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공대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

글쓴이
공대2
등록일
2002-02-23 21:30
조회
5,741회
추천
1건
댓글
1건
자주 들르는 게시판에서 읽은 글 중 맘에 드는 글들을 퍼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90학번이니 그리 젊지도 그리 늙지도 않은 나이이다.
 
아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우리 전기공학부 그리고 공대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글을 그다지 감동깊게 또는 사무치게
쓰지는 못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부터 우러나오는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1. 포부를 크게 가져라 그리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껴라.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의 '과'자도 모르는 자들을 위해서 하수인 노릇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그 정당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수 없다.
그것은 오직 과학기술과 /함/께/ 사는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과학기술의 역할과 정당성에 대한 철학을 기본으로서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평생 자신이 "무엇을 시키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돌대가리들을 위한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만을 위해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현존
사회의 타락과 몰락을 부를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소홀해 왔다. 우리는 눈앞의 시험에만 - 전공 시험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과기자인 이상 전공 지식은 필수다 -
몰두한 나머지 우리 나름대로의 관점, 가치관.. 특히나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는데에 너무 소홀해 왔다. 이것은 한두 사람이
확립하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모두 논의에
참여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가치관을 사회에 실현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그런 일을 해줄 것으로 믿지 말아라.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가치관을 사회에 실현하려면 사회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바꿀 수는 - 아니면 지킬 수는 - 없다.
이 사회에 돌아가는 메캐니즘과 그 안에 내재한 원칙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뜻을 펼 수 있는 방법론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의 후배들이라면 적어도 경제학, 사회학, 그리고
법학의 기본지식들 - 잡다한 지식의 집합이 아닌 원칙의 이해 -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나의 후배들이 사회에 나가 해야 할 역할을
고려한다면 전공지식과 함께 사회가 돌아가는 메캐니즘 정도는 철저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현대 사회를 근원적으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는 바로 과학기술자이다. 생산되는 가치의 대부분은 과기자의
정신노동에서 유래한다. 그러한 과기자들이 "자기가 지금 뭘 시키는 지도
모르는" 돌대가리들의 하수인으로 남는다면 그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2. 현실을 처절하게 인식하라.
 
과학기술자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지극히 비참한 존재이다.
서울대 출신이라해서 다를 것이라 생각말라.
석사 졸업한다고 다를 것이라 생각말라.
박사 졸업한다고 다를 것이라 생각말라.
 
사회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가치는 너희들의 머리에서 나올 것이지만
너희들은 그 댓가의 1/100도 받지 못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탈출구가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너희들은 결국 월급장이로 전락해
노동의 댓가는 대재벌들의 소유주들에게 고스란히 빼앗길 것이며
그나마 얼마안되는 월급은 세금으로 또 뜯길 것이다.
 
나이가 먹는다고 나아질 것은 없을 것이다.
이용가치가 없어질 때에 처절하게 쫓겨날 것이다.
과학기술이란 냉엄한 곳이다. 10년 아니 1년전의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다. 발전이 거의 없는 다른 분야와는 다르다.
 
이것이 과학기술자의 현실이다.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탈출구는 /없/다/.
 
 
3. 자 이제 꿈을 꾸어 보자!
 
 
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자에게는 오직 퇴보만이 있다.
 
과학기술자의 역할에 대한 '기존관념'을 깨버려야 한다.
그 누구도 그것을 우리를 위해 해주지 않느다. 왜나면 우리가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유익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사회의 /주/역/임을 깨닫고,
스스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려할 때에
드디어 우리는 들러니나 엑스트라가 아닌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익명좋아 ()

      좋은 글이군요. 후배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380 [동아일보] 외국기업 한국R&D센터 성공시대 댓글 11 박상욱 08-05 4967 0
379 [MBC] 위기의 사립대학 댓글 7 정문식 08-05 4567 0
378 [디지털타임스] "정부내 과학기술인력 대폭 늘려야" 댓글 8 박상욱 08-05 3693 0
377 [뉴스메이커]주식회사 서울대 탄생하나 댓글 7 열방 08-04 4076 2
376 [한겨레] 라틴 아메리카와 한국/ 김수행 댓글 13 정문식 08-03 4228 0
375 일주일 간 좋은 글들 많이 읽었습니다. 댓글 3 천칠이 08-03 3474 1
374 수도권 집중현상과 이공계 기피 댓글 9 백수 08-03 4182 2
373 병역 면제자가 국방부에서 일할 수 있나? 댓글 7 김덕양 08-03 3694 2
372 답변글 [re] 병역 면제자가 국방부에서 일할 수 있나? 댓글 1 불확실한 미래 08-05 3458 0
371 [연합] 말단 공무원에서 KTF CEO된 이경준사장 댓글 1 김덕양 08-03 4834 0
370 [디지털 타임즈] 나노기술촉진법 이공인201 08-02 3994 1
369 [조선일보] ‘과학기술의 요람’ 대전 한국과학기술원 댓글 11 준형 08-02 5530 0
368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이공계 몰락의 현실 댓글 4 백수 08-02 4741 1
367 답변글 뱀다리-책임감만 강하면, 조직에 이롭지 못하다. 댓글 4 백수 08-02 4273 1
366 '청소년 이공계 진출박람회' 열려 댓글 2 tatsache 08-01 3425 0
365 [경향신문] "드러난 美 신경제 허상" 댓글 11 소요유 08-01 3689 0
364 [문화일보] 공직사회 ‘기술직 차별’ 아직도 박상욱 08-01 4494 1
363 [전자신문] 출연연 출신 벤처CEO, 연구원 복귀 여부 놓고 '고민' 댓글 1 박상욱 08-01 3968 0
362 [전자신문] [ET칼럼]중간 이공인을 위한 대책없나 댓글 1 박상욱 08-01 3652 0
361 [한경] 삼성전자, MS와 PDA용 CPU시장 공략 댓글 1 이공계2 08-01 4261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