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혁신, 러플린 개혁안을 지지한다.

글쓴이
백면서생
등록일
2005-01-2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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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린 총장(이하 러총장)은 부임후 카이스트를 초일류로 개혁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여

What is the problem of KAIST? 에 대한 답으로는 'money부족'을,

How can I solve the problem? 에 대한 답으로는 '사립 종합대학화'라는 결론에 도달한 듯 하다.



사실 이공계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 대부분은 'money부족'이라는 첫번째 답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러총장과 같은 '사립 종합대학화'라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다들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는 그런 돈은 못 구한다. 그냥 지금까지처럼 없으면 없는대로 잘 해보자.'라고 답해 왔을 뿐이다. 

러플린 총장의 '사립 종합대학화'는, "역시 노벨상 수상자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달라!"하며 나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이스트를 학생수 3만명 이상, 고 등록금의 사립종합대학화 했을때 어떤 일이 생길지을 상상해 보아야 한다.

아무리 지방사립대학 카이스트라 하지만 인문사회계열과 전문대학원이 정원 못 채울 것 같은가?  당신 딸/아들이 서울서 4시간 넘어 걸리는 국립 x북 또는 x남 대학 영문과 갈까 KTX로 45분 걸리는 도시에 있는 카이스트 영문과 갈까 하면 어디 보내겠는가? 아무리 인문사회계열이 3류라도 이공계가 일류인 이상 거기에 당신 자녀를 보내고 싶을 것이다. 이공계가 일류인 이상 지방 사립 카이스트의 인문사회계열 전문대학원은 지방 국립대학들보다는 반드시 낫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공계뿐이었던 카이스트 이공계에 당신의 우수한 아들/딸은 입학했을 것이다. 그 학교가 이제 사립종합대학으로 1류가 아닌 인문사회계열을 가진 것이 뭐가 문제인가? 당신의 아들/딸은 여전히 일류에 다니고 이웃 친척 모두가 그 사실을 안다. 

러총장이 세울 지방사립종합대 카이스트의 인문사회계열은 정원만 채우면 무조선 성공이다. 타 대학보다 등록금이 비싸지만 결국 이공계열은 지금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증가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공부 안하는 학생은 장학금 못 받아서 관둬야 할 것이다.) 타 계열 학과들은 돈벌기 위한 학과들이다. 돈 벌어 이공계학과들 지원하기 위한 학과들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1류 학과들과 3류 학과들이 함께 존재하는 종합대학을 상상하지 못해왔다. 러플린은 말하는 것이다.

Why not?



지방사립카이스트의 인문사회계열및 전문대학원은 3류로 출발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가면서 차츰 2류 1류로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안 되어도 좋다. 이공계를 위한 cash cow만 되어도 대성공이다. 한국에서는 악덕 사학 재단이 지방사립대 만들어 장사 잘하고 있다는 것을 러총장은 재빨리 간파한 것이다. 이들 학과가 3류든 2류든, 이공계가 2류 3류로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확충된 재정으로 이공계의 경우 초일류로의 도약의 가능성을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러총장의 생각이다. 물론 돈이 있다고 무조건 초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일류의 필요조건은 돈이다. 비유를 하자면 러총장은 말하는 것이다. "복권을 사자!" 복권을 사야 당첨될 수 있는 것이다. 복권도 안사고 난 왜 돈벼락을 안 맞을까 한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실 러총장의 개혁안에 대해 처음에는 피상적으로 생각하면서 거부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차분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니 그의 개혁안이야말로 '이공계의 히딩크'다운 발상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러'총장의 개혁안은 다음과 같은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사립대화는 수많은 갈등을 촉발한다. 사립대를 만든다는 말은 사학재단을 만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누가 재단을 운영하는가? 국영기업 민영화에도 수많은 비리 의혹이 넘치는데 예를 들어 삼성에 카이스트를 넘길 수 있을까? 국민 정서가 이를 허용할까? 법인이나 개인에 넘기지 않는다면 오너가 없는 사학재단을 만든다는 것인데 그 이사들은 누구로 구성할 것인가? 카이스트 교수들? 카이스트 교직원들? 학생들? 재단이사장은 누가 되는가? 후임 이사들은 어떻게 뽑는가? 아무도 합의 안 해주려 하면 이런 문제로 데모에 투쟁에 사립화하기 전에 논의만으로도 콩가루 대학되기 딱 좋다.

그의 개혁안은, 단 한번도 제대로 학교 행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보직에 있어보지 못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Correct me if I am wrong.) 과연 그는 그의 개혁안이 추진될때 일어날 행정적 디테일을 알고 저런 개혁안을 내었을까? 학문적 성과가 대학경영 능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는 대학운영에 있어 무경험의 초보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불안감을 느낀다. 무경험이 갑자기 유경험이 되지는 않으므로 지금처럼 의연하게 계속 자신감을 보여주고 조금은 고집불통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흔드는데 그것이 쉬울까?
 
러총장의 개혁은 지금 카이스트 교수들의 다수가 반대하면 성사되기 어려운데 일류 이공계 교수들이 3류가 될지도 모르는 인문사회계열, 전문대학원들 만들어 그 학과의 신임교수들과 같은 학교 교수대접 받고 같이 교수회의하고 하고 싶어할까? 당신 생각에 서울대 공대 학장이 지방 3류 사립대 인문대학장이 맞짱뜨는 꼴 보고 싶겠는가?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 하자. 한국인의 정서상 그것이 쉬울까? 따라서 러총장은 현재의 교수들에게 결코 그들에게 나쁜 변화는 없을 것임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탑드라이버 ()

      아무리 1류가 아니라 할지라도 1류대에 인문사회 계열이 생긴다는 것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이상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많은 고급인력들을 감싸안을 만큼 성숙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카이스트에 인문사회계열이 생긴다고 해서 고연대나 서울대의 인문사회계열의 수준이 저하되지는 않을텐데, 괜히 미취업 고학력자만 양성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1류가 아닌 3류라 하셨지만, 1류대에 다니는 이상 진로 선택시에 바라보는 눈은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나온 학생들 못지 않겠죠..

    또한..제가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사회에서 신문에 보도되는 이공계기피현상은 말만 이공계기피현상이지 솔직히 기사 제대로 읽어보면, 최상위층의 이공계 기피현상입니다. 즉, 이공계 입학생 애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교수님들께서 생각하신다는 거죠..그렇지 않나요?.. 아무튼 그런데 사립화해서 많은 정원을 모집할 경우, 그것이 일시적일 경우든 그렇지 않을 경우든 간에, 카이스트의 이공계 입학생의 수준이 어느정도는 하향될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이곳을 다녀보지 못해서 알지는 못하지만, 이곳의 교육수준과, 여건이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기관중 하나라 할지라도, 사립화시에 많아진 학생만큼을 커버할수 있는 시설들과 공간이 있지 않다면요..

    또한, 이곳의 교육이 아무리 훌륭해도..지금의 학생들보다 조금은 부족한 학생들이 입학시에 이전과 같은 아웃풋을 낼수있지 못하다면요..

    그냥 좋은 대학하나 망치는 꼴이 되지 않을까요?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풀어나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그런데 러플린의 방법은 그냥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것 같네요..

    미국처럼 큰나라에서 훌륭한 공대가 총장의 잘못된 방법으로 경쟁력을 갑자기 잃는 것과,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 카이스트 같은 학교가 경쟁력을 잃는 것은 상대적으로 입는 피해차이가 어마어마 할껍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러플린의 방법은 실패시에 타격이 너무 큽니다. 거창한 개혁보다는 작은것 부터 하나하나 체크해보면, 님이 말한 돈문제..조금은 답을 찾을수 있지 않을까요?

  • 안기영 ()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입니다. 문제는 해법입니다. 러플린 총장이 저런 발언을 한 이유도 정부는 러플린 총장에게 세계 톱10 수준의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라는 주문을 했고, 러플린 총장은 물론이고 확실한 명제 하나는 돈이 디 필요하다는 것인데 정부가 예산을 더 지원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립화라도 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립화하고 등록금으로 돈을 모으자는 해결책은 그리 성공 가능성에 그리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기금을 모으는 운동을 하다가 잘 될듯 싶어 보일 때 사립화를 해서 가속을 붙이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너무 '사립화'라는 것이 언론에 부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들은 충격적인 걸 좋아히니까요. 사실 더 단순한 문제입니다. '돈 모으자' ... 이거죠.

  • 돌아온백수 ()

      히딩크에게 했듯이, 그냥 맡겨두고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kaist 실험이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교수들을 다른 방법으로 격려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을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겠죠. 사립화든, 종합대학화이든 로플린에게 맡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사회의 창의적 실험의 장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그런 실험을 할 수는 없지 않나요? 대학이 적정한 규모가 되면, 여러가지 사회 현상에 관한 실험들을 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학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수들은 어느 집단 보다도 보수화 되어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한국대학의 문제점 일수도 있습니다. 대학에는 보수와 진보의 변증법적인 발전이 그 사회의 어떤 조직보다도 역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면에서 이제 카이스트 교수와 직원들은 진정한 지성인의 자세로 돌아가서, 로플린의 실험에 동참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동안 세금으로 생활을 영위해온 댓가를 지불하는 셈이 거든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물론,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수 있는 지혜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야할 의무도 있는 셈이거든요.

  • 배성원 ()

      국가를 상대로 실험을 할 수 없는데.. 그 실험을 대학에는 해도 됩니까? 그런 실험의 장을 제공해야 되는 의무가 있다는 말은 뭡니까? 언제부터 그런 의무가 생겼나요?

    교수들이 보수적인 집단인 것이 카이스트의 향후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설사 러플린의 구상이 100% 성공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대학 구성원의 전폭적인 수용과 동참이 없으면 지지부진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큰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에 어떤 총장이 내 놓는 안마다 모두 그것을 수용할 의무가 있고 그대로 해 왔다면 지금 대한민국에 남아난 학교 몇 안 되었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개혁이라는 어휘에 경도되어 무수히 많은 사람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수 있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마십시오. 축구는 이기고 지는 것이 일상 다반사입니다만 대학이 하루아침에 잘못됀 후 다시 재정비 되기 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괜찮은 학교 하나 지탱해 내기가 힘겨운 때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내는 학교에다 대고 개혁적 실험의 장 운운하며 정체성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 때의 정책이 잘못돼서 학교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 정책의 실패는 정체성 상실이라는 것보다는 덜 위험합니다. 이번 러플린의 구상이 이토록 논란이 대상이 되는것은 바로 카이스트이 정체성을 건드렸기 때문이고 .. 아무리 노벨상 수상자지만 가버리면 남이 될 외국인이 정체성을 바꾸려는 것이 저항에 부닥친 가장 큰 요인인 거 같습니다.

  • 돌아온백수 ()

      배성원님은 대학의 존재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군사정권에 의해 많이 상처를 받았지만, 각 지역 국립대학 총장은 그 지자체장의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습니다. 이것은 서양에서 시작해서 일본을 거쳐들어온 전통으로 보여집니다만, 어쨋거나 대학내의 일은 외부에서 거의 간섭하지 않는 형태로 존중되어집니다.

    왜 이러한 예우를 사회가 해왔습니까? 물론 그렇지 못한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괴수들 철밥통 만들어 주려고 백성들이 세금내서 그 많은 건물에 그 기자재들 사다가 안겨놓습니까?

    총장이 바뀌면, 확 바뀌는게 대학입니다. 그것을 막는 것은 문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몰이해입니다. 거의 문화혁명을 거친 중국애들 하는 짓거리나 같은 식으로 교수와 직원이 총장에게 대들다니.....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다 용서받는 것이 아닙니다.

  • 안기영 ()

      사립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그러니까 몇년치 돈을 한꺼번에 받아서 기금을 쌓아 놓아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러플린 총장이 이런 로드맵을 같이 만들어 보자고 했으면 반발이 없었을텐데, 사람부터 늘리고 어떻게 해보자는 식으로 안을 내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커뮤티케이션에 문제가 있었고, 언론에도 좀 당한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러플린 총장 역시 모르면 다 용서받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개혁과 발전 계획을 수립할 때 좀더 신경을 쓰고 충분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문화대혁명이라뇨 -_-;

  • 배성원 ()

      누가 뭘 모른다는 건지요? 카이스트의 교수와 학생들이 어떤 총장의 지시에 대해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것은 더 구시대적 발상 아닌가요?

    대학의 일은 외부에서 간섭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 '외부'란 것이 단지 울타리 밖에 있다고 해서 외부라고 하신다면 너무 단견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존중되고 간섭받지 않는다는 것도 총장의 독단이 존중되고 간섭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대학 '자체'의 학문적 전통과 교육적 위상이 존중되고 간섭받지 않는다는 거겠죠.

    그리고, 철밥통 교수들이니 하는 생각은 이런 경우의 문제의 판단을 더 흐리게 할 뿐입니다. 카이스트라고 해서 없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철밥통 교수 있다고 그게 미워서 학교의 정체성을 바꾸자고 생각한다면 정말 벼룩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요?

  • 돌아온백수 ()

      문화속에는 역사적 경험들이 축적되어있습니다. 비록 그 이유와 근거를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문화에 일단은 따르는 것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는 길입니다.

    총장이 취임하고 나서, 그가 비젼을 제시하고, 그 비젼이 맘에 들지 않으면, 조용히 짐을 싸서 가는 것이 대학의 문화입니다. 만일 그 총장이 임기중에 초심을 잃어버리고, 다른 짓을 하거나 범법사실에 발생하면, 학내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서 의견을 개진하여 바로 잡고, 그것이 불가한 경우에 실력행사를 하는 것이 대학의 문화이죠.

    선진 대학들이 정체성을 고집하여 왔다면, 학문과 사회의 발전을 어떻게 선도해 왔겠습니까?

    총장이 취임하여 얼마되지도 않아서, 마치 시누이가 며느리 구박하듯이 교수와 직원이 연판장을 돌리는게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까?

    어디가 더 개혁적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런 형태의 저항은 시정잡배들과 다를바가 하나 없어보이는 군요.

  • 배성원 ()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엔 '싫으면 니가 나가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들고 낢이 손쉬운 미국식 사회에서는 정말 싫으면 누가 나가라고 하기전에 스스로 나갈 수 있겠지요. 한국사회는 그와 다릅니다. 무었이 더 좋고 나쁘고, 또는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냥 사회가 다르게 생겨 먹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싫으면 니가 나가는' 그것이 가장 올바른 해법일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선 그런 해법을 쓰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정체성이란 무었입니까? 학과 한두개 더 늘었다 줄었다 하는것은 '정체성'의 요소와 거의 무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부산대학교 총장께서 부산대 등록금이 너무 싸서 서울대를 이기지 못하니 학교를 사립화하겠다고 하면 모두 찍소리 안하고 그에 따라야 합니까? 이건 정체성 문제입니다.

    고등학교를 예로들어 볼까요? 부산의 모 고등학교가 이름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옛날에 워낙 학교가 야간이니 뭐니 이미지가 안좋아서 그러다고 했습니다. 80년대 이야긴데요. 그때도 학생과 학부모, 졸업생들이 반대했습니다. 아무리 이름의 이미지가 안좋아도 함부로 바꿔서 좋을거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교장과 시 교육청에서도 수긍하고 계획이 백지화 됐지요. 대학도 아니고 고등학교였습니다. 게다가 다른 유명 고교 처럼 동창회가 삐까뻔쩍 한것도 아니고... 암튼 그런 학교였는데도 이름 바꾸자고 하는데 싫다고 해서 백지화 됐지요.

    고등학교와 대학은 틀리다고 이야기 하실거 같은데... 저는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선생님을 더 훌륭한 분으로 모시겠다고 멀쩡한 선생님 전근 보내거나 점심시간을 2시부터 하겠다거나 야간 자율학습을 새벽 1시까지 하겠다고 하는건 정체성 문제는 아니지요. 허나 의견은 전달할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서슬퍼런 군사독재가 한창이던 80년대 중반 이야깁니다.

  • 배성원 ()

      그리고 개혁이란 것에 너무나 무한가치를 부여하시는 듯 하군요.
    개혁은 꼭 필요한 곳에 써야지 아무대나 휘두르면 독사의 독보다도 더 큰 해악을 남깁니다.

    백수님과 제 생각의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는거 같습니다. 저는 카이스트에 개혁은 필요없다고 봅니다. 단지 필요하다면 현재의 3배정도 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거겠죠. 퍼온글 게시판에 PSI등의 스위스 대학원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에 대해 백수님은 그렇게 좋은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철밥통 교수들을 속아내는 개혁이 또 필요하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릅니다. 지금 철밥통 교수라도 충분한 연구비 지원(남보다야 덜하겠지만 현재보다는 많겠죠)이 따르면 그속에서 천명, 만명 살리는 성과 나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카이스트의 교수임용 시스템을 믿는 편입니다.

    당연히 제 이야기는 결코 개혁적이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과연 지금 카이스트에 개혁이 필요한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 돌아온백수 ()

      카이스트 교수나 되는 분들이 전세계 어디서든 먹고 살 걱정하겠습니까? 서로 오라고 난리가 나야 정상아닙니까? 그게 자부심의 기본이겠지요, 철밥통이 아니라.

    대학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곳입니다. 대학교수의 역할은 학문의 정진도 있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이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회와 언론에 글을 쓰고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혹은 방송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에 무엇인가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학스스로가 끊임없이 실험하고 변화할 수 밖에 없죠.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대학의 자연스러운 생명활동으로 봐야 합니다.

    교수의 강의노트만 십년된 것이 아니라, 학칙과 인사규정도 마찬가지로 수십년 묵은 대한민국의 대학이 대학의 참모습이라고 짐작하지 마십시오.

    경제규모 세계 12,14위 권의 나라에 세계 일등 상품이 40여가지가 넘고, 인터넷 보급율등 세계적인 수준을 지닌 분야가 많은 나라에, 세계적인 대학이 하나도 없고, 퓰리쳐상을 받는 언론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한 시기입니다.

  • 안기영 ()

      그 개혁이란 것이 사립화가 본질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개혁=사립화"라는 공식에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펀글토론방에 올린 바와 같이 스위스 공과대학 등은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한 국공립 연구중심대학이지만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중심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지 사립화냐 아니냐는 부차적인 문제이고 이에 대해서는 러플린 총장도 해명한 바 있습니다. 언론이 사립화 문제만 부각시킨다고요.

    기사거리를 붙잡고 늘어지고 언론이야 사립화를 화두로 삼고 싶어하겠지만 우리야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돈을 어떻게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냐가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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