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이곳에 돌아와 봅니다.

글쓴이
등록일
2017-01-30 01:29
조회
4,428회
추천
0건
댓글
6건
정말 오랜만에 생각이나 들어오게 되었는데, 페이지 디자인이 변경되었네요ㅎ
예전에 제가 써 놓은 글들을 보니 예전 생각도 많이 납니다.

저는 전자전기공학 전공으로 지금까지도 가장 인생에서 뿌듯하고 가슴벅찼던 때를 꼽으라면
전공공부를 했던 때라고 말하고 싶네요. 어렸을 적부터 그토록 이해하고 싶었던 기기나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하고 과거 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이론들을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신나는 일을 나는 평생 해야겠다 항상 생각하고 있었죠.

대학원이나 취업 면접에서 항상 얘기하고 다녔던 제 인생의 비전이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를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예술가 또는 아티스트 개념의 디자이너가 아니라
엔지니어야 말로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세상을 창조해 나가는 디자이너라 생각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크게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향적이고 스스로 어필을 할 줄 알고 경영능력을 겸비한 엔지니어가 되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엔지니어의 실상을 경험해 보기위해 s전자 인턴을 지원해 보게 됩니다.
이런저런 안좋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현실은 듣던 그대로였습니다. 엔지니어라는 말이 무색하고, 개발자?라는 말도 무색하고 그냥 뭐랄까.. 그냥 마구 우겨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3개월만에 났습니다. 이건 아니구나
싸이엔지에서 선배님들이 말하던게 바로 이거구나. 역시 직접 느껴보니 확 와닿았습니다.

그리고는 커리어에 대해 재고하게 됩니다. 엔지니어의 비중을 인생에서 작게 가져가는 것으로 바꾸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경영지원 직군으로 옮겨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로 꿈꾸었던 많은 사람과 글로벌하게 업무를 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항상 머리속에 맴돌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의 적성이 사람들과 부딪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남을 짓밟고 이득을 챙겨야 하는 것에 취약한데, 제가 맡았던 구매업무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회사가 원하는 것을 취해야 하는 업무였습니다. 사람들도 정말 말도 안되게 사납고 드센 종류들만 득실 댔으며 참으로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때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신경계 반응이상(?) 이라는 생전 첨보는 증상도 겪었고 제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지고 호기롭게 커리어를 변경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이 때 구르고 터지면서 단기간에 경험한 수많은 것들이 도움이 되긴 합니다. 큰 목표의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저는 그리고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싸이엔지도 돌아와서 글을 올렸었습니다.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시 돌아가 대학원 진학을 하거나 이민을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저는 10개월 가량을 그냥 쉬었습니다. 병원도 다니고 그랬습니다.

다시 에너지가 생길 때 쯤이 되니 일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때가 서른이었습니다. 취직하기는 늦은 나이었죠
그냥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조용히 지낼 수 있는 회사나 들어가던지, 이마저도 안되면 이민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마음을 내려놓고 커뮤니티 컬리지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구나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취업에 도전했었습니다.

지금은 정말 운이 좋아 현재 공기업에 재직중에 있습니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몸과 마음에 여유는 생겼으나 아직 마음 한구석은 예전에 공부하며 기뻐했던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꿈은 이렇게 자명한데, 안정된 삶이라는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꿈을 양보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 처럼 안정적인 현실을 손에 쥐고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 하지는 않을까?

그런데 제가 지금 현실과 타협하고 안정적이고 시간적 여유가 어느정도 보장된 생활을 하니 위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네요. 배부른 소리이긴 합니다.
제가 이렇게 푸념섞인 글을 길게 쓴 이유는 마무리를 하며 이렇게 말씀해 드리고 싶네요.

선배들이 말하던 현실에서 안정적인 직업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꿈에서 멀어진다면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하지만 그 손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까 아직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원했던 엔지니어의 모습..그러한 직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독일에 가서 느꼈습니다.
장비 검수 건으로 독일 출장에 가서 직접 수작업으로 장비를 제작하는 독일 공장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부터 50은 되어 보이는 분까지 직접 장비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장비를 조립하는 기능공이냐?" "본사의 헤드 엔지니어들이다. 장비를 직접 설계, 제작하고 테스트 한다."
엔지니어들이 직접 필드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학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묻지는 못했지만 제가 바라던 엔지니어의 활동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지금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장면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독일 그 엔지니어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저의 학창시절 제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었습니다...

두서없이 쓴글 양해 바랍니다...

  • 중반전략 ()

    다니시는곳이 전공관련회사이신가요?

  • 통나무 ()

    독일 엔지니어를 부러워할게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만들어 갔는지를 배워야겠죠.
    그게 실제 실력이고 정상적인 사회일테니까요.

    설 명절인데 이러저러한 전통이 실제 전통인지 아닌지도 모호한데 이러저러한 예식들이나 절차들이 대부분 안해도 되는 일인데 줄어들기는 하지만 아우성이죠.
    그냥 안할 사람 안하면 되고, 8할이 다 쓰잘떼기 없고, 그냥 햇받에 3분카레나 인스턴트 식품 사다가 먹고 쉬면서 읽고 싶은것 읽기만 해도 좋은 시간에 이상한 일들로 시간을 다보내죠. 이러저러한 것들 다 찾아보면 말도 다 다르고 하는 식도 다르고 제대로 아는사람도 없고,...그런데 뭔가 있는것처럼.....

    회사이던 학교이던 시간내 일 외에 나머지 8할이 고생시키는 일이고...
    실제 엘리트던 능력이 있다면 안할일은 안하고 고생시키는 공부는 줄이고, 잘 쉬고 놀면서 자기일에 집중할수 있게 만드는게 진짜 능력이고 실력인데, 이걸 맞대면 했을때 항상 생각할게 인생이 자판기가 아니고 누가 주어지는것도 아니고 날로 먹을수도 없다는것이죠.

  • 돌아온백수 ()

    하드웨어 쪽에서 일본과 독일을 따라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미국은 3D프린터와 몰딩 기술로 가능하다고 우기고 있기는 한데...

    소프트웨어 쪽은 한국은 기회를 놓쳤죠. 리눅스가 태동하던 시기에 확 밀어줬으면, 지금 전혀 다른 판이 벌어졌을거라고 늘 안타까워 합니다. 그때, MS 밀고 아래한글 밀다가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지경이죠.

    Lua 라는 스크립트 언어는 브라질에서 만든 것이고, Ruby는 일본에서 만든거죠. 한국이 게임 시장에서 반짝했을때, 스크립트 언어 하나 만들어서 밀었으면, 어찌되었을까 상상해봅니다.

    이런 생각을 자꾸 하다보면, 결국은 사회의 계층구조, 지배구조의 문제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불합리를 깨어 버려야, 뭔가 바뀔텐데...

  • 재료과학도 ()

    엔지니어에 대한 잘못된 환상이 있으셨군요... 기술혁신은 고상한 이론적 작업에서만 얻어지기 아노습니다...에디슨식 trial and error , 주먹구구식 노력, 무수한 착오와 실수와 욕망에서 더 자주 얻어집니다... 기술의 역사를 봐도 그렇고 현직 엔지니어로서 경험해봐도 그렇습니다... 이런 아름답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노력이 모여 아름답고 고상한 기술 혁신들이 만들어짐을 현장에서 목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짧은 댓글에 다 담기 어려운 여러 측면들이 있습니다.. 기술개발 혁신에는요... 끊임없는 분투의 과정입니다...계산과 이론적 분석이 중요해진 현대 엔지니어링에서도 그렇구요...

  • 시나브로 ()

    제 경험상 기술분야의 발전은 기술자들간의 열린 토론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토론과정에서 문제점이 분명하게 파악되고 해결책이 마련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이런 토론을 이끄는 리더가 기술에 무지할 경우에 발생합니다. 자금 및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최선의 방안이 사장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버립니다. 그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을 강요하면 반대할 수 없게 됩니다.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가 기업에까지 끼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여 이상실현 등  보편적 가치가 자리잡기 어려운 환경이 된 이유도 클 것입니다.

    저도 많은 고민을 통하여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연구과제를 제안했다가 상사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이 많아지니까 나중에는 그냥 월급쟁이로 안주하게 되고 인생이 허무해지고 그러더군요.

  • 작은고기 ()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시고 10개월동안 쉬시는 동안 주위에서 여러사람들의 말들이 있었을텐데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셨군요. 좋은 공학자가 되는것도 중요하지마는 좋은 사람으로 사는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공부할때 물리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분이 본인이 노벨상을 받은 후 주위를 보니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후회하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저도 오늘 오후에 납품회사와 유쾌하지 못한 미팅후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동료들과 일을 하다보면 독일 엔지니어는 손이 엔지니어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점점 사라져 가는 참으로 부러운 면입니다.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14540 안팎으로 꽉 막힌 세상 댓글 9 예린아빠 12-01 2614 0
14539 코딩교육 시키는 이유 ㅎㅎ 댓글 35 매력나마? 11-20 4968 0
14538 행렬, 벡터 교육 삭제라니. 나라 완전 거덜내는구만 댓글 18 지나가다 11-20 4655 0
14537 회사생활너무 힘들어요...[음슴체 주의] 댓글 5 매력나마? 11-18 3859 0
14536 설레발 치는 검찰, 검사들 댓글 15 시간 11-12 2519 0
14535 드디어 계급사회 완성 댓글 9 지나가다 11-09 3155 0
14534 어째서 8학군을 부활시키고 강남부동산 값을 계속 올리는 걸까? 댓글 1 지나가다 11-09 2196 0
14533 오랜만에 들른거 같은데, 여기 탈퇴가 안되는가요? 댓글 1 blood 11-07 2293 0
14532 부동산 이야기 댓글 23 예린아빠 11-07 2783 0
14531 젊은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긴 하지만... 댓글 34 돌아온백수 10-17 3915 0
14530 하이닉스 다들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댓글 5 그네후 10-14 3400 0
14529 별장 성접대 총장의 수사방식 댓글 10 시나브로 10-11 2719 0
14528 조국과 황우석 댓글 15 예린아빠 10-08 2733 0
14527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이후 불과 3달만에 댓글 19 고민고민하지 10-05 2630 0
14526 다 이유가 있다 댓글 8 시간 10-04 2324 0
14525 200만 vs 400만 댓글 17 freude 10-03 2647 0
14524 조국 가족 관련 검찰수사에 대한 소설 댓글 11 남영우 10-02 3088 0
14523 검찰개혁 요구 및 조국지지 집회 인원 (100만 집회) 댓글 19 남영우 09-30 2815 0
14522 검찰개혁 댓글 10 ourdream 09-29 2122 0
14521 100만명 이상? 거짓으로 선동하는 조국지지 집회 댓글 18 freude 09-29 2717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