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란 용어는 알수록 심오하다

글쓴이
박군
등록일
2016-02-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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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 고등학교에서 3년을 기능훈련(체고에서 국가대표 뽑듯이 아침8시부터 밤10시까지 부품도 작도, 전개도, 프리핸드, 3D 등만 반복합니다)하여 수백장의 원도를 손과 컴퓨터로 그리면서 "제도" 를 익혔을 당시엔 설계를 몰랐다. 캐드가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라지만, 공학이 들어가지 않아 대학교 입학전까지의 내가 하는 것을 설계라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당시 내가 생각없이 그리는 모든 선과 기호는 KS제도법을 준수할 정도의 경지에 올랐기에 대학교 선배들은 내가 도면쳐내는 모습을 보곤 혀를 둘렀고, 남들과의 차이를 발견했다.

고2때부터 각종 기어(스퍼기어부터 헬리컬, 스파이럴, 베벨, 래크피니언, 웜기어 등)를 샤프 공학계산기로 계산하고, 사인 코사인을 밥먹듯이 다뤘기에 어쩌면 이것도 설계를 하고 있었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기계설계산업기사를 쉽게 취득하면서 "산업기사"가 되었고,
이때부터 내가(산업기사) drawing한 모든 도면은  "설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설계란 문구가 들어간 책은 정말 많이 읽었고 나중엔 공업수학, 프로그래밍과 수치해석, matlab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까지 다루었다.

졸업하고 핸드폰을 유럽에 수출하는 회사에서  기구설계를 담당할 땐 오히려 공식이나 공학은 별로 쓸 일이 없었고 디자이너의 의도를 기구학적으로 구현하고 경제적으로 생산 가능한 금형설계 기술 쪽이 더 중점이었다.

이후 삼성, 엘지에 납품하는 자동화장비 설계부서에서 근무할땐 설계공식은 꽤 많이 사용했다. 디퓨져, 오리피스, 각종 공압밸브와 실린더, 모터 선정과 볼스큐류,  베어링 선정 등등 업체 카다로그가 내 키만한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시간날때마다 모두 읽어봤었다. 장비가 요구하는 품질을 맞추면서 tact time을 최소화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것이 설계에 근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재질, 열처리가 다른 부품이 수백가지 이상 조합되고 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반도체, 진공설비(플라즈마), 노(furnace) 설비 전문회사에서 일해봤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시기 설계를 더이상 하기 싫었다. 제 아무리 능력을 키워간들  보상이 적었고 모티브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직장을 옮기고 몇년이 지난후 공사설계 라는 생소한 단어를 접했다. 설계는 설계인데 이건 뭐지 싶었고, 이는 목적물을 기획하고 배치하여 물량을 산출하여 재료비, 인건비, 경기 등을 뽑아 원가계산서를 작성하는 업무였다.
이 업무를 하면서 이건 공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계공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설계" 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다. 어찌보면 이 역시 표준품셈과 제비율, 계약법규, 물가, 물정, 일위대가 등이 정리되면 익숙해질듯 하다.

올해를 끝으로 설계는 그만두리라. 갈수록 학습할 것은 늘지만 내 역량을 키운들 무슨 보상이 따를까. 그저 차한잔 마시면서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가는데 집중할까 한다.

처음에 접한 업무들이 팔로우를 위한 설계였다면 지금은 기획에 가까워지고 있고, 설계를 위한 예산 회계 세무 자료관리..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이만하면 마이 묵은 것 같다.

설계는 본인이 계획한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의 예산으로 추진할지 구상하여 효용 가치가 높은 실물을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을 관리하므로.. 즉 기획에 가깝다..

다음엔 기획만 해야겠다. 설계도 슬슬 끝이 보인다..

  • 번스타인 ()

    저도 플랜트 설계쪽으로 가고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설계란 직종도 노력에비해 보상이 따르지않는 직종인가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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