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푸념글 적고 갑니다

글쓴이
석박통합꽥
등록일
2018-07-31 23:05
조회
3,7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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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건
융합, 연계라는건 학부전공에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점과,
대학원에서의 교수님의 모습은 학부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고, 그 마저도 시간이 지나며 더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몰랐었네요.
연구실에서 배경지식없이 혼자 장비를 개발하는것도 자랑스러운게 아니라 오히려 비정상적이라는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정작 어찌저찌 간신히 개발한 장비는 성능도 떨어지고(부품의 가격=성능인 장비),
돈 들여서 더 개발해봤자 어떠한 연구적 임팩트도 없는, 대학원에서 할만한게 아니라는 점과,
개발된 장비와 선택한 연구분야(생물학분야에의 응용)의 궁합도 매우 적합하지 않은 조합이라는걸,
대학원 5년차가 되어서야 눈물나게 깨닫고 있어요. 스스로가 불쌍하고 초라하고 한심합니다.
난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학교도 이정도면 괜찮다고 믿고, 석박통합을 쓴거였는데요.

때려치고 나가고 싶지만, 30넘은 나이에 학사졸도 답이없고, (이럴거면 군대는 왜 갔다왔는지..)
꾹 참고 박사를 따고 싶지만 이미 마음속에 열정도 없이 마모된 정신과 감정적 신물만 남아있네요.

교수님이 요구한, 어감 좋아보이는 연구는 사실 개발된 장비와 궁합이 안맞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화를 냅니다. 왜 이제서야 그러냐고. 고치는데 필요한 돈을 이야기하면 또 화를 내시고. 이게 반복되네요.
..
이젠, 아예 다른교수님 쪽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어요. 그쪽 연구실에서 실험 배우고, 주제물어다가 (바이오쪽)공부해서 논문쓰라고..

이성적으로는 내가 하고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지 말고, 뭐든지 그냥 아무거나 줏어먹고 논문써서, 박사논문을 딴 뒤 취직을 하든 뭘 하든 생각하는게 맞지만,
저는 그 박사논문이 결코 자랑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부모님께도 못 드릴 것 같아요.
제 처지가 너무 서럽습니다. 5년간 천천히 늪 바닥에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시간이 더 걸리는건 참을 수 있는데, 방향이 전혀 안보이는게 너무 힘듭니다.
대학원 오기 전, 특히 석박통합을 선택하기 전 과거로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속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 펭귄 ()

    아니다 싶으면 빨리 다른 방향을 잡아 나가세요.

  • 석박통합꽥 ()

    국민학교 입학시절부터 저는 그냥 꿈이 계속 과학자 및 공학자였는데, 어릴적부터 꿔온 20년간의 꿈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학사로 뛰쳐나가면 다신 연구분야쪽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고,
    그만두고 나가서 다른곳을 진학하는건 현 지도교수님의 영향력 때문에 이쪽 분야는 힘들 것 같네요.
    결국 졸업을 하는것밖에 답이 없는데, 목표는 있는데 손에 쥐고있는 수단이 너무나도 없네요.
    진학전에 생각좀 할 걸 그랬습니다.

  • 시나브로 ()

    일단 졸업부터 생각하셔야 합니다.
    졸업후에 취직하시면 또다른 기회가 충분히 옵니다.
    박사논문에 큰 미련두지 마시고 졸업요건만 갖추어서 빨리 박사과정 마치시고 새로운 분야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큰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더라도 이왕 하시는 일은 적극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마지 못해 하는 자세는 일의 결과도 기대하기 어렵거니와 정신마저도 피폐해지기 때문입니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다는 생각으로 본인의 처지에 대한 비관적 마음을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 별화 ()

    학위 할 때는 제가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별 거 아니더라구요. 5년이나 한 일이면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하는 게 최선일 듯 합니다. 그 후 다른 걸 해도 가능하니까요.

  • 양적피드백 ()

    웬만한 머리가 아니면 융합은 개풀뜯어먹는 소리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분야라도 제대로 파야 어서 써먹을 수가 있는데, 소위 '융합학문'이라는 것이 어디서 써먹을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게 하나의 정식 학문이 됐지 '융합'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저는 그래서 회의적입니다.

  • 양적피드백 ()

    근데 석박통합이면, 2년 넘었으면 석사 받고 나갈 수 있지 않나요?

  • 差緣 ()

    지금까지  하셨던일들이  결코 헛된일이  아니었음을  언젠가는  알게되실겁니다. 최대한 인간관계  좋게  만드시고  실적  채우셔서 졸업하는데만  집중하세요.  좋은 학위논문을 쓰겠다는 욕심은 버리세요 엄청난 대가가 아닌이상 자기가 쓴 학위 논문 거의 자기만 봅니다. 학위논문은 그동 안  자신이 발견했던 과학적 공학적 자산들을 추후에 자신이 잘 활용하기위해 쓰세요, 학위논문은 절대로 다른사람을 위해서 쓰지마시고 자신을 위해서 쓰시길...

  • 크립토 ()

    제 생각에는, 빨리 학위를 마치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세계적 결과를 갖고 박사졸업하고 싶으시겠지만, 실패 또한 귀중한 경험입니다. 물론 얻은 결과가 아예 없다면 모를까, 지금까지의 결과를 학위논문으로 작성할 수 있을 만큼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농구에서 4쿼터 경기를 하다보면, 어떤 쿼터는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전체 결과하고 같을 수는 없습니다.

    박사과정에서 얻은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더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박사는 압정처럼 넓게고, 깊게도 알아야 합니다. 학위논문을 쓰고 통과될 수 있도록 연구를 어떻게든 마무리하도록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마무리 하시고, 졸업 후 새로운 방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의 실패나 실수가 인생의 실패나 실수가 아닐 것입니다. 연구의 실패가 인생의 성공으로 가는 도움되는 길일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애플에서 쫓겨나기도 했잖아요?

    슬럼프가 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슬럼프에서 못 빠져나오는 것이 문제입니다.

    폭염은 오는 것이고, 폭염을 견디지 못하면 좌절하겠지만, 폭염을 견디면 멋진 또 다른 계절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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