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축소에 대해 우려되는점 (진반농반)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2-03-29 08: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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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의 정원 축소..가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단점을 최대한 억제하고 장점만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정부로선 전체 대학입학 정원을 줄이는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이죠. 학부모들이나 사학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이공계 대학 정원을 줄이는 대신 의대정원을 늘리면 되는데, 의사는 숫자가 너무 적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또 의사협회에서 들고 일어나겠죠? 만약 의대 정원 늘리는데에 성공한다면? 지금의 가치관으로는 전교 20등까지 의대가던 것이 전교 30등까지 의대가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결국 이공계 대학은 그만큼 더 수준 낮은 학생이 진학하게 될지도.

사실 대학입학 전체 정원자체가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 비해 수험생은 많이 줄었는데 정원은 계속 늘어만 가니까요. 그런데도 정부는 "전국민의 대졸화"(비록 그 질이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지만, 어쩌겠습니까. 국민들이 모두 대학나오길 원하는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공대 자연대 미등록 사태 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정말로 미달된 것이 아니라 1차 미등록이 일어난 것입니다. 즉, 타대학 의대와 중복합격자가 빠져나간 것이지, 입학 정원을 못 채운 게 아니거든요. 이공계를 너무 많이 뽑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가치관이 의대 > 이공대 인 것이 문제인 것이죠. 그리고 과학기술자 처우문제와 연결해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공계 정원을 줄이더라도, 좋은 학생이 가지 않으면 단순히 숫자가 줄어든다고 처우가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거죠.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는데 단순히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월급을 많이 주느냐? 영악한 기업이 그럴리가요. 값싸고 질좋은 외국 인력을 끌어다 쓸겁니다.

만약 이공대 정원을 지금 시점에서 이런 분위기에서 줄였다간, 학부모와 수험생들로부터 "에구. 이공계는 정말 망조가 들었구나. 저렇게 정원 줄이다가 결국 아무도 안 가는 분야가 될것" 이라는 인식이 생길지 모릅니다.

미래 한국의 발전을 위해선 우수한 학생이 이공계를 가야 한다는 말은 백번 옳은 말인데, 과학기술자 처우가 낮은 것이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라는 말엔 이견이 많은 말입니다. 사실 과학기술자 처우문제는 정부가 '맘먹고' 정출연 연구원 연봉을 50% 인상하고 PBS 하에서 연구비 계상 총비율을 100%가 넘어도 되도록 허용하면 획기적으로 처우가 개선되고, 기업체 연구소들은 정출연으로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덩달아 연봉을 올려줘야 할 것입니다. 연구분야도 정부가 나서서 새 정출연을 만들고, 정부 주도 연구프로젝트를 만들면 확대될 수 있습니다. IMF는 끝났으니까요.

정출연 과학기술자들 연봉 50% 올려주는데 예산이 얼마나 필요할 것 같습니까? 현재 1만명의 정출연 연구원이 있다고 치고 평균 연봉이 3500만원이라고 치면(이 두 수치가 얼마나 맥시멈인지는 아실겁니다) 50%인상이면 1750만원 * 1만 = 1750억원입니다. 2002년 정부 예산이 112조 6천억원입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매년 5~7%씩 증액되고 있습니다. 0.1%정도의 예산만 확보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자 처우가 매우매우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이공계 기피니 뭐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물론, 제목에도 썼듯이 진반농반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단기간내에 해결하려면 돈 안드는 것보다 돈 드는게 쉽습니다. 학부모와 수험생의 가치관 바꾸는거, 돈 안들이고는 어렵습니다. 대학 입학 정원 줄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게시판상에서 활발히 토론중이지만 '공급이 줄면 처우가 올라가나?' 에 대한 확증이 있어야 할 것이고, '현 상황이 단순한 공급 과잉인가?' 라는 점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또, 공급과잉이라 가정한다해도, 공급 과잉때문에 처우가 나빠졌다는 연관성이 없거든요. 처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라는 말은 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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