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은퇴대국을 보며 1

글쓴이
남영우
등록일
2019-12-22 23:26
조회
2,1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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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에서 은퇴를 하였습니다. 은퇴 기념대국으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NHN에서 개발한 한돌과 치수고치기로 3번을 두어 1승2패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세돌의 은퇴는 바둑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바둑실력이 인간을 초월한 시대이며, 바둑이 예술이 아닌 스포츠로 자리잡은 시대가 그것입니다. 이세돌 9단의 은퇴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공개적으로 그가 밝힌 승부의 세계에서 한계점을 느낀 시점에 프로기사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기원 정확히는 기사회와 이세돌9단 사이의 갈등으로 인하여 은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세돌9단이 바둑계에 일으킨 변화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째는 프로기사 승단대회 폐지를 이끌어 냈다는 것입니다. 3단시절에 세계대회를 우승한 경력이 있는 이세돌9단은 이른바 승단대회 불참을 선언합니다. 프로기사 승단대회는 한국 현대바둑이 시작된 이래 창립자인 조남철9단이 만든 것으로 일본의 승단대회를 본 따 체계를 유지하되 일본보다 승단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당시 (60년대) 한국기사의 실력이 일본기사에게 상당히 쳐졌기 때문에 승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한국바둑이 일본을 제치고 세게최강의 자리를 차지한 이후 이세돌3단(당시)이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세돌이 3단으로 세계대회를 우승하자 이세돌이 불참선언 이후 2년만에 폐지됩니다. 승단대회가 폐지되면서 우승 실적으로 고속승단을 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었는데, 첫 수혜자가 이세돌9단입니다. 3단,6단,9단까지 2년만에 승단합니다. 당시 세계대회 우승후보 1순위였으니 지금 시기의 관점으로 보면 당연한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세돌의 기보저작권에 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인데, 결국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립됩니다. 체스 등의 경우도 선수들에게 기보 저작권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세돌의 은퇴를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 기사회와의 갈등이 있습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프로기사가 기사회에 당연가입이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관행에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당연가입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 이세돌9단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데 상금을 공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프로기사들은 대회우승을 한다고 해서 상금을 다 가지는 것이 아니고, 일정 비율을 공제합니다. 공제비율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제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사 개인이 가져가는 상금비율이 절반이 약간 안되는 것으로 추측을 합니다. 이전에 기숙학원식으로 중국기원에서 입단자들을 키웠을 때는 공제비율이 70%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그 공제액을 기사회에서 적립하여 운영을 합니다. 이세돌9단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공제비율과 공제액이 아니라 기사회가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상금을 의무규정으로 공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회가 상금공제를 받아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모든 프로기사들이 당연가입이 되어있고, 우승을 휩쓸다시피한 상위 기사들이 이를 수십년간 받아들여 왔기 때문입니다. 기사회는 프로기사들이 일정나이 이상이 되면 연금을 주는 연금제도를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세돌의 주장은 공제금액의 운영을 한국기원에서 하고, 기사회 자체는 당연가입이 아닌 자율가입을 하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이세돌발 파동이 일어납니다. 이세돌이 1년간 프로기사를 휴직한 일이 있는데,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징계를 받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후 징계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몇 년을 보내면서 이세돌은 기사회 탈퇴를 공식선언합니다. 그 이후 이미 기사회에 공제된 금액 3200만원에 대한 소송을 걸었으며, 2019년 7월 기사회의 정관이 개정되면서, 기사회에 소속되지 않는 프로기사는 한국기원 주최의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생깁니다.

이세돌이 기자회견에서 지난 5개월간 시합이 없었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사정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미 은퇴를 공언하였지만 예정보다 몇 달 먼저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대국을 인공지능과 벌인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 시나브로 ()

    뉴스룸 인터뷰에서는 본인은 바둑을 예술로 생각해 왔는데, AI를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는 현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은퇴하게 됐다고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위에 언급하신 속사정이 또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말하기 어려워 그 부분은 언급 안한 것으로 보이네요.

    잘못된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는 이세돌의 결기에 찬사를 보내고, 이런 부분이 앞으로 다른 일을 하더라고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저도 한 때 바둑이 취미였던 적이 있어서 약간 아쉬운 기분이 드는데, 열성적인 팬들이라면 크게 서운한 느낌이 들테고 이런 일이 자칫 바둑계의 침체로 이어질까 염려됩니다.
    한국기원을 행정적으로 이끄는 분들의 혁신노력이 요구되는 시점같습니다.

  • 산촌 ()

    어떤 사건이든...
    딱 한가지 이유만으로 생기진 않지요..
    바둑은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가끔 인터넷등을 통해서 보는 것은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 이세돌 은퇴를 놓고 저는,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진보하고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세돌 선수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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