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본 한국이 변하기 힘든 구조적 이유

글쓴이
한 철수
등록일
2002-03-13 17:4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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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회사에 취직하여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겨울에 한국에 들어 갈까하고 알아 보았지만
IMF 이후에 공학자에 대한 대우차이가 너무 심해져서 올림픽 보기 껄끄러운
미국에 당분간 더 살기로 했읍니다. 

일단 월급. IMF 이전에는 비슷했는데 지금은 3-4 배까지 나는 차이가
저의 애국심을 시험했고 결국 저는 일단 비열하게 돈을 택했읍니다.
미국에서 의사 변호사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고 버릇이 없어진 저는
한국의 대학교 와 기업에서 제시하는 대우에 모욕감마저 느꼈읍니다.
2달 동안 고민하면서 이것은 IMF 로인한 일시적인 현상도 있지만
몇천년 동안 내려온 구조적인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증기기관을 발명한 Watt 는 당시 그에게 투자한 벤처 사업가와 같이
유럽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내려오는 명예를 얻었는데 
세계최초의 준잠수 전함 거북선을 만든 우리 선배 공학도 들은 
누군지 모르겠어요.(기술에 투자한 이순신 장군도 그당시 그를 시기한
위정자들에게 암살되었다는 일부 주장도 있더군요.위정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그럴듯한 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산업혁명에 비교할수는 없지만 이름정도는 남아 있을텐데.
(또한 그때부터 대우가 틀려서 서양이 앞선것 아닐까?)

아뭏든 제가 미국에서 느낀바는 단순히 공돌이들 월급 좀 올려 주어서
되는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복잡한 차이를 다 설명할 재주가 
없고,구조적 차이의 무게가 어느정도인지를 조끔이나마 느끼게 할수있는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읍니다.저는 Computer 분야에 있으므로 
우리분야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합니다.

우선 미국및 유럽 선진국 에서는 엔지니어로 평생 일하고 정년 퇴직할수
있다는것입니다. 한국에만 계셨던분들은 이것이 무슨말인지 잘 모를수도 
있읍니다.예를들어 실제로 제가일하는 IBM 에는 40-60대 프로그래머가 
수두룩합니다. 예를들어 30년을 직접 프로그램하고 컴퓨터산업과 역사를 
같이하고 정년 퇴직할 준비하는 Robert 라는 나이가 60이 넘은 사람이 
있읍니다.이사람은 지금도 나와같은 부서에서 같은  Software 을 개발하고
또한 젊은직원들 보다 새로운것을 배우는것을 즐깁니다. 어제 내가 고친 
Program file 을 이사람이 다른일로 고칩니다. 단지 차이는 월급이 많다는것
그리고 우리부서  Software 구조 에 도사라는것. 이사람은 대졸이며 
Computer Science 도 전공안 했고 석사 박사들과 같이 일합니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차이는 서방 선진국은 엔지니어가 
갈수있는길이 두가지가 있다는것입니다. 순수 엔지니어의길 또는 관리자의길.
한국은 어떻습니까 ? 삼성 SDS  에서 40이 넘은 사람이 프로그램 
짜는 사람 거의 없읍니다. 한국은 30대 중반이후에는 관리자가 되지요.
삼성 SDS 에서 근무하는 선배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제가 박사 
까지 하고 아직 프로그램 짜는것을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전혀 불쌍한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공학능력이 무조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젊은 애들 시키려고 하면 그사람은 엔지니어가 
아닙니다.연구하고 직접 Program 도 짜야 계속 연구할수 있읍니다.
재미있는것 죽을데까지 게속하고 싶어하는것이 엔지니어지요. 

이런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순수 엔지니어가 몇명 없다고 할수있고, 
죽을때까지 할수도 없읍니다. 사실 컴퓨터 업계에서 보면 의사나 
변호사들 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Super-programmer 라는 사람들들은 
다년간의 경험으로 실제로 일반 Software Engineer 보다 몇배이상 많은양의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들입니다. 경쟁회사 Microsoft 는 이러한 
Super-programmer 들로 가득 차 있고 계속 자기가 좋아하는 
program 짜다가 Microsoft 에서 "retire" 할수있읍니다.

여기서 또한가지는 미국에 경우  상하구조가 덜하고
functional relationship(기능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것입니다. 
60살 먹은 Robert 와 나는 같은 "boss" 밑에서 일하고 있읍니다.
"밑에서"라는 말이 안됩니다. 우리 "boss"는 30대초반의 UCLA
졸업생인데 어떨때는 우리 시다발이같은 생각이 들때가 있읍니다. 
우리가 아무신경 안쓰고 열심히 일할수있게 다른부서와 싸우면서 
정치하는 애니까. 우리 연구개발부에서 제일 스트레스 많이 받는애죠. 
실제로 일할때도 위라는 생각이 안듭니다. 월급도 프로그래머가 더많고 
경험이 5년정도되어 우리부서에 10년 이상된 엔지니어들에게 자문을 
구하는게 그의 일입니다. 한가지 권한은 엔지니어의 능력을 평가하는것.
그러나 우리 엔지니어들도 그의 능력을 평가하며 심하면 
엔지니어들과 다투다가 짤릴수도 있으니 절대 "상전"이 아닙니다.

한국이 지금의 구조로 근본적인 이공계 처우개선이 가능할까요?

또한가지는 호봉 과 연봉의 차이라고 할수 있읍니다. 
예를 들어 대학을 봅시다. 한국 월급은 호봉제입니다. 
이공계를 키운다고 미국처럼 생물과,전산과 교수를 사학과,경제학과 
교수보다 2배 의 월급을 줄수있읍니까? 천만에 말씀입니다. 
전산과 교수가 대학다닐때 배운 철학과 은사님께 그딴소리 했다가는 
사회에서 매장되죠.한국은 벼슬이 올라가야 돈도 올라가죠. 
빨리빨리 보직을 맡아 호봉을 올려야죠.
실제로 제가 알아본 몇몇대학은 학교에 중요한 보직은 주로 
문과 교수들이 잡고있어서 이공대교수들이 뭘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그러더군요.

 한국의 산업계는 연봉제를 많이 도입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인사부의 말단신입사원 보다 신입사원 엔지니어 
에게 2배 의 연봉을 제시할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 극단적인 예는 저같은 Computer 박사가 Computer Science 도 전공안한 
Web programmer 보다 덜받을 때도 있어서 저도 기분 나쁠때가 있지만 
그게 미국입니다. 고상한척하고 지금당장은 별 필요없는 박사보다  
필요한 일 잘해낼수 있는 사람에게 대우할수도 있으니까 
이공계가 잘 대우받는 사회가 가능햇던것 같기도 해요.

제가 두서없이 이것저것 떠들었읍니다. 엔지니어가 학력에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의사 변호사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는 미국의 사회구조에 대해
미국에 꽤 오래살은 저도 아직도 모르는것이 많습니다.
이런얘기들은 간단히 예기할수도 없고 누구나 쉽게 반증을 할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어떻게 바꾸자고 주장을 하는것도 아니고 단지 
몇가지 예만 들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알려 드리고 또 토론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공계 대우가 좋아지기 전에 모든 분야에 
걸쳐서 변하여할것들이 우선이고 그것은 단시일에 안될것 같이 느껴 집니다.
저는  곧 다시 한국에 들어갈 기회를 였볼것이지만 
한국에 들어 간다면 보다 높은 목표를 위해 
공돌이 대접을 감수해야 할것으로 생각하고 있읍니다.

 

  • 소요유 ()

      미국이 만능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힘은 그런데서 나온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이란 사회가 다른 서구국가 나 캐나다 보다도 좀 여유가 없는 빡빡한 사회라고 하지만 

  • 소요유 ()

      그런 면이 강점일지도 모릅니다.  빡빡하기야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면에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기때문이겠죠.

  • 김진일 ()

      우리나라 연봉제가 연봉제 이던가요? 보너스를 성과급이라 하며 단계별로 % 나눈 것에 불과한데? 그것도 액수 차이는 거의 안나고

  • 김진일 ()

      더 웃긴 건 그 % 먹는 것도 실력순이 아닌 짬밥순이고.. 뻔한 거 아녀요? ㅎㅎㅎ

  • 김진일 ()

      하지만, 우리도 스스로 반성할 면은 있습니다. 우리보다 어린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고 너무 배아파하면 안됩니다.

  • 소요유 ()

      그렇습니다. 능력을 연륜으로 재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특히 전문직에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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