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만 누릴 수 있는 학문에 월급을 줄 이유가 있을까요?

글쓴이
양적피드백
등록일
2018-08-0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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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문이라는 게 그 자체로 위대하고 보호해야 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어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극적인 관점에서 온 인류에게 어떤 식의 혜택이라도 주지 못하는, 몇몇 소수 엘리트 학문에 월급을 줄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물론 혜택이라는 게 꼭 물질문명적, 지식적 혜택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문화적, 정신적, 예체능적, 심미적 및 기타 어떤 종류의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학은 사람들에게 물질적 혜택을 줍니다. 스포츠과학은 운동선수들의 체력을 향상시켜 스포츠 팬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자연과학은 그 자체로는 쓸모가 없다 해도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큰 경제적 혜택을 주거나, 세상을 보는 관점에 큰 변화를 주거나, 세상의 진리에 대해서 알려주곤 합니다.
대부분의 사회과학 학문들은 사회경제정치를 개선하거나 심리상담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등 실용적으로 유용하게 쓰이거나, 전공자들이 교양서를 통해 일반인들의 시각을 넓히고 계몽을 합니다. 경영학은 기업가들의 진취적인 정신을 일깨우는 데 유용하게 쓰이므로 인류발전에 도움을 줍니다.
인문과학을 보면, 역사학과 고고학(+고생물학)은 과거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넓히고 교양서 집필의 밑거름이 되어 비전문가들의 지식을 넓혀줍니다. 문화철학 또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비전문가들의 교양 향상에 이바지합니다.

근데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학문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그쪽에 완벽한 문외한이고 관련 서적도 잘 안 읽어봐서 무식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논리학이나 심리철학 및 문화철학의 일부 학파 등 철학의 일부 분과나 어떤 다른 학문들 중에서는 그것이 교양서를 통해 비전공자들에게 전파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용적/심미적/정신적으로 세상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는 것도 아니며, 그 분야 전공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기에는 범용성이 떨어지거나 너무 전문적이어서 상당수 전공자들이 잘 알지 못하거나 활용할 수 없는

그런 분야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분야 전공자들은 그걸 통해서 일반인들의 지식의 지평을 넓히거나, 아니면 자기 전공을 이용해서 타 학문분야/사회분야에 이로운 영향을 주려 하지도 않을 거고(학문 특성상 불가능하거나 또는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기 때문에), 아니면 그럴 가망 또한 명백히 없는 분야가요.

제 섣부른 생각에 그런 학문들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인류에게 어떤 이로운 보편적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용도가 극히 제한적인데다 인류사회 전반에 퍼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제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세아 ()

    물론 그런 분야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분야인지 아닌지를 한 개인이 판단하거나 한 집단이 판단하거나 한 정권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분야가 그런 분야인지 모르니까요.

    예를 들어 수학이 완전한가 무모순인가 아닌가 같은 것 따위를 따지는 것 같은, 정말로 수학 내부에서도 특이한 사람들이나 관심 가질 법한 그런 것을 연구했던 그 먼 옛날의 선조들 덕분에 앨런 튜링이나 폰 노이만은 현대 컴퓨터의 이론적 배경을 얻어낼 수 있었거든요.

    결국... 그냥 내버려 두면 말씀하신 것과 같은 그런 분야는 저절로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지요. 옛적에 유행하던 점성술, 그 자체만을 연구하는 사람은 지금은 아무도 관심 없잖습니까?

  • 크립토 ()

    글쓰신 분의 제목만 보면 '월급'이라는 부분에 대해 적어봅니다.

    1) 월급에 대한 해석 : 대학이사장 또는 기업사장님 입장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뽑고, 회사의 자금을 투입할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월급을 주고 싶으신 분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결국 학문 분야에 대한 당장의 ROI를 따져야 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저라도 지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월급에 대한 또 다른 해석 : 나쁜 범죄를 연구하지 않는 한 학문의 가장 숭고한 의미는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예를 들어 "수학의 본질은 자유로움에 있다." 입니다. 역사를 보면 천동설 vs. 지동설, 유한 vs. 무한 등의 수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신의 영역인 무한을 언급했다고 해서, 당시의 수학자인 G. Cantor는 지도교수와 주변 분들에게 핍박을 받고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었습니다.

    수학을 지금처럼 경제논리가 아닌 명분을 따지던 불과 100여년 전의 일입니다.

    그렇지만, G. Cantor라는 수학자의 무한의 개념을 현대의 수학 및 공학 등에서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단지 돈이 되고, 사회에 공헌을 하는가? 라는 질문을 넘어, 당시의 사회통념인 신의 영역을 넘봤다는 이유로 모두 박해(?)를 받았었습니다.

    당시 사회에 도움도 되지 않았고, 오히려 반하는 연구를 했다고 해서, 말살했다면(실제 고초를 당했지만) 현재의 사회로 발전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윗글의 세아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학문은 당시의 단순 경제의 논리만으로 해당 분야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정말 무의미하다면, 자연스레 없어지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개똥철학이 있어왔고, 또 자연스레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즘 대학에서 학과 통폐합, 전공 통폐합 등이 화두라서 올리신 것으로 판단합니다. 경제논리와 학문의 논리가 충돌해 왔고, 요즘은 경제논리(취업논리)가 압승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입니다.

  • 통나무 ()

    논리학 같은 경우는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예를 들어

    The Unity of Philosophical Experience
    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30357

    데카르트 철학에 관계되어서 중세 논리학부터 설명을 풀어가거든요.
    이 책은 존재와 사유. 이문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었는데 절판되어 이제 검색도 안되고요.

    20세기에 들어와서 비트켄슈타인의 철학이 전기와 후기로 나뉘면서 책 두 권이 각각의 흐름의 중심이 되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논리학의 역사1.2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2278914

    이 책에 대해서 설명할때 이책정도의 이해를 바탕을 해야 책을 읽을수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번역은 되어 있죠.
    비트켄슈타인 책에 대해서 한국에서 번역되거나 쓰여진 개론서, 보면 이해가는 부분과 사전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냥 비전공자가 주어진 상태에서 읽다보면 뭉개져서 이해가 되긴하는데....
    저 번역한 분이
    논리학 대전
    http://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SearchTarget=Book&SearchWord=%B3%ED%B8%AE%C7%D0+%B4%EB%C0%FC&x=20&y=11
    이것도 번역을 하셨는데, 오캄의 면도날이라고 얘기는 많이들 하지만 라틴어로 쓰여진, 책을 읽을 사람은 아주 극소수겠죠. 근대 과학혁명을 예비한 자연철학자라는데, 개론서 몇구절 설명보다는 번역된 원전이라도 읽으면서 뭔 소리하는지 감이라도 잡아볼수 있는게 전공자가 있어 번역하는것인데....

    과학혁명도...
    피터디어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96946
    품절

    스피븐 샤핀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678
    품절....

    나폴레옹 전기를 읽다보면 나폴레옹이 루소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나오는데
    헤겔 법철학 강의 듣가가 강의자가 한 말중에 유럽 학문을 이해하려면
    우선 루소의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와 쉴러의 미적교육론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루소의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3932
    이거 읽으면 그런데 뭔소린지...

    그런데 이책을 보면
    이성의 운명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2127992
    칸트에서 독일 철학이 시작되는데 계몽주의와 이성에 대해서 루소가 가진 입장과
    그것을 다시 세우는 철학적 작업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이게 계몽주의에 대해서 좀 읽어볼라면

    계몽주의 철학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487

    캇시러의 책은 절판된지 오래고....

    계몽주의의 기원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072
    이것도 절판된지 오래고...
    그나마 두권중에 1권만 번역되었다가....

    논리학도 20세기 전후에 철학과 수학분야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것까지 따지자면
    소개되고 번역되고 설명되어서 그래서 이해해야 전체적인 이해의 감이라도 잡을수 있을텐데, 비전공자가....전공자야 원서로 읽을테니...그렇다손 치더라도 자기 분야 넘어가면 역시나 제대로 안다는 보장은 없고...

    번역되어 쓸만한 책은 왠만하면 품절이나 절판되어 구할수도 없고,
    요즘 도서관들은 전산으로 다 확인가능하지만 2-30개의 지역 도서관 연계망에도 그 지역의 인구수를 따지면 100만이 넘어갈텐데...좀더 깊이 들어가면 절름발이식으로 책들이 구비되어서 그닥 의미가 없고....

    초판이 2000부정도 찍어대던것 요즘은 500부 소화되 힘들다는게 출판하시는 분들 얘긴데.....

    여기다 대고 학문이 어떠니 뭐니 얘기하는것은 좀 현실과 어긋나는것 같기도 하고요.

  • 댓글의 댓글 통나무 ()

    제일 좋은것은 학문이 다양하게 탄탄하게 자리잡고 필요할때 비전공자가 참고할수 있는 한국어로 된 자료를 번역이든 논문이는 설명집이든 만들어지고, 그게 심화되면 제일 좋겠죠
    뭘 하나 이해할려고 해도 갸유뚱 해서 좀더 깊이 알아볼려면 부족한 자료가 천지인데...
    책도 안팔려서 부수찍는것도 계속 줄어들고, 읽어야될 책들이 아니라 요약되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설명만 주로된 책들이 죽 팔리고 도서관에서라도 소장되어야 할책들조차 도서관에 거의 보기힘든것 보면
    학문에 누구 월급주는 문제보다는 그냥 학문자체가 붕괴되는것 같은데...
    그리고 책도 거의 안 읽고 공부도 안하는것 같고...

    이상해서 하나 하나 추적해서 찾아보면 자기분야 넘어가는 순간 헛소리 하는게 그냥 드러나는 세상인지라.....

  • 양적피드백 ()

    당장의 실용성은 차치하고, 여러 전공분야와의 의견교류가 거의 없다든지, 교양서나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됨으로써 대중일반의 교양증진이나 계몽에 기여하지 못한다든지, 미래에 어떤 종류의 응용이나 활용도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이 명백한, 그런 분야가 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질문해봤습니다.

  • 양적피드백 ()

    그냥 많아봐야 수천명, 적으면 수백명 내지 열댓명의 학자들만이 높은 진입장벽 안에서 연구하면서 자기들의 지식욕은 충족하나 세상에 영향은 못 끼치는...

  • 댓글의 댓글 통나무 ()

    그런 판단하기 전에 많이 읽어봐야죠.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높은 진입장벽안에서 연구하는 사람에게 그 경제적 보상이라는것도 사회가 가능하면 최대한 해주어야 된다고 보거든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835781

    책과 혁명에 대해서 일본 사상계 어쩌고 그래서 한국에 몇권이 번역되는 분인데.....
    책 내용중에 로마법이 어쩌고 서양법체계가 어쩌고 하면서 중요한 얘기를 하는데
    그거에 뭔가 읽을만하고 영향받은 한국분들이 번역하고 영향을 받을텐데...

    그런데 그 책에 대해서 열댓명정도, 높은 진입장벽에 있고, 그닥 재미없고 자기들 지식욕에 충만한 법제사 전공분이....그거 아닌디...잘못알고 있는것인디....
    딱 이러니 저 책에 대해서 읽다가 오 이런것도 라고 생각되던것...다 스탑되고..
    서양 법제사나 로마법이 중세와 근대에 이르는 동안 뭔 영향이 있었는지, 비공전공자로서 찾아보면
    법과혁명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263671
    이것도 유명한 책인데 번역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되어버리고.
    법인류학이나 몇권정도, 그닥 참조할 책이 없는데....

    영향을 그 소수가 미치는게 아니라 이러저러 한것 읽다보면 내가 필요해지는것이죠.

  • timmy21 ()

    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리 공리공론이더라도 수요가 있으니까 팔리지 않을까요. 실제로 세상 많은 것들 중에서는 실현되는게 더 적고요. 저는 응용물리분야 전공이지만 가까은 곳의 기초분야는 정출연/교수 아니면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더라고요. 더 나아가서 저희 누님이 미술 전공인데 한국에서는 그 파이가 엄청 작아요. 결국에는 존재하는 것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쓸모의 유무는 주관적인 것이다보니.... 정 이유가 없는 것들은 알아서 소멸하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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