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E=1/2*mv^2, 그리고 법조인.

글쓴이
무명인
등록일
2007-09-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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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글 저 밑에 화이트헨드님이 쓰신 E=1/2 * mv^2 판사 일화 뒤에 계속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음페이지로 넘어가는 형국에 답글로 쓰기 보다는 새로 하나 써볼까 해서요.

사실 의전원은 잡일맨님 말씀 그대로인 부분 (의학대학원생들도 기초의학 보다는 임상으로 더 몰릴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잖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시각에서는 의대입시가 사회문제화 된 것은 의약분업 이후에 몇년간 잠깐 반짝한 일일 뿐이고, 어차피 수능점수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전공 선택해도 될 문제고,

나이가 서른쯤 되니까 갑자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여기 계시는 몇몇 분들 말씀대로 입학하시는 분들이 사회경험도 좀 하시분들이 들어오고, 다양한 전공을 살릴 수 있다면 장점도 있겠구나...그 정도로 생각하고 좋게 받아 드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로스쿨은 그 도입취지나 내용이 메디컬스쿨하고는 사못 다르다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기존의 도박에 가까운 시험을 패스함으로서 생기는 기대심리를 조금 완화시켜 주는 측면이 있겠고

변호사의 선발과 양성기준이 오로지 시험 하나 뿐이라는 단점, 그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법'지식'의 과잉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에 재미있게 읽은 노구치 유키오 (도쿄대 출신의 대장성 관료로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분 공학부 출신이네요 :)교수의 '超학습법' 이란 책에서 불필요하게 난잡하게 쓰인 대표적인 책으로 일본법전을 들며 '법학도들은 수학자들 손톱의 때라도 달여 먹으라'라고 코멘트를 하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대학교 입학 후에 친구법전을 뺏들어 보니 역시 기호와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주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베베꼬인 문장구조로, 거기다 실생활과 유리된 국어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래어도 아닌 국적불명의 단어?로 표기한 것을 보고 틀린 말이 아니구나 했었습니다.

요즘은 한자도 줄고 많이 나아 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베베꼬인 문장구조와 원어로 알고 보면 훨씬 이해가 쉬운 한글법학용어에 친숙해지는 것이 사법시험에 도전하기 위한 통과의례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례를 달달외는 것도 어느 정도죠, 큰틀만 잡아 놓고 실무에서 그때그때 참고하면 되는 것을, 굳이 외워라...이것도 대표적인 낭비라고 봅니다.
 
안그래도 세상에는 배울 것도 많고 외울 것도 많은데, 시시콜콜한 잡다한 것 까지 달달 외게 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낭비, 에너지낭비, 인내심 테스트의 일환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법학분야에는 의학처럼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법시험이나 고시가 사람의 능력을 키우고 평가하기 위한 시험(물론,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겠죠.) 이 아니라 knock out 하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이라 봅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라면 저런 인원선발방식도 나쁘진 않겠죠.
 
과학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학문이라고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성리학 그리고 나머지 기타 잡학, 성리학이래봤자 대표서적은 몇권으로 집약될 수 있는 환경에서 성리학 대표서적 몇권에 있는 내용가지고 진검승부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겁니다.
어차피 의학,수학,건축 등을 별볼일 없는 천한 종놈들이나 하는 짓거리니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왕이고 신하고 양반이고 백성이고 뭘 이래저래 공부할 건더기가 있어야지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도 똑같은 행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법정에서 다뤄지는 분야가 경제,사회,과학,의학 모든 분야게 걸쳐 있는데, 거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판결을 내린다는 법조인이 오로지 법밖에 모른데서야 쓰겠습니까?

로스쿨로 변하면서 인원 선발방식이 바뀌고 상기에 언급한 불필요한 법'지식'의 과잉이나 달달외우기는 좀 없앴으면 좋겠고, 그 시간에 법조인, 더 나아가서 현대사회의 시민으으로 필요한 교양이나 좀 더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달라가 넘은 나라에서 그 천재들 중에 천재들만 모아 놨다는, 한해에 150명 남짓만 선발된다는 판검사들이, 시민들을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과학기술유출법 위반으로 선고할수 있는 양반들이-

-빤히 한글로 자본론이라고 적힌 책을 놓고도 이게 뭔내용인지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리영희 교수님의 수필에 나오는 법대 재학시절에 사시에 합격했다는 초천재 공안검사 이야기) 운동의 기본법칙조차 모른다는 것은 비극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그 뛰어난 분들이 아인슈타인처럼 이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법논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가끔 그런 것도 같네요 -_-a) 그럴려면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란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좀 빼놓던가요.

사실 로스쿨이 법조인 인력양성에 관한 단점뿐만 아니라 사법시험이 한국에서 가지는 의미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가지 문제점들까지 같이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판관과 그 판관의 권력에 기생하는 관료(공뭔)들 공화국으로 계속 나가면 침몰하는 길 밖에 없어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사시출신인 것 만 봐도 사시의 폐해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습니까?

( 좀 뜬금없을까요? 제눈엔 대통령께서는 항상 하시는 시스템 타령도 결국 판관하고 관료들에게 권한 몰아주기로 뵙니다. )

명목상으로는 삼권분립이라고는 하지만

행시-사시로 대변되는 선발방식의 동질성 , 변호사-국회의원으로 연결되는 출신성분의 동질성이 강한 현실에서 삼권분립이 제대로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죠, 말많고 탈많은 지자체 장 중에서도 행시 출신의 공뭔들이 적잖습니다.

이 큰틀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시스템 타령을 해봤자 실질적인 견제가 잘이루어지기 힘들 것 같고, 결국 단합과 그로 인한 부패와 무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재벌하고 기자만 손익이 맞으면 아주 철옹성이고, 과거와 현재의 차이는 육사출신이 있던 자리가 서울대 출신으로 대치된 그 정도 차이인 것 같습니다. 

  • 베니스나비 ()

      우선 의전원은..나이가 서른쯤 되니까 갑자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는게 아니라 상대적 고소득+안정 때문에 가는거구요(부정하실지도 모르지만 '상대적'입니다. 이공계에비해..) 하지만 원래 이거 설립취지인 다양한 전공한 사람들 흡입으로 인한 의학발전엔 별로 동의할 수 없구요''; 의사배출연령늦어짐의 단점과 폐쇄적인 의사집단(기분나빠하지 마시길;;)의 군대보다 더한 수직문화(?)붕괴의 장점(?)이 얽혀 있다고 봅니다.걍 제생각임;;

    로스쿨도 특별히 더 유능한 법조인 배출에는 별로 동의안하지만(지금도 비법 합격자가 30%는 됩니다. 지금활약(?)중견법조분들은 거의 90%이상이 법대출신이겠죠..그것도 서울법대)역시 마찬가지로 폐쇄적인 진골성골 따지는 법조사람들끼리의 무언가의 집단성을 붕괴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과 님말씀대로 사시합격이라는 기대보상심과 선민의식(?)의 완화측면은 있겠지만요..
      나머지는 로스쿨 운영과정이 잘 되야 성과를 거두든지 말든지 할텐데 지금행태보면 변협은 밥그릇 안뺏기려고 축소축소 외치고 법대교수분들은 역시 학생수 확보하려고 확대확대 외치고 상관없는 일반인들은 걍 확대되면 좋겠네라고 중얼거리는데 타협점도 못찾고 각대학들의 로스쿨 유치전(우리도 이기회에 명문대 껴보자라는..)에...-_- 갈길이 멀죠;;
    참고로 화이트헤드님께서 예를 드신 운동에너지는 좀 심했네요;; 저급정보가 넘치는 뇌이버에서도 그정도는 검색해줄텐데...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사실문제"는 로스쿨보다는(초창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로스쿨 입학생이 대부분 학부생일텐데...위 예와 같이 일반물리학이나 그보다 약간 상위 지식은 학부생한테 기대해도 더 전문적인 소송시비가 많은데 이게 과연 로스쿨이 해결해줄지는 의문입니다.)배심원제도가 해결해 주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발언을 해보지만 뭐 이것도 문제점 많다고 그러던데 자세히 모르니깐 입 다물래요...
    P.S 로스쿨 전면 시행되면 변호사 몇년 경력 이상자 중에서 판사 뽑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서울대 로스쿨출신 변호사만 뽑아가면 역시나 기득권 문제는 해결 안될듯;;-_-
    이거 써놓고 보니 제가 사시 옹호자라고 낙인찍힐수도 있는데 전 걍 소시민일 뿐이고 로스쿨이 꼭 희망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것이고 어차피 결정된 것 지금처럼 우왕좌왕 하지말고 제대로나 했으면 좋겠네요^^

  • 화이트헨드 ()

      대부분의 판사님들  물리학적인 내용을 변호사가 설명하면..

    "내가 그런걸 어떻게 알아요...(버럭~!!)" 큰소리 치는것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법정 참관을 많이 해본지라..

  • 잡일맨 ()

      로스쿨 되봐야 어차피 대통령 아들부터 일렬종대로 줄서있어서 이공계천민들이 1억넘게 주고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보고요
    판사들 무식하다 외치기전에 이공계인들 야근문제 한탄하기전에 노동법 책 한글자라도 읽어본적 있는지, 그리고 내가쓴 특허의 권리를 회사가 다가져간다 하고 울부짖으면서도 지적재산권법 조문한번 안찾아보는건 당최 무슨배짱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공계는 자기전공 공부하느라 바쁘고 야근이 많고 한국의 법전은 일부러 난해하게 써놔서 공부가 안된다고요? 중졸도 채 못마친 여공들도 청계천골방에 모여앉아 노동법책 읽었던분들 생각하시면 그런말씀 쉽게 나오기 어렵조

  • 무명인 ()

      잡일맨님, 단순히 혼자서 공부가 잘되고 안되고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법시험 제도 자체의 맹점을 논한 것이고 그 시험패스에 관해서 논하는 것 입니다.
    개인이 의학에 관해서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약을 못삽니다.
    잡일맨님 말씀대로 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중고교 교육이나 교양교육으로 좀 더 많이 다뤄주고 개인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합니만 그것과 사시를 패스하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의료시장은 복지부하고 건보공단이 틀어쥐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법조인 시장은 대체 무엇이 왜곡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왜곡이 없을까요? ) 저는 사법시험제도 자체가 가지는 왜곡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잡일맨님 걱정하시는 대로 지금 메디컬스쿨에 자교출신 우대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로스쿨에 관해서 걱정하시는 문제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로스쿨 입학기준 및 전형과정은 기존의 사법시험처럼 공정해야할 것 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잡일맨님의 의견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 잡일맨 ()

      저도 들은이야기입니다만..

    미국 모 주의 로스쿨입학시험에는 "해외봉사" 활동과 "제3세계외국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고로 잘나가는 집안에서는 남미나 아프리카에 관광겸사 해서 좀 나가서 놀아드리고 무혈입성하고 없는 집은 카운티에서 x빠지게 봉사해도 어림도 없더라~ 해서 봉사점수를 철폐했다고 하는데...


    이에 버금갈정도로 지극히 왜곡된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에서 로스쿨은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사법시험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도 밥그릇으로 연결되는 "선발인원"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며 연수원 시스템을 변혁시키고 임관루트/변호사루트의 분리등으로 기존시스템에 인원확충을 하는편이 저비용 고효율제도의 그간이 아니겠는지요. 실제로 사시 천명시대가 오면서 슬슬 변호사 막장시대도 눈앞에 보였는데 도로 서울대 150명이 대한민국의 法原이 되는 60년대 로 회귀할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하기야 지금있는 "오야붕" 이 천국의 사다리를 가장 극적으로 타고 오른사람이니 일단 다른 경쟁자 못오르게 사다리 발로 걷어찬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것도 사실입죠. 두고보세요 로스쿨의 많은자리는 있는집 자제님들이 은근슬쩍 꿰어차고 앉을겁니다 
     
    p.s 로스쿨 문제는 IQ테스트와 상당히 관련있습니다. 머리좋은 분들은 의외로 쉽게 붙을수 있을지도 모르니 의학계에서도 많이 진출을 고민하시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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