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이지만, 경제적 피라미드 구조에서..

글쓴이
정선철
등록일
2002-03-05 15:58
조회
4,919회
추천
3건
댓글
1건
..공학도의 위치는 하위 층위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아무리 불평해도, 최초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공학도의 본질적인
역할이 변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대개는 대상이 되는 재료도
자연이나 자연으로부터의 1차적인 가공물에 한정되죠.

다시말해, 돈이 모이는 지점과는 애당초 꽤나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경제적 피라미드가
생물학적 먹이 피라미드 모델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따라간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인민들이 돈에 굶주려하는 정도가 짐승들 먹이 탐하는 수준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본주의 사회에서 '귀납적'으로는 꽤나
적절한 모델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들인 공에 비해 거둬들이는 것이 작다고 여겨지는-이라기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는-현재의 구조를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선,
우리는 짐승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에서,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담이 아니고.
들인 '공'이라는 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가치들
중 하나를 충족시키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데올로기가 개입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경제적인 측면에선, 우리가 원래의 역할에만 충실할 때 큰 보상
-변호사, 의사만이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군중을 다루는 직업 전반의
경제적 급부-을 바라는 건 원천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법대, 의대의 정원을 늘려서 공학도의 경제적 위치를 상대적으로
상향 조정한다 하더라도, 공학도의 경제적 위상이 선형적으로 올라간다면
그들의 '시장'은 다시 비선형적으로 증가할 걸요?--;;

선진국의 예를 드는 건 그런 의미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인 급여액의 차이는 경제 규모의 상대적인 크기를 고려하면 의미가
퇴색되며, 국내 경제 구도를 벗어난 거시적 피라미드에선, 우리 경제가
그들 경제의 하위 층위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략의 경제적 위치는 대동소이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회에서는
최소한 우리 사회보다 나은 지위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다
중요한 건 과학자, 기술자에 대한 보편적인 존경과, 그들의 성과에 같이
기뻐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적 수용 능력입니다.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 공학도들이
바라마지 않는 사회 아닐까요?

좀더 추상적인 얘기를 하자면, 어떤 대상의 엄격한 계층화는 예측하기
쉽게 만들지 몰라도 대상의 창조력-일반적으로는 무질서화-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저 밑에 관리 운운하신 분도 계셨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예측하기
힘든 '인간'을 다루는 분야는 고금을 막론하고 고착화된 계층화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단지 개인적인 소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에 반해 수학이나 과학은 논리적인 계층 부수기를 통해 혁명적 성과를
이룬 경우도 있었죠.

말이 샜지만, 한마디로 경제 계층도, 공익적 성격의 지적 투자를 어느 정도
보상할 수 있도록 상호 교호할 건덕지를 만들어 액티브한 유동성을 띠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희 공학도에게 있어서 그것은, 본업에만 찌든 생활에서
벗어난다는 가능성인 동시에, 문화 전반에 지적 동인을 불어넣어 사회의
'정보 함량'을 증가시킨다는, 허세섞인 명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걸 위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도 스타
과학자가 배출되고 유명 연예인이 'E=mc^2'를 궁금해하고,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photon을 소재로 개그를 할 수 있을까요?

.....나열한 예들에서 의도가 드러났겠지만, 돈만 밝히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물론 인위적인 경제적 소통로를 만들 수 있다면야
더 바랄 것 없고, 그것을 위해 행동을 수반한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기득권에게서 이권을 빼앗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마련이죠.

역사적인 이유도 있고, 종교적 영향도 있을 수 있으며, 우리가 전통적으로
하도 못살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선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화적 지적 욕구가 대중적으로 너무 약합니다..

그런 지적 욕구는, 경제적으로도 다른 수요를 만듭니다. 이를테면
출판이나 대외 활동, 네트웍 시대에 걸맞는 정보 획득 욕구등.
실제로 해외의 스타 과학자들은 이들 미디어에 힘입은 바가 크구요.

자, 그럼 그냥 천민 자본주의에 함량 미달의 문화를 탓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그건 '공돌이'답긴 합니다만.
우리가 스스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실현되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조건은 일단 침해받지 않는 '사적인 시간'의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이용해, 다방면에서 사회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는 거죠.

다른 분야에선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지만, 공학도는 기득권이 더
기득권이기 위해 굴려대는 인위적인 시장 상황에 언제나 치이며 살지
않습니까?

......왠지 용두사미의 사뭇 소박한(?) 의견 제시가 되고 말았는데,
이 소박한 의견도 집단 행동이 따라야한다는 점에서 꽤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유감입니다.


ps-(한겨레 게시판에 썼던 글을 퍼왔습니다. 문화적 차원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자는 취지에서..)

  • 배성원 ()

      우리모두 깊이 새겨두어야 할 내용이네요. 참여라....하긴 해야 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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