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래도 저력이 있는 이유가...

글쓴이
조각
등록일
2008-11-27 22:33
조회
4,985회
추천
1건
댓글
15건
요즘 미국 대학원 원서 접수가 한창입니다.

저는 조금 뒤늦게 추천서를 써주실 교수님을 섭외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성적표랑 SOP랑 에세이랑 등등 챙겨서 교수님들을 찾아 뵙고 있습니다.


어제 교수님 한 분과 상담을 하던 중

제 에세이를 보시고는 이건 좀 아니지 않냐라고 하셨습니다.

니 에세이를 보면 한 마디로 말해서 니가 잘 되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미국 대학들은 자기가 가진 재능을 이용해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학생을 뽑고 싶어한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진짜 몰라서...그렇다고 예의 없게 물어본 건 아니구요.

저 : "저처럼 생각하는 것이 나쁜겁니까?"

교수님 : "나쁜거죠."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교육을 안 받고 자랐기 때문에 모르는 거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고 하시네요.

그것은 미국과 한국의 선생님들만 봐도 알 수가 있다네요.

한국에서는 진정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을 한 학교에 한 분 찾기가 힘이 들거라고 하시네요.

반면, 미국에는 적어도 한학교에 한 분은 넘게 있을거랍니다.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직업이 안정적이라 선택하신 분들이 많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얘기 들었으니 그런 마음 가지고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 진땀을 줄줄 흘리다가 차마 추천서 부탁도 못드리고 나왔네요.


어젯밤 새벽내내 잠이 안오더라구요. 에세이를 "구라"라도 쳐서 다시 써야되나...

지금까지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적이 없는데 어쩌죠..

심지어 군대도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간것이 아니라

군대 안 가면 감옥에 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갔다 왔는데요..

봉사활동도 경험 쌓는다는 마음으로 했는데요...그것도 잠깐...

후회스럽네요.

욕먹을 것 알면서 한 번 써봅니다.

  • 위하여 ()

      아무도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군대 안가지 않나요? 추천서는 입학에 유리한 방향으로 쓰시면 되고 객관적인 사실에 관계된 이야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구라라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미국의 저력을 무슨 도덕적인 우위에서 찾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 외려 그들의 단순함에서 찾는 것인 맞을 것입니다. 사회의 부품은 그냥 부품 노릇을 하고 있지요. 그게 우리가 바라는 우리의 미래 모습이냐, 는 어려운 문제고요.

  • gauss ()

      미국이건 한국이건 저런 마음가짐 자체는 이상적인 거 같네요
    어차피 저렇게 살아야 행복한데요 뭘

  • ~~ ()

      예전에 제 생각이 나네요

    대학원 입시 합격하고 랩배정을 하는데
    어떤 교수님과 면담을 하는데 이교수님 말만하면 이분야 사람이라면 왠만하면 알껍니다.

    저는 자소서에서 나름 자랑스럽게 봉사활동 많이 하고 동아리 생활 많이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렇다고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구요
    나름 대학교때 야학 비스므리한거를 3년 넘게 하면서 학과 공부를 병행하는 면에서는 힘이 들기도 했지만 가르치는 것은 저에게는 힘안들이고 아무 무리가 없었고 받는 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배우고자하는 열의가 강해서 정말 뿌듯했었는데

    그 교수왈
    "나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원하지, 너처럼 그런 활동 좋아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다른 곳 알아봐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칭화대를 들먹이면서 그사람들 발톱도 못따라간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는 참 그랬는데
    지금 다시 선택하래도 그길을 갈꺼 같습니다.
    제가 가진게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된다면....

  • skywalker ()

      아무도 사회에 기여하는 마음으로 군대안간다는 표현은 심하네요. 본인은 그렇다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다들 그런식이면 한국 벌써 망했습니다. 안 그런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나마 굴러가고 있는 겁니다.

  • 하누 ()

      저랑 반대시네요. 과학을 선택한게 인류를 위함이었거든요.

    지금은,내 지적 만족감과 명예욕이 훨씬 강합니다.  내 주제에 무슨 인류는 인류...

  • HKMoon ()

      사회에 기여한다, 할 능력이 있다의 정도는
    사회에 기여할 재능,실력,자본,등등의 힘이 있다는 얘기인데
    무엇을 기여하느냐가 문제인것 같네요.
    기여라 하면 사람들은 자꾸 돈으로 기부하는걸 생각하고
    신기술이나 편의를 제공하는정도로만 생각하는데
    오늘 내가 살아가는게 이 세상에 우주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겠어요. 사소하지만..
    (너무 무겁나요?) ㅎㅎㅎ

    바늘끝을 어디로 향하느냐 문제이지 않겠어요.
    밥벌이를 위한 인생이냐, 기여하기 위한 인생이냐,
    거참 어렵네요.

    모두가 생존을 위한 인생아니겠어요.
    생존을 굶지 않는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이 맞는거고
    생존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는 못산다라고 생각하는게 생존이라면
    그것이 맞는거고
    생존을 당신이 기뻐야 나도 산다 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맞는거고
    생존을 내가 딛고 있는 세상이 생존해야 나도 있는거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이 사회의 생존에 내가 기여를 해보겠다 하면
    그것도 맞는거고...

    다차원적으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니가 잘 되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그거 맞는 얘기입니다.

    교수라는 직책에 있으면 남들이 어느 정도 인정을 하니까
    말에 힘이 들어갈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한결같이 사회에 기여를 위한 삶을 산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국사람, 미국 고등학생들 우리 나라 만큼 좋은 대학갈려고
    난리입니다.

    뭐 방향성이 그렇다 이거지요. 사회에 대중적으로 두루두루
    퍼져있는 바람직한 인생의 방향이 기여이지..
    개인마다 정의내리고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어떤 나의 가치를 자랑할 수 있는가?
    자신이 지난 가치가 사회에 자동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내가 지닌 가치를 고민해보는것이 더 나을듯 싶습니다.

    크게 다를건 없어요. 다 같은 사람이고
    사람이 지닌 가치를 밝혀내보이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요새는 하도 인간들이 현실에 찌든 세상이라..

    긍정, 웃음, 활력, 성찰,
    뭐 다 이런거 인간만이 할 수 있는거 아니겠어요.

    인간사에 찌들어 있는 대중적인 기준에 비교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생각해보세요.
    이럴때 필요한게 인문학인데..

    삶의 성찰력을 갖춘 엔지니어!

    어쩌면 미쿡 애들은 이런걸 어릴때부터 고민해본적이 있고
    선생님들의 지도아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해본적이 있어서
    기여가 중요하단 사실을 조금은 느끼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금 다르지요.
    성찰할 시간없이 시간만 죽죽 흐르다가 20대후반부터 취직할때 되서야
    난 다른 사람들과 뭐가 다르지?  조금, 잠깐, 생각해봅니다.

    강제적으로 부여받은 성찰의 시간이라 생각하세요.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 전자양 ()

      생존이 목적인 삶은 동물입니다.

    인간이 동물인가요?

  • Wentworth ()

      좋은 지적 받으셨습니다.

    교수들이 에세이를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런 에세이에서도 자기 실력 자랑하거나 학점 나쁜 이유 변명하거나 하면 에세이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왜 사회에 기여하는 파트를 집어넣라고 하느냐? 첫째, 똑똑하고 잘난 애들은 많습니다. 둘째, 무엇보다도 '넉넉하면 나누게 되어 있습니다'. 나눈다는 것이 내면의 성숙의 척도라는 거죠.

  • gogo ()

      미국에 대해 환상을 갖고 계신거 같은데요

    미국애들도 우리랑 생각하는거 똑같아요.

    다만 겉으로, 공개적으로는 ~한 척할 뿐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취업할 때 자기소개서 쓰면 사회에 봉사 어쩌구저쩌구 다 이런거 씁니다.

  • 로타리 ()

      음....

    겉 멋이든... 진짜 속 마음이든..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는 마음을 언급하는 자체가 이미 한 수준 위라는 증거입니다.
    한국은 '사회와 인류에 공헌'이라는 단어를 쓰면 낯이 화끈거리고, '내가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주제넘게 너무 과대포장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일종의 양심적 거부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요. 심지어 남이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자는 말을 하면 '니나 잘하세요' 식의 아니꼬움을 은연중에 표출하기도 합니다.

    사회의 수준이 그것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육의 표방이 '사회와 인류에 공헌'인 나라와 '나 잘먹고 잘살자'인 나라의 미래 모습이 어떨까... 뭐 이미 우리가 그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 돌아온백수 ()

      gogo 님//

    봉사를 통해서 느끼는 기쁨을 모두가 다 누릴 수는 없죠. 하지만, 인류가 축적해온 통계적인 결과들이 그 기쁨이 무척이나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린 인류에게 가능한 많은 봉사의 기회를 접하도록 교육과정에 접목시키는 겁니다. 그 중에서 기쁨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가도록 기회를 주는 거죠.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고 불이익을 주거나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요. 어차피 각자 삶의 행복은 각자 찾아가는 거니까요.

    톨스토이 만큼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해온 작가도 드물텐데요. 그의 작품들을 연대별로 한번 훝어보십시오. 과연 인생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돌아온백수 ()

      그리고, 봉사에 대한 것이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고요. 그저, 행복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론일 뿐입니다. 돈을 버는게 행복하다면, 그 쪽을 추구하는 것이고요. 남을 짓밟는게 행복하다면, 또 그렇게 사는 거죠.

    봉사가 지고의 선이라서, 도둑질을 해서라도 봉사를 해야하는건 아닙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 봉사 하는 척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돼지눈에는 먹을 것만 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배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닙니다.

  • Wentworth ()

      gogo님/
    환상이 전혀 아니고 다 겪어보고 직접 전해들은 겁니다.

    돌백님이 어렵고도 중요한 말씀을 쉽게 설명해 주셨네요. 처음부터 나눔과 사회적 기여의 참된 가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한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 가치를 알지 못했더라도 차츰차츰 그 가치의 진면목을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어요. 허나 변화하는 사람이 분명 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분명히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옵니다. 영화 Cruel Intensions을 보면 반항아 Sebastian이 어쩔 수 없이 양로원에 봉사를 다녀오고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런 겁니다. 느끼게 하는 거죠.

  • 빨간거미 ()

      공공의 이익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된 객관적인 지표를 두개 말씀드리자면,

    2002년의 국내외 성인 자원봉사 참여율은
    한국 16,3%
    일본 25%
    영국 48%
    미국 55.5%
    라고 합니다.
    (출처 :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재인용)

    1인당 평균 기부금은 2006년 당시
    한국 10만원
    미국 113만원 입니다.
    (출처: NHN_IT리더스 포럼 재인용)

    경제 규모와 기부금 공제율이 영향이 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엄청난 차이입니다.

  • 돌아온백수 ()

      자원봉사라는거 멀리서 보게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제가 사는 곳은 소방서도 자원 봉사 대원들이 꾸려갑니다. 주민들은 일년에 한번씩 기부하거나 스스로 소방대원이 됩니다.

    공립학교의 대부분의 특별활동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루어집니다. 제아이가 하는 밴드의 잡무나 모금행사, 육체노동, 기구 만들기 등등이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져 갑니다. 교사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교사는 월급받는 만큼 밖에 안해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거의 언제나 모금행사를 볼 수 있고요. 한국식으로 부자들에게 찾아가서 떼쓰는게 아닙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잖아요.

    자원봉사와 기부가 또한 보수의 진정한 모습의 하나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정부의 지원은 필요없다, 그래서 작은 정부, 이렇게 흘러가는 거에요. 이게 이념화 되는 거죠.

    대한민국 뉴라이트? 익명기부하는 문근영이에게 좌빨? 이라고.....
    전 지구적인 오염이에요.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공지 질문과 상담은 용도별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댓글 5 sysop 04-20 5166 0
14720 5차 산업혁명은 초생명 청정에너지 초연결망이 주도 댓글 2 새글 묵공 04-25 25 0
14719 겸임교수 유감 댓글 2 tSailor 01-18 1381 0
14718 나폴레옹과 산업혁명 댓글 1 묵공 12-10 1094 0
14717 LK99 논문에 대한 단상: 저항률을 중심으로 댓글 13 묵공 08-09 3300 0
14716 배터리 전기차 과연 친환경인가? 댓글 21 tSailor 07-13 2906 0
14715 답변글 Re: 배터리 전기차 과연 친환경인가? 댓글 4 tSailor 07-26 2323 0
14714 국가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게하여 음주운전/묻지마 폭행/살해/살인 등의 문제를 예방 dfgh 06-28 1662 0
14713 국힘당 정체성은 뭘까요? 댓글 8 시나브로 06-08 2660 0
14712 결국 한동훈 딸은 MIT에 가려나 봅니다. 댓글 9 늘그대로 04-13 4873 1
14711 미국의 금리 딜레마 댓글 9 예린아빠 03-22 2805 1
14710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언제 올까? 댓글 15 펭귄 02-22 3280 0
14709 AI 챗봇 chatGPT를 사용해 본 소감 댓글 10 시나브로 01-19 4324 0
14708 2023년 새해 전망 댓글 13 예린아빠 01-01 2982 0
14707 관성 핵융합이 해결해야할 과제 댓글 11 묵공 12-23 2489 0
14706 사기꾼, 범죄자 천국인 나라. 댓글 2 펭귄 11-23 3202 0
14705 갑자기 공허한 생각 댓글 11 늘그대로 11-09 3421 0
14704 시진핑 3기 집권의 의미 댓글 43 예린아빠 10-26 3653 0
14703 서버 분산에 대해서 댓글 4 늘그대로 10-18 2737 0
14702 현 금융위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 댓글 13 예린아빠 10-08 3048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