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문의] 이공계열 위기와 이공계열 대학진학에 관하여

글쓴이
김진일
등록일
2002-03-08 01: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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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11년 전 모습이 기억나는군요..
그 당시만해도.. 저희도 집안형편이 넉넉치 못해서 "사범대"냐 "공대"냐를 고민하다 "공대"를 택했는데..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군요. (물론.. 둘 간에 절대 우위가 존재하진 않았습니다.....)
"의대"는 비위가 약해서 꿈도 못 꾸었고...(90년대 초반 학번분들 공감하시겠지만, 학교 한두레벨만 낮추면 공대갈 성적으로 의대 충분히 갔음.)
--------------------------------------
참고로, 전 올해 화학공학 박사과정으로 진학 예정인 사람입니다.
국내 대학원이 아니고요... 미국에 있는 학교로 갈 예정입니다.
물론 학부는 국내에서 했습니다.
나이는 대략 짐작이 가시리라 믿고, "진학상담"... 이라고 해야 하나.. 좌우지간 이야기를 해 보죠..

우선, 그 전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보죠..
우린 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입니까?
전 가끔.. 아니 항상.. 이렇게 정의 내리죠..
"눈 감는 그날 후회하지 않으려고..."
어떻게 보면 상당히 소극적일 수도 있지만..
눈 감는 날.. 살아온 생애를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만족할 수 있으면.. 대 성공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그깐 돈 .. 연봉 몇 천만원 더 번다구 상대적 우월감 따위나 느끼면서 히히덕 거리다 끝날 건지, 아니면, 정말 훗날 "난 원하는 것을 했다"라고 느끼며 살건지..
어느 누가 최후의 승자인지..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먼저 생각해 보십시요.
님께 가장 중요한 것은 공대전망이니, 법대 전망이니 하는 것 보다는
무엇이 중요한 지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공의 우위 그 자체는 어차피 CYCLE이 있습니다.
그런 Cycle에 신경쓰지 마세요. 어차피 이과 좋아서 오신 것, 쭉 밀어 붙이시면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다만, 자기계발의 끈을 놓치면, 낙오자가 되기 쉽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공대에 맞는 적성이란..?
일단 수학에 좀 흥미가 있으셔야 겠죠. 가장 Basic한 부분입니다.
고전역학에 관심이 좀 있으시면 물리학, 기계공학, 건축공학, 토목공학 등이 좋구요.
전자기, 현대물리에 관심이 있으면 물리학, 전자공학 등이 좋구요
화학에 관심 있으시면 화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등이 좋구요
생물에 관심 있으시면 생물학, 화학공학, 생물공학 등이 좋구요
지구과학에 관심 있으시면, 대기과학, 천문과학, 지질학 등이 좋구요
그냥.. 과학보단 수학에 더 관심 많으시면 수학, 전산과학 하시면 되구요.
미술적인 자질이 좀 있으시다 생각하시면 건축학도 좋습니다.
아직 막연하시면.. 나중에 택하셔두 됩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과 공부가 체질에 맞으시면 위 중 어떤 것을 택해도 크게 후회하시진 않으실 겁니다.

학부 졸업후 진로:
1) 연구소에 가지 마십시요. 제가 장담합니다. 님은 일명 테크니션으로 불리울 것이며 "연구"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박봉은 물론이고요, 계약직이 대부분입니다.
2) 공장 엔지니어나,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설계를 하시는 겁니다. 엔지니어링 회사의 경우, 만일 님께서 위에 언급하신 "화공학"을 하신다면 기본적인 공정에 필요한 부품 설계나 공정을 Design하시는 일입니다. 재밌어 보인다구요? .. .........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회사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처사입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술이란 일본이나 유럽 또는 미국 기술의 모방입니다. "창조"란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고성능 펌프, 자동차 엔진, 고급사양 CPU 못만드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공장 엔지니어.. 성격이 "털털"한 편인 경우는 만족하실 수 잇습니다. 그러나, 님께서는 "여성"이시기 때문에 절대로 현장에 투입될 수 없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문화는 그렇습니다.
설사 되신다 하더라도 박봉에 "야근"및 격주 일요일 휴무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대그룹은 그렇지 않을 거라구요? S전자 공장에 가보십시요. 어떻게 일하는지, 머 굳이 S전자가 아니더라두 아무 유명그룹 유명 회사의 공장에 가보십시요. 그들에게 휴일이 제대로 있는지.
정식대졸사원에게 야근수당? 그런 거 있는 회사 아직까지 전 못보았습니다.

3)취직율?
제가 졸업하던 96년.. 공대 취업율 장난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학과가 100% 였습니다.
특히, 화공, 전자, 기계 전공한 사람이 취업 못하면 "바보"취급 받던 시절 입니다.
지금도, 전공관련 취업율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취업율 .. (물론 잘나갈 때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이 아닙니다.
금융계 초봉 3,000만원이 보통입니다.
엔지니어.. 짠 회사는 1,200 주는 회사도 보았고, 보통 1,700~1,900만원..
이게 언제때 초봉인데.. 근 7년간 초봉이 "복지부동"입니다.
진급이요? 공대생 "과잉공급"으로 인해.. 정말.. 언제 진급할 지 모르고 40대 이후의 길이 안보입니다. (하지만, 님이 졸업하실 때쯤은 오히려 사람이 모자랄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근데, 재밌는 것은.. 어차피 경영하는 놈들은 공대생이 아닙니다.

예를 들죠,
꽤 괜찮은 학교 전산과를 졸업한 옛친구..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 친구.. 소원대로 프로그램 개발관련 회사를 갔습니다. 이름 대면 다 아는 회사입니다.
MBA (경영학 석사과정) 준비합니다 지금.
왜? 왜냐구요?
1) Manager 들의 갈굼 ( 아시는 분은 알지만 프로그래밍은 정말 노가다중 상 노가다입니다. 근데 이넘들은 자판가지고 장난만 치면 다 되는 줄 압니다. 돌아버립니다.)
2) 알맹이는 Manager들이? (다 해놓으면 "별거"아니었다는 듯이 쓱 집어가 버리고 자신의 성과인양 큰 소리로 웃습니다. 미친넘들.)
3) 니가 뭘 알어? (아주 단순한 Iteration Loop구조도 모르는 넘들이 이 프로그램은 어떻고 저 프로그램은 어떻고 하면서 일의 결정을 지들이 합니다. 나서지나 말아라...)
4) 40대 이후가 안보인다. (이렇게 괄시당하며 일해도 성과는 저넘들이 다 가져가고 난 머냐구...)

이 친구만 그럴까요?
우리 공대생 전부의 고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대"에 진학하라고 감히 권하고 싶습니다.
전에 말한 것 처럼 원하는 것을 해야 하며,
"과학"은 절대 죽지 않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단합하여 1달만 연구 안한다고 말입니다.
.....
해외 투자의 손길이 끊길 것이고,
해외에서 나오는 특허들이 모든 이득을 선점할 것이며,
모든 자금은 우리나라를 뛰어 넘은 채 돌아다닐 것입니다.
신용 등급도 보나마나 떨어질 것이며
"창조"와 "Challenging"이 없는 나라로 인식이 될 것입니다.
....
"과학"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받는 대우에 부당함이 남을 뿐 입니다.
이 부당함을 바로 고치기 위해 많은 공대생들이, 연구원들이 여기 있는 겁니다.
"과학"이 없는 나라란 없습니다.
단지 각각의 레벨의 차이가 좀 있을 뿐 입니다.

만일, 공대생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으시다면,
영어공부 열심히 하셔서
Monsanto, 3M, IBM, DuPont, P&G, Oracle 같은 외국계회사에 취직하십시요.
절대 국내기업은 안됩니다.

그리고, 만일 연구에 꿈이 있다면
반드시 대학원에 진학하십시오.
수 년뒤 국대 대학원 여건이 나아지면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장학금 받는 조건이라면..
나가십시오.

전.. 훗날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불합리"한 인사업무를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고, 당하기도 한 위치였기때문에..
국내 기업에는 어느정도 정나미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향수병에 걸려 미칠 정도가 아니라면...
오고 싶지 않군요...

제 이야기만 듣지는 마시고.. 다른 분들 이야기도 경청해 보시고 판단하십시요.
하지만.. 제 말은 어느정도 사실에 근거했으므로..
참고는 해 주세요.

좋은 결정 하시길 바랍니다.

P.S: 왜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복받치는 설움을 느껴야 하는가?
왜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도피자"의 감정을 느껴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런 것을 물으면 안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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