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면서 기술보안법을 만들려고하는가?

글쓴이
맹성렬
등록일
2004-11-12 15:1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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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자원부가 이른바 ‘첨단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이하 기술유출방지법)’이라는 것을 입법하려다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본부장 임상규)가 나서 상기 법안의 제정작업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세부안을 조율해 다시 추진키로 했다.

  이 사안은 그만큼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국가 핵심기술의 보호, 과학기술자 권익 보호 등등 여러가지 상충될 수 있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과학기술계 자체적인 판단을 중시한 적절한 조치였다.

그런데, 최근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격으로 열린 우리당의 이른바 개혁파 의원이라는 분들이 주축이되어 산자부가 제안한 ‘기술유출 방지법’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법안을 입법예고해서 과학기술계가 다시 들끓고 있다. 의원입법의 경우 범부처 간의 협의없이 바로 입법수순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상황이 무엇보다도 황당한 것은 이른바 개혁파 중의 ‘개혁파’라고 자부하는 의원들이 과학기술인들 사이에서 ‘기술보안법;’이라고 불리고 있는 법안을 들고 나왔다는데 있다. 이들은 최근 국회에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이라 불리는 법안들을 제안하는데 앞장선 의원들로 이들 법안 중에는 ‘국가 보안법폐지’안이 들어있다.
 
국가 보안법에 대해서 가장 문제삼는 부분은 범죄의 내용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은 채로 국민을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한다고 해서 그간 많은 논란이 되어왔고, 특히 집권 여당의 개혁파들은 이런 부분을 국보법 폐지의 정당성을 역설하는데 자주 사용해 왔다. 그런 개혁적인 분들이 이른바 ‘기술 보안법’이라 불리는 산자부의 ‘기술유출방지법’의 아류인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지원에관한법률안’을 들고 나왔다는데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서명한 개혁적 인사들이 도대체 법안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제안된 법률안의 여러 부분에 문제가 있지만, 국가 보안법의 독소조항과  비교될 수 있는 조항으로 제32조가 한눈에 띈다. 이 조항을 볼 것 같으면, 산업기술을 불법적으로 외국에서 사용하려하고 예비음모를 하거나  외국에서 또는 외국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될 것임을 알고 제3자에게 누설하려하거나  또는 산업기술을 불법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려고 예비 음모를 한 자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부분은 실질적으로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그렇게 개혁 인사들이 문제 삼는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과 사실상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법률로 예비음모를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되어 있어 살인, 강도, 내란 등 그 범행이 극히 중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번에 의원 입법 예고된 법률은 과학기술자들을 살인 강도나 내란을 음모하는 자와 잠정적으로 동일한 대열에 편입시킨 것으로 몹시 위험한 발상이다.

그밖에도 이법 법률안은 무엇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핵심 기술인가를 놓고, 보는 시각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수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사용하던 매뉴얼 수준의 자료를 유출한 경우에도 중징계를 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이 ‘보안법’이 실행될 경우 과학기술자들이 전직은 아예 꿈조차 못꾸고, 한 직장에 묶여 노예처럼 혹사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번 입법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중 상당 수는 그 정의조차 애매모호한 반국가단체에 가담하려 하거나 북한을 이롭게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려는 예비음모를 획책했다는 혐의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옥살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이런 억울한 경험을 한 의원들이 기술보안법으로 과학기술인들에게  똑같은 피해를 주려고 하고 있다. 이번 입법에 참가한 ‘개혁적’ 의원들 대다수는 이런 구체적인 사실을 모르고 동의했을 거라고 믿으며, 즉시 입법예고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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