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단상 - 이덕하 글 비평 후기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09-04-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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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 게시판에 글쓰는 것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의 글들이 올라 온다. 나도 그들의 고통을 충분히 겪어서 알고 있고, 학생들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 왔다. 언젠가는 한번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다.

때마침 재야 진화론자인 이덕하씨의 글을 읽으면서, 이 글을 예제로 글쓰기 강의를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가 올린 글은 처음으로 학술 논문을 쓰는 학생들의 "전형적" 오류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442)

예술 작품의 진위를 가리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내용 (또는 필체) 자체를 분석하는 것, 또 하나는 그 작품이 담긴 재료를 분석하는 법이다. 나는 진화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화학이라는 내용이 아닌 글쓰기 자체를 분석하였다. 어떤 글의 구성과 논리적 흐름을 하나 하나 분해하여 보면, 글쓴이의 지식 수준이 처절하리 만큼 고스란히 들여다 보인다. 안타깝게도, 내가 내린 결론은 그의 글들이 단순한 잡학 지식의 나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덕하씨가 진화학에 관심을 갖고, 많은 책을 읽은 것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없다. 왜냐면 그의 번역 비판은 꽤 쓸만하기때문이다. 물론 어렵게 돈벌이하는 애꿎은 번역가들을 비판하여 자신의 지식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이 볼썽 사나운 것은 사실이지만)

깨소금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겠다.
깨소금을 얻기까지는 깨를 수확하고, 볶아서, 쥐어짜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덕하씨의 글은 잘 쳐줘야 볶은 단계이다. 그가 얻은 수많은 지식들이 머리속에서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몇 번에 걸쳐서 지적한 대로, 그의 글은 단순한 수많은 지식들의 나열일 뿐이다. 각각의 문장, 지식, 문단들이 전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않을 뿐 아니라, 각 이슈에 대한 자신의 고유한 의견이 없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쥐어짜는 과정이다. 철처한 리뷰와 비평의 과정을 거치면서, 따로 놀던 지식들이 유기적인 연관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과정의 고통 (쪽팔림)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서, 자신을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원 초년병들이 이런 고난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고립된 지식 (생각) 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탈바꿈 시키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미 발표된 글의 평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독자가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해를 한다고 해서, 독자의 무지를 탓해서는 안된다. 글쓴이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글을 공표하기 전, 오해의 소지 없도록 철저히 고민하고, 다듬어야 한다. 대충 글 올려놓고, 평생 쫒아다니면서 해설을 달아주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지만 ...

  • 이덕하 ()

      제가 비판한 번역서들의 번역자들은 대체로 "어렵게 돈벌이하는 애꿎은 번역가들"이 아닙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반 이상은 대학 교수일 것입니다. 또한 잘 나가는 번역가들의 번역도 여럿 비판했습니다.

  • 이덕하 ()

      제가 보기에는 bozart님의 비판은 reference가 없다는 지적과 인종을 즉시 구분한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을 소개한 문장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말고는 거의 영양가가 없습니다. 저의 글과 bozart님의 비판을 꼼꼼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예컨대 히틀러 사례의 경우에는 단지 바로 다음에 문장이 있다는 이유로 근거로 사용했다고 오해하셨습니다. 또한 비판한다고 올리신 글이 너무 애매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도록 쓴 곳도 여럿 있습니다.

  • 이덕하 ()

      제 의견이 없다고요? 물론 <외부인 혐오 – 진화론적 접근>만 읽어보셨다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요. 그 글의 서두에 썼듯이 "내가 본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수준"에 만족한 글이니까요.

    제 입장이 상당히 들어간 글을 보고 싶으시면  <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version 0.6)>를 보십시오. 아래의 링크에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a href=http://cafe.daum.net/Psychoanalyse/GoAb/11 target=_blank>http://cafe.daum.net/Psychoanalyse/GoAb/11</a>

  • 푸른등선 ()

      우리나라 번역계 현실에 대해서만큼은 비판거리가 많다고 보구요...사실 타이틀만 가지고 만들어내는 엉터리 번역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죠...

  • 준형 ()

      덕하님 흥분하신다...

  • 언제나 무한도전 ()

      이덕하님//

    덧글을 안 달려고 했는데, 오늘 덕분에 실험을 하나 못 한 관계로 ^^;

    bozart님이 글 쓰기에 대해서는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내용과 관련해 덧붙이면,

    대학원 초년병들 또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죠. 그런데 사실 그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이론적으로 별로 가치가 없거나, 이미 연구되어 있거나,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현실성이 없거나, 혹은 하나마나 이거나 이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아이디어 보다는 좋은 질문을 갖는 방향으로 교육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에 의하면.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말씀하신 제시된 아이디아가 그래 보인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아이디어가 왜 가치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 혹은 타당한 근거 제시가 없었는데, 바로 이 점이 그냥 누구나 하는 생각의 단편과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구별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아이디어가 가치있다는 근거가 없는데 그 아이디어를 눈여겨 볼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본인은 말을 안 했을 뿐이다라고 하시겠지만... 전 덕하님이 제시하실지도 모르는 그 근거에 별로 기대가 없습니다. 이유는 일부분의 내용이 제 주변 연구실 사람들 주제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좀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요, 어떤 부분은 개념 이해도 조차 낮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개념 이해가 떨어지는데, 그 분야와 관련된 논점, 이론의 구체적 이해도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렇게 때문에 그에 기반한 아이디어의 가치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제가 보기에는 학부생 기말 리포트 수준 정도의 것들이었습니다. 그냥 예전에 리포트 채점하던 기억이 나서...

    제가 bozart님처럼 친절하지 못해 세세히 지적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뭐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한 두가지만 적으셨으면 좀 말씀드리고 싶기도 한데, 너무 두서없이 많이 적으셔서 저도 엄두가 안 납니다. 서운해하지 마시길. 저도 바쁩니다. ^^; 조교 월급 받으면서 채점할 때도 점수만 매기지 않습니까? 이해해 주시고, 좀 더 열공하시기 바랍니다.

  • 오재준 ()

      borzart님의 지적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적된 것에 대하여 다시 읽어 보라고 하면 타인을 이해시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시 읽어보라는 말 대신 어느 어느 부분이 이렇다하고 좀더 친절하게 다시 리플을 다시면 아마 오해가 있었으면 좁혀지거나 서로 발전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독자가 그렇게 새심하게 검토를 해서 읽어야할 의무가 없기에 일단 눈에 안들어오게 복잡하면 패스해버리겠지요. 부족한 제가 보기에는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난해한 글이라서 저같은 사람을 설득시키거나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애써서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되지 않거나 생각이 와전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경험에서 제가 느낀 것은 말이나 글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킬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더군요. 이덕하님도 이 부문에 대해서 노력을 조금 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서시 ()

      솔직히 말하자면 넉줄 이상 읽어보면 이게 무슨 소리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입니다.

    까고 싶어서 까는게 아니라 까게 글을 씁니다.

    Bozart님처럼 친절하거나 언제나 무한도전님처럼 성정이 맑지 못해서

    짧게 한마디하고 그냥 무시하기로 했습니다만...

    본인이 그렇게 깊이 있으시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학회지에 게재하시고 학회에 나아가 진정한 고수들과 정면승부하시기 바랍니다.

    칼도 뽑아야 진검승부지, 칼을 보여준다고 진검승부가 되지 않습니다.

  • 칼도 ()

      읽는 사람들의 양이 중요하면 아고라에 올리면 될거에요..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는 글이 전달되는데는 글쓰기 실력 자체와 무관한, 독자측의 일정한 조건도 요구되는거에요.. 세심하게 검토할 여유와 능력이 없는 이들은 읽기는 하더라도 댓글을 달 자격은 없는 것이거나 자신이 이해한 것에 대해서만 달아야 하는거에요.. 아니면 겸손하게 학생같은 태도를 취할 수도 있어요..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저라면 스스로 공부해서 채워넣겠지만요..

    4줄말고는 이해할 능력도 안된다면 까게 글을 쓰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해요.. 깐다고 말만 하는 것은 까는게 아니기도 하구요..

  • -_-; ()

      ㅎㅎ

    독자들이 무식해서 반발하고 있으니 헛수고 말고 가시라~~~

  • -_-; ()

      아니면

    독자들 수준에 맞춰서 가장 자신있는 부분을 길지않게 자신의 주장을 담아 요약해 보라~~~

    할 수 없다면? 독자들이 공부해 주길 바라지 마라~~~

    할 수 있다면? 해보라... 까주실 지도 모르니까~~~

  • -_-; ()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떤 훌륭하신 분이 일반인(대학 1학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자기 자신도 아는게 아니라고 했느니~~~

  • 이덕하 ()

      칼도님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분들이 제 글에 대한 bozart님의 비판이 정확하다고 보시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저로서는 bozart님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써서 올리겠습니다.

  • -_-; ()

      bozart님이 수고 했다고 보고요... 당연히 할 말이 있으면 재반박을 해야 되는 겁니다. 남들이 정확하다고 보거나 말거나 그건 상관없는 일이죠.. 혹시 칼도님처럼 대신 누가 수고해 줄거라고 생각했나요?

    그리고 위에 칼도님에게 한 말이긴 하지만 보셨으니 일반인을 위한 요약문 한번 작성해 보세요... 그러면 아마도 관심있어하는 분들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글이 길다고 좋은게 아니거든요...

  • -_-; ()

      물론 긴 글을 평가받고 싶어서 올린 것이 목적이라면 일반인을 위한 요약문은 좀 다른 얘기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더 성실하게 bozart님의 비판에 응답을 했어야 하고요... 재반박이든 요약문이든 기대할께요~~~

  • -_-; ()

      아마 요약문없는 재반박은 별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사라질 듯 하지만...

  • 준형 ()

      덕하님/

    재반박글 올리시기 전에 교정이 필요하시면 저 한테 쪽지 주세요. 제가 한번 봐 드리겠습니다.

  • 날자날자 ()

      글을 읽을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있으니 반박이 있겠죠.
    그러나 읽지도 않았다고 떠들면서 블라 블라 하는 분들은 대체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오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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