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연구의 필요성?

글쓴이
프로네시스
등록일
2017-07-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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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담입니다만...

기술 발전은 대충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것 같습니다. 최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단계와 이 가능성을 바탕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과정 마지막으로는 제품화 및 양산단계입니다.

최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예를 들어 두 물질간의 접촉포텐셜에 기인하는 전기 정류 특성을 발견한 것, 맥스웰 방정식을 검증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실증하는 실험들... 우연히 수업 중에 발견한 전자기 유도 현상... 유기 재료에 전류를 가해서 빛이 나는 현상을 발견 한다거나..실용적인 PCR 장비가 호열성 세균에 대한 기초연구에 빚지고 있다는 것.. 조금만 찾아봐도 무수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기업 연구소나 응용과학계에서 하는 일은 이런 최초의 발견을 기반으로 실용적인 가능성을 찾고, 성능을 이론적 가능성에서 실용 가능성의 단계로 끌어 올리는 것입니다. 20세기 초중반미국의  벨랩, IBM, 코닥의 연구소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돈을 버는 곳은 결국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고 양산에 성공하는 기업입니다. 삼성이나 TSMC는 위에 언급한 기술 개발의 세 단계 중 세번째 즉 제품화/양산에 강점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런데 돈은 이들 회사들이 법니다. 인텔이나 도요타, 바스프나 머크와 같은 여러 첨단 기술 집약적 회사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강하다지만.. 이 회사들이 기초과학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기초 과학을 하고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곳은 대학과 같은 학계죠... 대부분 우연히 가능성들이 발견됩니다. 가능성이 보이면 회사에서 산학 연구로 지원하거나 벤처에 투자해서 미래를 대비합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OLED 패널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삼성디스플레이입니다. 최초로 유기발광 현상은 대학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쓸만한 유기발광 소자 구조를 만든 건 코닥입니다. 하지만 코닥에서 해당 연구를 주도한 Tang박사는 상용화에 회의적이었다죠... 이 연구를 바탕으로 최초의 제품을 낸 곳은 일본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수율 등의 문제로 안되는 기술이라 보고 금방 접습니다(최근에 뒤늦게 다시 시작했다지만). 결국 삼성이 대규모 상용화에 성공하고 최근 분기 조단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한 일을 기초과학 역량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삼성에서 해낸 겁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후발 주자들이 1, 2위를 다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초 과학에 대한 연구는 실패 확률이 크고 어차피 논문으로 모두 공개됩니다. 기술 개발 가능성이 보여도 스케일업해서 양산이 되어야 돈이 벌립니다. 예전처럼 교류가 꽉막히고 정보 공유가 어려운 시대도 아닙니다. 상용화 단계에 뛰어 들어도 얼마든지 성공한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가능성 있는 벤처라면 돈주고 사도 됩니다.

기초과학기술원에서 노벨상 받는다고 연구단별로 연간 백억씩 들인다는데요..
노벨상 받는다고 국민들 기분 좀 좋은게 다인거 아닌지..그 큰 돈을 그냥 상용화 연구에 들이는게 낫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기초과학과 상용화를 통한 수익창출이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것은 일종의 역사적 신화에 가깝다고 봅니다. 20세기 초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었고 정보 획득이 어려웠기에 처음 발견한 자가 상용화까지 성공시키는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선진국의 경제발전이 포화되고 최신 연구들을 누구든 손쉽게 얻을 수 있게되죠... 제조업을 통해 후발주자들도 막대한 자금력을 갖게된 현대에는 기초과학 발견과 상업적 응용은 뚜렷이 분리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 돌아온백수 ()

    구글의 알파고, 무인자동차, 스페이스 엑스의 회수가능한 로켓 등등 사례는 많지요.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된것도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최근 삼십년 정도, 학계가 혁신을 주도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나노미터 수준의 정확도를 가지는 리소그래피 장비가 한대에 백억이 넘어갑니다. 그 장비를 유지하려면, 연간 10% 정도가 들어가고요. 여기에다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클린룸 과 비슷한 수준의 기타장비를 갖추려면, 수천억원이 들어가요.

    미국에서도 국가연구소나 대학에서 저런 시설을 갖출 수가 없어요. 물론, 저런 수준의 장비가 꼭 필요한지는 연구분야마다 다릅니다만. 저런 장비를 가지고 할수 있는 연구들을 수행할 수는 없죠.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은 다룰 수 있습니다만, 그런 재료를 나노미터 정확도로 배열시키려면, 수백억, 수천억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요. 그러니까,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예전 부터 아이디어 자체 보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더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명예를 주는 이유도, 아이디어 소유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동기가 우선이었죠.

    앞으로도 이런 분리현상은 더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 통나무 ()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를 가지고 경제효과를 따지는 것은 내가 오늘 낸 부줏돈이 과연 언제 회수될까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인식하고, 좀 작작하기 바란다. 우리가 오늘 남의 경조사에 낸 부줏돈은 우리의 사회속에서의 ‘얼굴’ 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예의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투자하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후손에 대한 ‘예의’ 인 것이다.

    자, 그러니까 여러분은 부줏돈을 남들 하는 만큼은 내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 동료가 5만원 하는데 혼자 만원짜리 한장 넣지 마세요..
    https://madscientist.wordpress.com/2014/09/26/%eb%b6%80%ec%a4%8f%eb%8f%88-%ea%b3%bc-%ea%b8%b0%ec%b4%88%ea%b3%bc%ed%95%99%ec%97%b0%ea%b5%ac/


    돈 되는 기술의 원천을 찾아서 : PCR 이야기
    https://madscientist.wordpress.com/2016/09/28/%eb%8f%88-%eb%90%98%eb%8a%94-%ea%b8%b0%ec%88%a0%ec%9d%98-%ec%9b%90%ec%b2%9c%ec%9d%84-%ec%b0%be%ec%95%84%ec%84%9c-pcr-%ec%8a%a4%ed%86%a0%eb%a6%ac/

  • 댓글의 댓글 통나무 ()

    삼성전자 한분기 이익이 13조인가 벌었다죠.
    국가 재정에서 백억정도는 아주아주 작은 재정계획할때 소숫점 밑에로 취급하는 아주 작은 돈이라고도 하더군요.  국가 경제 사이즈가 커질수록 거기에 맏는 책임이 복지도 있고 해외원조도 있고, 기초적인 과학에 투자하는것도 있을겁니다. 힘이 닿는한 연구조건을 좋게 하고 투자비도 더 줄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국가단위에서 푼돈중의 푼돈일수 있는 저런돈까지 고민을 하는것은 좀 아니라고 보입니다.

  • 댓글의 댓글 프로네시스 ()

    연구단 하나에 백억이구요... 기초과학원 전체로는 수 천억일 겁니다... 그리고 한국이 연구개발에 지원하는 세금은 이미 GDP대비  OECD 1위구요 (이 중 진짜 기초에 대한 비중이 몇 위 일지 모르겠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그 쓰임과 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결과에 대해 정직하게 피드백하고 추가 지원에 대해서 동의를 구해야지요. 한 두푼도 아니고 그거 아니더라도 세금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도 아닙니다...결과물이 신통치 않으면 줄이는게 당연합니다. 경제력이 크니 돈 더 내놓아라? 돈이 땅파서 나오는 줄 아시나보네요...위에 링크거신 미친과학자의 태도에 동의하긴 힘드네요..

  • 댓글의 댓글 통나무 ()

    연구개발에 1위인것은 맞는데 그게 어떻게 쓰이고 나뉘고 뭐 그런 것까지는 내가 찾아서 알필요는 없는것 같고요. 그게 잘 운영되게 해야하겠죠.
    그게 어찌보면 국가나 사회의 수준일테고요. 잘 운영되면 성숙된 사회고, 이러저러한 지저분하게 운영이 된다면 그저그런 사회일테고요. 운영은 기초과학이나 그런것과 상관없는 사회적 발전정도와 연관이 되겠죠.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 뭐다 이런것도 밖에서도 얘기를 해야하긴 하겠지만 당사자들이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뭘 하게 놔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통치 않다고 판단하면 돈을 더 때려박던지, 더 기다리던지 해야하겠죠.

    돈이 땅파서 안나오기때문에 그렇지 않으면 돈되는 곳으로가지 누가 하나요.

    이런 댓글 다는 시간에도 돈되는곳에서는 돈이 돌아갑니다.
    공인중개사 한사람이 돌리는 돈이 수백억이되는데 돈으로 따지면 대부분의 활동이 무의미 해집니다. 일찍 돈되는곳으로 가야지 분야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사회 붕괴되요.

  • tphysics ()

    이전에 비슷한 글이 올라온적이 있는데 참고해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http://scieng.net/tech/9185
    http://scieng.net/bbs/board.php?bo_table=now&wr_id=147314&device=pc

  • 크립토 ()

    중국이 지난 100여년간 서양의 과학기술 등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가, 불과 30여년만에 세계 강국이 되었습니다. 그저 인구수와 자본만으로 현재의 기술발전이 이루어졌을까요?

    수백 수천년 동안 밑에 흐르던 기초과학(?)의 힘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일본의 명치유신이 150여년 전입니다. 그때부터 서양수학을 받아들이고, 100여년이 지나서야 세계적인 결과들을 냅니다. 지금의 일본수학을 자본으로 얻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기간 동안의 기초과학에 대한 저력이 쌓였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의 역사는 어느 정도일까요? 수학의 경우라고 본다면, 1980년대가 그나마 우리나라에 서양수학을 배우신 분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그렇게 보면, 겨우 30년 ~ 40년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수학 등의 기초과학의 강국이라고 말하기 너무너무 초라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수준은 세계적 과학, 기술의 강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족함이 많습니다.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이나 상용화기술이나 아직 세계를 지배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기초과학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은 젊은 연구자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묻지마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댓글의 댓글 프로네시스 ()

    네 말씀하신 내용은 일반적인 생각이고 저도 일부 동의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올린 잡담의 주제는 그런 측면들이 일종의 착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관한 것입니다. 대학을 나와서 실제 산업현상에서 일하면서 체득한 것입니다. 설계도 말씀하셨는데요.. 제 주장은 그 설계도를 만든 기초 물리나 화학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도 단순히 "읽을 줄만" 알아도 제품은 만들 수 있고, 실제로 좋은 제품은 설계도를 만든 기초과학 역량과는 다른 고유한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품화에는 엄격한 논리만이 아닌 주먹구구식trial-error 전략이 효율적인 경우가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기초과학 역량과 제품개발 양산화 역량은 각자가 고유한 영역이 있고 생각보다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물론 최초의 발견은 기초과학에서 나오는데 이는 아시다시피 금방 공개/출판됩니다).

    많은 분들이 암묵지 얘기를 하시는데 이 암묵지에 기초과학에 대한 부분과 제품화 영역에, 학교에 있을때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뚜렷한 분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 기업의 역사를 찾아보고 제가 산업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종합하면 그런것 같습니다...

  • 댓글의 댓글 통나무 ()

    경제학 교수가 돈버는 문제 같은데요.
    어디서 돈을 벌지 그걸 잘 아는게 경제학은 아니죠.

  • 돌아온백수 ()

    민간기업이 국가를 넘볼만큼 거대해진 상황이 구글등 거대기업이 장기과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 그런 경제적인 이유가 하나이고요.

    또다른 이유는 대학이 단기실적 위주로 평가를 바꾸어서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출판실적이나 기술이전실적을 챙기면서, 오히려 기업보다도 더 단기과제에 대학이 몰입하고 있습니다. 일년안에 결과가 나와서 출판이 되거나, 상업화 가능한 기술에 손을 대는 거죠.

    특히, 미국 대학이 이런 조류를 이끌고 있고요. 테뉴어 심사까지 5-7년안에 승부를 보려는 바람에 남들이 하지 않는 장기과제 보다는 쉽게 출판이 가능한 과제만을 추구하는 거죠.

    한국은 미국대학 출신을 대거 교수로 임용하면서, 그 조류를 따라가고 있고, 지금 그 부작용이 점점 드러납니다. 심저어 한두번의 실험으로 출판을 하려는 경향이 연구윤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죠.

    미국은 그나마 국립연구소가 이런 세태에서 장기과제를 이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주제는 국립연구소가 받아서 이어가는데, 주요한 내용들을 비밀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 크립토 ()

    해당 엔지니어분들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래의 예를 봐도 하나의 기술로만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과 영국만 배터리를 공유하고, 공개하지 않으니, 항우연에서 배터리 기술을 연구개발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배터리 만들어서 수년 후 관련시장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을까요? 드론을 띄워서 할 수 있는 많은 상용기술과 산업을 같이 발전시켜야 할텐데, 드론만 띄우면 다는 아닐 듯합니다.

    오픈소스 등으로 공개하는 것은 시장을 키우려는 경우 정도이고, 운이 좋으면 그 공개기술로 우리가 대박이 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책의 방향이 그런 것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30&aid=0002626984

    비빔밥을 거의 만들어 성공했지만, 정작 고추장이 없는 꼴입니다.ㅠㅠ 이런 것이 기초과학의 저력이라고 봅니다.

    자동차회사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공학만은 아닌 세상으로 변하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정작 전기, 전자, 통신, 배터리 기술이 미래 자동차의 핵심이 되는 세상이니, 다방면의 전문가가 모두 모여야 상용화에 성공하고 산업이 발전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결국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본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야 하고,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당장의 끼니도 해결해야 하지만, 다음 농사를 위해 소를 귀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댓글의 댓글 돌아온백수 ()

    뭐, 드론이야 가벼워야 하니까...

    사실, 가장 오랜된 납-황산 밧데리도, 여전히 자동차에 들어있잖아요. 이것도 나노 기술을 적용하면, 훨씬 개량될 가능성이 많아요. 이런 밧데리 수명을 5배 10배 늘이기만 해도, 사는게 얼마나 편해지겠어요?  (점퍼 케이블 찾아 해멘 경험 없는 분들은 이해 못하시니까 패쓰)

    이런 연구를 한다고 나서면, 돈 줄 사람이 없죠. ㅎㅎ

  • 통나무 ()

    세상은 변하는데요. 그리고 내일일을 누가 미리 다 알수도 없는것이고.
    오히려 지금 던져야 될 질문과 해결해야 될 문제는 기초과학에 투자니 뭐니가 아니라
    기초과학이나 연관된 연구자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서 뭔가를 할수 있게 만드냐.

    지금까지 대학들이 취업에 좋은 과를 중심으로 조정되는것과,
    내년부터인가 대학 입학정원이 줄어든것과 관련해서, 구조조정이 들어가고,
    돈버는데 니들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강박적으로 답을 해야되는 이런식이 되어버리면, 장기적으로는 어디에도 도움이 안될것이라고 보거든요.

    사회가 변할때 대학과 거기에 연관된 연구자들의 변화도 어쩔수가 없을텐데 이게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어느정도, 가릴것은 가리더라도.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변화에 맞게끔. 그리고 그게 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이건 연구자들 수명도 늘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수명도 늘기때문에 대학이나 이러저러한 공간들이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수도 있고요) 사회적 센터로 가야할수도 있거든요.

    지금 노후문제도 돈도 돈이지만 대부분 뭘 하던지 간에 나와서 손놓고 있는데,
    기초연구나 공부라는게 노후의 훌륭한 대책이 될수가 있다고 보거든요.
    장기간의 연구라던지, 각자 전공한것들 나중에 대학에서 연관된 부분들을 새롭게 더 공부가능하고 벼라별 연관이 다 될수도 있거든요.

    이런것은 원론적인 얘기지만 제일 중요한것은 그런것을 잘 할 인재가 필요하겠죠.
    말보다는 진짜 잘 할 사람. 그게 능력이고.

  • 통나무 ()

    학부 공학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9022
    KAIST 박사과정 때 나름 세계 최초랍시고 반도체 패키징(packaging) 분야 최고 저널에 논문을 몇 편 썼다. 그런데 IBM에 들어가보니 거기서는 이미 오래 전에 다 연구해둔 것들이었다. 논문으로 안 썼을 뿐이지. 학계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논문은 제3자가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끔 써야 한다는데 그런 논문을 어느 회사가 쓰겠는가? 경쟁사와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고 판단될 때는 특허조차도 안 쓸 때가 있었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런 것 연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며칠 내로 구글 같은 회사가 이미 제품을 내놓는 경험을 많이 한다.

    반도체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려면 패키징만 잘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통신 아키텍쳐(architecture)도 좋아야 하고 집적 회로도 우수해야 한다. 패키징만 해도 전기적 특성 외에도 기계적 특성과 발열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고, 공정 기술이 받쳐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 단계에서도 열 명 정도의 팀이 필요하고, 양산까지 고려하면 수십 명이 필요한 일이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팀에 껴 있으면 그냥 매니저가 시키는 일만 해도 저절로 세계적인 성과가 된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이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분야에서 일개 교수가 대학원생 몇 명 데리고 얼마나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겠는가?

    내 전자기학 수강생 숫자가 100명이 넘는다. “인맥을 통해 기출문제를 구해다가 달달 외운 학생들 때문에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들이 있어서, 지난 네 학기의 시험 문제와 풀이를 자료실에 모두 올려준다. 기출문제라 해봐야 어차피 교과서 예제 수준의 문제들이다. 처음엔 책에 나오지 않는 참신한 문제들을 시험에 냈더니 평균이 10점대로 나오길래, 그 다음에는 기출 문제의 조건만 살짝 바꿔서 냈다. 그래도 점수가 너무 안 나와서 최근에는 기출 문제를 완전히 베껴서 내고 있다. 최신 트렌드는 커녕 100년 전에 풀린 문제를, 그것도 족보를 그대로 베껴내는 데 평균이 40점이다.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저런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사실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100명을 한 반 30명씩 세 반으로 나눠서 가르치면 학업 성취도는 획기적으로 올라간다. 전자기학에서는 수식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대신에 판서를 꼭 할 필요가 있지만, 100명이 다 볼 수 있게 쓰려면 칠판을 수시로 지워야 하며 그럴 때마다 흐름이 뚝뚝 끊긴다. 30명 상대로는 지필고사가 아니라 한 명씩 불러서 구술 면접을 보면서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질문을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점점 깊이 있게 던지면 상위권 학생들의 호기심도 자극할 수 있다. 개념은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벡터 미적분 계산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교수가 별도의 문제 풀이 세션을 운영할 수도 있겠다.

    우리도 몇 군데 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육 중심 대학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대학 평가에서 연구 실적만 강조하고 있으니 교육 중심이어야 할 대학들이 억지로 연구 중심인 척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대학이 수행하는 대형 연구 개발 사업은 대폭 줄이고, 그 돈을 학부생 교육을 제대로 하는데 써야 한다. 어차피 의미 있는 연구는 하지도 못할 상황이니 영양가 없는 논문 억지로 쓰게끔 하지 말고, 중요한 줄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학과 교수 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 댓글의 댓글 프로네시스 ()

    저만의 경험이 역시 아니군요... 몇 달 전에 학교와 중소업체가 참여하는 수십 억 짜리 국가 과제 심사하는 곳에 구경다녀 왔는데... 저희 회사에서 4년도 더 전에 이미 성공해서 상용화한 기술이더군요.. 구경자 입장에서 그냥 보고만 있었지만... 좀 그랬습니다. 또한 회사 처음 입사했을때는 최신 논문 보면서 공부가 많이 되었는데.. 지금은 논문 볼 일이 없네요.. 논문 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참고할 만한 수준의 연구가 거의 없어서입니다.

    이런데 쓰일 돈을 아껴서 교육에 더 투자하는게 맞겠죠... 링크 거신 글에 백프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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