. 제가 경함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실패의 예인데요.  1996년에 제가 앞으로의 국제연구방향을 바라보고 '1~2.5micron' 영역을 감지하는 적외선 칩을 이용한 근적외선 카메라를 국제공동으로 제작하려고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국제공동  연구 프로젝트의 파트너는 256x256 에레이를 이용한  카메라를 개발한 팀이었습니다. 

  • 소요유 ()

      우리는 이를 업그레이드 하여 1024x1024 어레이를 이용한 적외선 카메라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조건에  우리는 우리 기기를 만드니 기기값을 대고, 우리측 연구인력의 훈련 (일종의 기술이전)을 포함하고, 상대는 우리쪽 학생의 장학금&체재비, 그쪽 여비 등등을 부담하기로 했는데,  결국  일을 좀더 진행 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거 왜만드느냐, 그냥 외국에 가서 써라' 와 '사람이 없다'는 두 가지였습니다.  그때 배운 것이 많은데 이를테면 'specification' 작성, 'design concept 추출' 등등. 너무나도 부끄러웠지만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스펙 작성하는데 저를 포함하여 팀원 3명이  일주일 고민해서 3pages를 만들었는데, 이쪽 친구가 

  • 소요유 ()

      그걸 30쪽자리로 만드어 왔더라고요. 아주 자세하게 각 부품의 브랜드와 특성 분석을 포함해서......  아찔 하더라고요. 우리는 그져  이러이러한 기계를 만들 건데, 성능은 어떠어떠하면된다 뭐 이 정도였는데....  그때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이래서는 안된다, 목적과  그에 따라 최적화되는 기계를 찾자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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