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공대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

글쓴이
공대2
등록일
2002-02-23 21:30
조회
5,718회
추천
1건
댓글
1건
자주 들르는 게시판에서 읽은 글 중 맘에 드는 글들을 퍼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90학번이니 그리 젊지도 그리 늙지도 않은 나이이다.
 
아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우리 전기공학부 그리고 공대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내가 글을 그다지 감동깊게 또는 사무치게
쓰지는 못하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부터 우러나오는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1. 포부를 크게 가져라 그리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껴라.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의 '과'자도 모르는 자들을 위해서 하수인 노릇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과 그 정당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수 없다.
그것은 오직 과학기술과 /함/께/ 사는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과학기술의 역할과 정당성에 대한 철학을 기본으로서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평생 자신이 "무엇을 시키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돌대가리들을 위한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만을 위해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현존
사회의 타락과 몰락을 부를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소홀해 왔다. 우리는 눈앞의 시험에만 - 전공 시험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과기자인 이상 전공 지식은 필수다 -
몰두한 나머지 우리 나름대로의 관점, 가치관.. 특히나 과학기술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는데에 너무 소홀해 왔다. 이것은 한두 사람이
확립하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모두 논의에
참여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가치관을 사회에 실현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 그런 일을 해줄 것으로 믿지 말아라.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가치관을 사회에 실현하려면 사회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바꿀 수는 - 아니면 지킬 수는 - 없다.
이 사회에 돌아가는 메캐니즘과 그 안에 내재한 원칙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뜻을 펼 수 있는 방법론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의 후배들이라면 적어도 경제학, 사회학, 그리고
법학의 기본지식들 - 잡다한 지식의 집합이 아닌 원칙의 이해 -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나의 후배들이 사회에 나가 해야 할 역할을
고려한다면 전공지식과 함께 사회가 돌아가는 메캐니즘 정도는 철저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현대 사회를 근원적으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는 바로 과학기술자이다. 생산되는 가치의 대부분은 과기자의
정신노동에서 유래한다. 그러한 과기자들이 "자기가 지금 뭘 시키는 지도
모르는" 돌대가리들의 하수인으로 남는다면 그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2. 현실을 처절하게 인식하라.
 
과학기술자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지극히 비참한 존재이다.
서울대 출신이라해서 다를 것이라 생각말라.
석사 졸업한다고 다를 것이라 생각말라.
박사 졸업한다고 다를 것이라 생각말라.
 
사회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가치는 너희들의 머리에서 나올 것이지만
너희들은 그 댓가의 1/100도 받지 못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탈출구가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너희들은 결국 월급장이로 전락해
노동의 댓가는 대재벌들의 소유주들에게 고스란히 빼앗길 것이며
그나마 얼마안되는 월급은 세금으로 또 뜯길 것이다.
 
나이가 먹는다고 나아질 것은 없을 것이다.
이용가치가 없어질 때에 처절하게 쫓겨날 것이다.
과학기술이란 냉엄한 곳이다. 10년 아니 1년전의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다. 발전이 거의 없는 다른 분야와는 다르다.
 
이것이 과학기술자의 현실이다.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탈출구는 /없/다/.
 
 
3. 자 이제 꿈을 꾸어 보자!
 
 
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자에게는 오직 퇴보만이 있다.
 
과학기술자의 역할에 대한 '기존관념'을 깨버려야 한다.
그 누구도 그것을 우리를 위해 해주지 않느다. 왜나면 우리가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유익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사회의 /주/역/임을 깨닫고,
스스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려할 때에
드디어 우리는 들러니나 엑스트라가 아닌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익명좋아 ()

      좋은 글이군요. 후배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300 황당한 글 한토막!-왜 우리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댓글 7 장재영 05-27 4343 3
299 제 1 회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회원 초청 강연회 요약문 댓글 8 김덕양 05-27 3960 4
298 답변글 filament 님의 반론; 제가 댓글을 이쪽으로 복사했습니다. 김덕양 05-27 3978 1
297 [연합뉴스] < 마하티르 총리, 대덕밸리 방문 > 소요유 05-25 3907 1
296 [연합뉴스기사] '`국가과학경쟁력 10위'는 더 분발하라는 뜻' : 이 게시판 267 & 268 글과 관련… 댓글 1 소요유 05-24 3809 1
295 [연합뉴스기사] `기업연구소장 재직기간 짧아졌다' 소요유 05-21 3718 1
294 이공계 위상 앞으로 더더욱 추락할 듯 댓글 7 이상학 05-20 4795 0
293 도대체 교수들은 뭐하는가? 하이닉스 좀 살려준다고? 댓글 2 이상학 05-18 4031 2
292 [연합] 출연연 사기진작 위해 '사학연금' 가입 추진 ; 새로 나온 대책이랍니다. 댓글 18 김덕양 05-17 5409 2
291 경제의 민주화, 패자부활전 그리고 이공인 댓글 1 포닥 05-15 3732 1
290 [공지] 회원 초청 강연회가 열립니다! 댓글 31 박상욱 05-03 5438 2
289 한글을 지키는 것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죠. 댓글 13 포닥 05-11 4297 2
288 쩝... 댓글 4 mhkim 05-11 3500 1
287 변화는 더이상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댓글 4 포닥 05-10 4021 1
286 [퍼옴] 영국대학교의 연구평가 (RAE) 댓글 2 Facts 05-10 5246 0
285 [조선] 이공계교수 '논문수 뻥튀기' 심각 댓글 6 Facts 05-10 4955 0
284 현 과학기술 평가제도, 문제있다. 댓글 33 tigerim 05-04 4920 0
283 [교수신문]SCI 오용되고 있다…ISI “교수 평가잣대로 활용 금물” 열방 05-02 5805 1
282 답변글 [re] [교수신문]SCI 오용되고 있다… 이거 시험에 나와 안나와? 댓글 6 Facts 05-02 5063 0
281 답변글 [re] [교수신문]SCI 오용되고 있다. ---> 상당히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입니다. 댓글 2 소요유 05-03 4663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