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에관한법률"

글쓴이
바다의마음
등록일
2004-09-26 07:4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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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적는 이유는,
이 토론방(기술/연구/개발자 3년 전직금지를 포함하는 입법 예고안)에
대해서 한가지 덧붙이기 위해서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거나 적으면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공계에 있는 분들 이외에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즉,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이 입법안이 어떤것이지
충분히 이해하고, 왜 이공계에서 - 특히 연구/개발분야에서 -
거부하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반대 여론에 힘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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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이 건강해야 나무가 건강하고, 결국 그 숲이 튼튼해 집니다.

개인, 가족, 지역, 기업, 결국 국가와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토양과 나무와 숲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한 TV방송국에서 노동운동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봤는데,
최소 임금에 대해 애기를 꺼내다가, 잘 아실거라고 하면서
더 애기를 안하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이유를 짐작해 보았습니다.

현 상황이 기업/자본을 위주로 많이 애기를 하니까 거기부터 시작을 하자면,
기업/자본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그 수익을 기초로 종업원 월급을 준다고 합니다.
수익을 얻기 위한 기본 원칙은 최소 비용/투자, 최대 이익, 모두의 원칙이죠.

그 비용/투자부분에 대부분 임금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면
이익이 많이 발생하며, 실제로 외국 기업에서 감원/인원 조정 후에
적자를 벗어났다는 애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렇지만 그 다른 근본적인 얘기는 보통 생략되죠.

기업/자본의 소비자는 다른 기업/자본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그들이 종업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및 그 가족들의 소비에 의해 수익을 얻고
계속해서 기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간혹 국가가 기업의 소비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위의 가정을
전제하고 난 다음에야 성립되는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인원을 감축하고 구조조정을 한다면 우리사회는
최종 소비자를 잃게 되어 결국 기업도 생존할 수 없겠죠.

종업원에 대해 고용유지와 최소 임금을 애기하는 이유가 위와 같은 체계(System)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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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론으로,

이번 산업자원부에서 제출한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에관한법률"
입법예고안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 입법적인 절차에서 말하는 '입법예고안' 인지는 미치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

일반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이 법은 기업의 핵심/첨단기술을 기술자가
개인의 영리를 위해서 핵심/첨단기술을 다른 기업에 판다거다,
다른 기업 혹은 외국 기업으로 이직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보입니다.

대부분의 당사자가 아니면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추론하고,
신문이나 방송에 보이는 내용에, 개인적인 판단을 더하여
그런 사람들을 막는 것은 "당연"한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미루어 짐작하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열심히 인력을 교육하고 회사의 기술을 가르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때
- 이때부터 회사의 핵심인력이 되죠 -  그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다른 기업/나라를 위해 일하고 경쟁회사를
키우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기에 이러한 법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좀 더 비용을 들여 인력을 유치해서 기술 교육 및 개발을 해서,
쓸만한 사람으로 만들었더니, 다른 회사로 가버리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하지만 개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막상 실무의 중추에 있을 때부터,
지루하게 성장합니다. 첨단/핵심기술을 가진 인력이 가지는 조건이 아닌
그냥 일 좀 하는 사람의 조건으로 유지 됩니다.

회사에 입사할 때는 회사에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초봉 및 조건을
근사하게 제시하지만, 앞 뒤 안가리고 온 힘을 쏟아서 일을 할 때 받는 월급은
느긋 느긋 일하는 사람이나, 죽으라고 하는 사람이나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회의감에 빠지게 되죠.
때로는 자기 한사람이 다른 사람 10명을 데려와도 하지 못하는 일을
처리하는 것을 알지만, 자기의 맡은바 소임임으로 알고 열심히 할 때도 있습니다.

그 때의 조그만 바람은 더 열심히 일한 만큼 더 많은 보수를 받기
바란다는 겁니다. - 상사가 볼때 밤늦게 까지 일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을 제외하고 ^^ -

그런데 막상 회사에 그런 애기를 꺼내니까, 회사 규정에 의해
룰에 벗어나게 임금을 올릴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차이나서
좋을 것이 없다. 조금만 기다려라 진급하면 더 좋아진다 등등 그런 답변만 나옵니다.
이럴때 술을 마실수 있으면 한잔 하고, 그냥 푸념 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죠.

그러다가 다른 업체 혹은 경쟁업체에서 좀 더 나은 조건을 애기하면
의리때문에 망설이다가, 혹시라도 회사에서 그런 조건 혹은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 준다면 계속 있을 생각으로 위 상사와 면담을 하고는,
결론을 얻죠. 답은 이직을 해서 연봉을 올리는 겁니다.

기업도 적은 비용,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듯이 개인도
짧은 시간 - 연구/개발자들에게 시간이 곧 비용입니다. 죽을때 까지
일 할 수도 없고 하게 해 주지도 않으니까요 - 에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만약 이때, 자신의 아는/습득한 기술이 국가의 안보 및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거라면 한번 더 고민을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보다, 국가 시스템
차원에서 유지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일 터진 담에
하지도 못하는 수습하지 말구.
- 우리나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군요. 그런가요 ? -


위의 예에서 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교육시켜서 제 몫을 하게 만드는 시간 - 신입사원 기간이죠 - 에는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더 많은 역할을 할때, 성과에 의해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업원(연구/개발자)을 교육하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의 일원인 기업에서 담당한 역할인데, 이를 단순한
투자/비용 및 수익 차원에서만 해석한다면 우리 사회는 척박해집니다.
단순한 수익논리만 생각한다면 기업/기업가는 없고, 투기꾼만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국내 기업의 정서에서는, 채용을 할때 보통
초봉이 많이 거론이 되며, 초봉이 적을때 인력 채용면에서
불리하며, 사회적인 기업 이미지를 고려하여 초봉을 많이 제시하여,
초봉을 많이 제시하고 - 일단 면피 -, 이 후 제몫을 할 때 기업에서는
나중에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잘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혜택이 돌아가도록,
좀 덜하거나, 안하는 사람에게 좀 적거나 기본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면
좋겠지만 그런 잘 짜여진 시스템을 가진 기업을 유지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일률적인 틀에 맞춰
- 이게 쉽고 간단하니까 ^^ - 그에 사람을 맞추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좀 냉정하고 어려워보이니까
그냥 무형의 틀을 룰이라고 하고, 모두 지켜라라고 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형태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그렇습니다. 개인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는거죠. 혹은 그냥 막연한 틀에 의지해
개인의 발전에 힘쓴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게 되죠.
막상 기업은 그런 개인들에 의해 움직인는데 말이죠.

하지만 외국 기업의 형태를 보면, 기업이 발전할 수록 매출/이익/기술력
등이 발전하며, 이와 동시에 회사 시스템도 발전합니다.
외국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이 다들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그런 시스템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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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이 있고, 사탕수수 경작하면 수익이 더 난다고 해서,
당장 거기다 심고 거두기만 한다면 토양은 금방 척박해지고,
아무것도 거둘 수 없은 어처구니 없는 땅이 될 것입니다.

이공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전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기업에게만 그런 시스템을 강요한다면 우리나라에서 기업 활동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국가의 한 축인 연구/개발자
크게 이공계 종사자들에게 비 합리적인 법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이공계라는 토양을 버리게 됩니다.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직에 대한 정의, 전직 금지에 대한 대안,
궁극적으로 개인, 기업 및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체계 등,
이러한 전직에 대한 해법은 보다 좀 더 생각하고, 의견을 모아
점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좋다고 생각합니다.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에관한법률"은 기술유출방지법 추진과 함께,
일정기간 전직제한, 취업금지 서약서 징구를 유도 또는 의무하겠다는
대책의 경우, 고급 기술인력을 현장에서 격리시키는 조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편협하고,
쓰레기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라는 "토양"에 쓰레기를
가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체가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대사 활동하는 이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정상적으로 유지되듯이,
법이란, 사회라는 체계를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틀이 됩니다.

그런 법을 누군가 임의로 개인/집단의 이익에 의해 발의하고,
그것을 통과시켜 사회에 적용하게 둔다면,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과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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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에관한법률"에 대한 출처와
    진위여부를 아시는 분은 답글을 부탁드립니다.

by seaheart

2004. 9. 26


참고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scieng.net)
      [2차성명]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에관한법률' 입법에 반대한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critic&no=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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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mon ()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에 관한 법률(가칭)은 자료실에 올라있는 산자부발 18일자 경제장관 간담회에 보고된 문건 내에 포함된 "추가법률(안)"의 이름이지요. 이미 유사한 법이 있어서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에 "보안"을 위한 체계 구축이 되어있지만, 허술하고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국정원과 산자부)이 있어서 "추가로 입법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것입니다. 진위여부는 "진(truth)"입니다. 언급된 사실(fact)이라는 뜻.

    그 법이 추가될 때 포함될 내용에 30여 % 밖에 되지 않는 현재 한국 기업내 " 전직제한에 동의하는 사인/계약"을 입사자들로부터 의무화하도록 산자부에서 "권고"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그런 "권고"가 들어간 항목에 반대하는 것이고요. 퇴사를 한 다음, 바로 동종업계의 경쟁업체로 들어가 다시 자기가 하던 전문분야의 일을 할 경우, 경쟁사에서 손실을 볼 우려가 있으니 그런 피해는 막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 "부정경쟁 방지법"이라는 것일테고, "경업 금지 조약"의 차원에서 "사용자-피사용자간 상호 합의하에 서약을 한 경우" 단기간의 전직제한 (예를 들면 1년 정도)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배하지 않는다는 판결(97. 6. 대법원)이 있었고, 그 판결을 근거 삼아 산자부에서는 위 법 내에 "전직제한"을 권고할 것을 유도하겠다고 공시한 것이지요.

    전직제한기간을 "1년"으로 할 것인지, "1달"로 할 것인지, 아예 그런 기간을 없앨 것인지, 아니면 "3년"정도로 강화를 할 것인지는 정부 내 일부 공무원들(이나 기업)끼리 얘기가 있을 지언정, 정작 당사자들인 과학기술인들이나 피고용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얘기였죠.

    우리는 "1년이든 1달이든" 재취업하는 사람에게 "생계보장 및 적절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조건 전직부터 막는 행위에 반대하는 것이고요. "무려 3년"정도로 재취업을 막아버리자...는 아이디어를 제기한 사람이 18일 경제장관 간담회에 있었고, 그런 발언이 있었다고 보도된 사실이 많은 이들의 분노와 거센 저항을 사게 된 것이겠지요.

    주) 경업: 경쟁업, competition. 경업을 금지한다 = Non-Competition
    경업금지 동의/조약 - Non-Competition Agreeement (입사 시 서명)

  • Simon ()

      혹자는 "아, 취직도 안되서 힘든 판에, 월급주고 정규직시켜주고 하는데, 회사에서 입사할 때 보안 강화를 위해 서명하고 싸인하라고 하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면 되지, 무엇이 대수? 일단 취직이나 하고 걱정!!!"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결코 그렇지 않고, 막상 회사 생활하다보면, 정규직이 문제가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싸인 한번 한 것"이 추후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직장생활 20년 넘게 하신 분들의 경험으로 주시는 조언이므로, 한번쯤 심각하게 고려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싸인 함부로 하는 것 아니고, 보증 함부로 서지말라."

    사회생활 초반에 누구나 듣는 얘기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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