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의 단기 미래

글쓴이
ourdream
등록일
2020-02-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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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바이러스는 본질적으로 숙주를 사망하게 하는 기전은 없습니다. 숙주가 사망하면 바이러스도 죽기 때문이지요.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병과 사망은 1)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바이러스의 침투에 의한 합병증, 그리고 2) 우리 몸의 면역 폭풍(사이토카인 폭풍)에 의한 것입니다. 1), 2)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증 환자들 옆에서 감염된 경우 매우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중국 당국의 발표에 조금이라도 신뢰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중국에서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들에서 감염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의 방역 능력이 단시간에 향상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 이 상황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합니다. 사실 중국 정도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면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디에나 바이러스가 극소수로 조금씩 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극소수의 바이러스에 의해 사람들의 몸에 조금씩 항체가 생긴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즉, 바이러스의 원래 기전대로 숙주와 더불어 살게 되는 것이지요.

1 주일여 전부터 위와 같은 가정이 맞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확실하게 저렇다고 언급한 곳은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몸에 바이러스 항체가 조금씩 생기게 되는 임계점에 대한 시기는 바이러스의 종류, 인구 규모, 생활 습관 등에 의해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므로 섣부르게 이런 단정을 내리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만약 위에 제가 서술한 내용과 [가정]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면 곧 한국도 중국처럼 몇 주 후에는 코비드19 확진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1~2주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내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응. 될 때까지만.

시나브로님이 아래와 같은 댓글,
'경증환자가 사실 백신을 뿌리고 다닌다' 를 남기셨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있을까요?

이 가정에서 빠진 것은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바이러스의 DNA의 급격한 변이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되고 있는데, 란셋 같은데서 보면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의 DNA가 짧은 시간동안 유의미하게 변이 되었다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 변이를 통한 바이러스 변종은 우리의 대응을 넘어선 것이므로 지금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 Hithere ()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scieng 다운 이런 글을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전공이 생물학은 아니라 정확한지 아닌 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시나브로 ()

    이렇게 내용을 잘 파악하고 계신 분이 왜 그동안 과한 반응을 보이며 애쓰는 정부를 매도하셨는지 모르겠군요.

    저도 학교다니면서 퓨린계 항바이러스제 좀 합성해 본 경험 과, 회사 다니면서 Biocide 연구한다고 E. coli 좀 다뤄본 것밖에 없습니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해서는 일반인 보다는 좀 낫지만 그냥 문외한이나 다름없습니다.
    화학구조가 머리속에 대충 그려지기 때문에 DNA 바이러스는 안정하고 RNA 바이러스는 불안정해서 변형이 쉽게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 집니다.

    전에도 한 번 언급한 것 같은데, 약하게 균에 감염되면 유도기(Lag phase)가 길어집니다.
    이 기간동안 우리몸은 이 균에 대항할 항체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셈이 되죠.
    굳이 근거를 따질 필요없이 균수가 적으면 Lag phase가 길어진다는 것이 확실한 근거가 되는겁니다.
    세포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균과 유사하게 취급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Lag phase가 길어지는 이유를 미생물 전공한 사람들에게 몇 번 물어봤는데, 확실한 이유를 모른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인간처럼 균도 서로 협동하는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한답니다.

    RNA 바이러스도 대부분 4~5단계만 거치면 더 이상의 큰 변형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변형이 일어나더라도 독성이 강한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그 희박한 가능성이 반드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염려하는 것이죠.

    그렇더라도 그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는 행동은 많이 어리섞죠.

  • 늘그대로 ()

    항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전문가는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보고가 있었나요??
    항체또는 인체의 자기방어기제는 바이러스의 껍질 부분(인체와 닿는 부분)이 인간의 방어기제에 의해서 외부침입으로 인식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바이러스는 인체친화적(?)인 껍질을 가지고 있어서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쓴 글은 본적이 있습니다.

    바이러스마다 연구하는 방법에 따라 틀린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 늘그대로 ()

    Contagion (2011년 Steven Soderbergh, https://www.imdb.com/title/tt1598778/) 에서 보면 남자 주인공이 항체를 가진 (체질적으로) 나오지만, 자신만 감염되지 않을 뿐, 바이러스퇴치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한국 영화 감기에서는 항체를 가진 아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느 쪽이 더 과학적 사실에 맞는 것인지는 잘모르겠습니다.

  • ourdream ()

    코비드 19에 걸려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 것처럼 항체가 생긴다고 이해하면 안됩니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세균들과 바이러스들이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들도 항상 존재하지요. 이 감기 바이러스들에 의해 코비드 19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면역 기능이 떨어지거나 상대적으로 과도한 양에 노출되면 병이 발생하겠지요. 그러나 이런 경우도 전염병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전염병이란 말 자체가 소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병에 걸린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사람에게 잘 전파되기에 코비드 19라는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보다 1000배 가까이 사람에 잘 흡착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런 성질 때문에 코비드 19 라는 전염병이 확산된다면, 왜 중국은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을까요? 나아가, 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었음에도 스페인 독감 감염자가 줄어들었고, 사스, 메르스 감염자도 (거의 수십 % 이상의 인구가 감염되지도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줄어들었을까요?

    제 글에서 언급한 항체는 좁은 의학적 의미의 항체와는 좀 다른 무언가가 우리 몸에 의해 작동된다는 의미로 봐야 합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억지로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중국에서의 코비드 19 확진자 추이, 그리고 지금까지의 바이러스성 전염병들의 통계적 확산 추이를 보면, 실제로 우리 몸(혹은 인간 사회)에서 이런 기전이 작동된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묵공 ()

    모처럼 사이엔지다운 토론이 진행되어,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

    코비드-19이 RNA이고 이미 변종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뜻은 코비드가 화학적으로 DNA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RNA라서 변종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임은 다들 아시는 내용일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은 확률론적으로 항상 코비드 변종은 수많은 숙주들에게서 만들어지는데, 이 중에서 극히 일부가 살아남아서 우리한테 관찰된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변종은 원래 것보다 위력이 약해지거나 사멸하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즉, 코비드의 RNA구조는 불안정해서 몸속에 오래 남아있게 되면 모두 결국에는 사멸하는데, 그 사이에 빠른 속도로 증식을 하기 때문에 온전한 구조의 코비드가 몸속에 남아서 숙주를 감염상태에 있게 유지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T세포 등이 활동해서 이런 코비드와 싸우면서 항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코비드는 물론 변종의 코비드도 싸워서 물리칠 겁니다. 코비드 확진자 중에서 80%에 달하는 사람들은 경증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거죠.

    경증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코비드 정상/변종 분포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 T세포가 정상 코비드에만 강한 반응을 한다면 변종 코비드들이 우세한 상태로 항체도 형성되어 있을 겁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변종 코비드들은 극히 일부 살아남아 새로운 유행을 일으키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숙주들에게서는 이들은 위력이 없어서 설사 전염되더라도 다른 사람은 아주 약하게 앓고 지나가면서 백신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T세포가 정상/변종 코비드를 가리지 않고 작용한 경우라면(안타깝지만 생화학적으로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됨), 결국 남는 것은 일정량의 정상 코비드와 항체일 것이고, 항체가 우세하게 되면 결국 정상 코비드는 완전히 사라지면서 완치가 될 것입니다. 이 경우라면 주변에 전염력은 있으면서 백신 작용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제를 숙주인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대 적용해서 생각해보면, 코비드가 계속 퍼져나가면서 정상 코비드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단계가 되면 변종코비드에 의한 전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확률적으로 극히 적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상 코비드보다 위력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변이가 일어날 것이므로, 일종의 백신처럼 전염을 일으키게 됩니다. 즉, 이러한 변종 코비드에 노출된 개인들은 자신이 앓는지도 모르거나 가볍게 앓으면서 항체를 얻는 '방역 사회화'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물론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방역 관련 의학지식은 이런 변종 코비드는 백신개발을 어렵게 만들 뿐 일체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살아남아 강한 전염력을 가진 변종 코비드만 우리가 역학적으로 관찰가능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니고, 단지 단순한 가정을 해봤을 때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려면 일단 개인 숙주단위에서 변종 코비드들이 단위시간당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사라지는지를 관찰하고 이게 사회적 전염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전파과정을 거치는지 실험하는 것이겠지요. 이런쪽 전공하는 분들이 한번 이 가설을 검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인수공통 국제 전염병에 많은 투자와 인력양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관심있는 학생들이 이런 분야에 뜻을 세우고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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