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연설 전문 (러시아 엠게우 방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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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
등록일
2004-09-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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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사도브니치' 총장님,그리고 교수와 학생 여러분,
 
  지성과 개혁의 산실인 이 곳, 모스크바 대학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249년전, 로모노소프 박사께서 설립한 '엠게우'는 러시아와 인류문명의 진보에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여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 그리고 세계지성사에 훌륭한 발자취를 남긴 여러분의 선배들은 이 대학의 위대한 자산입니다.
 
  여러분은 러시아를 이끌어 갈 내일의 지도자들입니다. 여러분이 그리는 꿈은 바로 러시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의 눈은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지금 세계의 시선은 동북아시아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가들도 세계문명의 중심이 유럽과 북미를 거쳐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동북아시아는 세계 GDP의 20%를 생산하고 있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0여년 후에는 3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계 1/4분의 인구와 첨단기술, 풍부한 자원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신흥경제대국, BRICs 네 나라 중에 러시아와 중국, 이 두 나라가 동북아에 있습니다.
 
  유라시아에 걸쳐있는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동북아의 주요국가로서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지금 푸틴 대통령께서도 미래 국가전략으로 극동 시베리아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유럽에 속해있고 여러분과 나는 지금 그 유럽에 있지만, 우리가 동북아를 주목해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지역에 EU와 같은 협력과 통합의 질서가 형성된다면, 그야말로 동북아에는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입니다.
 
  세계경제는 물론, 세계가 평화의 질서로 나아가는 데도 크나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러시아 또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되고, 특히 시베리아는 획기적인 번영의 계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이처럼 희망찬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여러분과 내가, 러시아와 한국이 함께 추구할만한 가치 있는 목표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학생 여러분,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동북아는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침략과 수탈로 인한 전쟁과 고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고, 해결되지 않은 아픈 역사는 분쟁의 불씨로 남아있습니다. 역사분쟁과 영토문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또한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금도 불신과 적대의 대결구도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통합의 질서로 나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동의 이익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경제 분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선 물류, 에너지,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공동번영의 토대를 마련해가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역내 교역자유화를 통해 경제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경제가 통합되면,이것은 역사의 경험에 따라 다자간 안보협력으로까지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유럽이 철강과 석탄을 매개로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그 바탕위에서 평화와 공존의 질서로 나아간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고의 대전환입니다. 동북아 각국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의 마음속에 화해와 협력, 신뢰와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언제 다시 국수주의가 등장하고 불신과 적대 감정이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아직도 잠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신과 적대의 대결적 감정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동북아는 진정한 협력과 통합의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러시아는 동북아 시대의 빼놓을 수 없는 당사자이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힘 있고 큰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6자회담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이 성공하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실현을 위한 좋은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또 철도연결과 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서 동북아 경제협력의 가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베리아 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공급되고, 서울을 출발한 기차가 '철의 실크로드'를 타고 시베리아와 모스크바를 거쳐 파리, 런던에까지 가는 날도 머지않아 오게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학생 여러분,
 
  한국은 동북아 요충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100년전 주변 열강들의 침탈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동북아 질서에 아무런 영향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를 여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준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관문이자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앞선 물류, IT기반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주변 어느 나라도 침략한 일이 없고, 그래서 주변 어느나라부터도 경계의 대상이 아닌 전통적인 평화세력입니다. 식민과 분단,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른 우리 국민의 평화에 대한 열망은 남다릅니다.
 
  남북관계도 화해와 협력의 길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2000년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의 정신이 하나하나 실천되고, 올 가을에는 반세기 넘게 끊어졌던 남북간 철도와 도로도 연결됩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정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
 
  결국 한·러 협력이 중요합니다.
  양국은 냉전시대를 제외하고는 역사적으로 우호친선관계를 지속해온 오랜 친구입니다. 수교한 지 120년, 우리 동포들이 러시아에 이주한 지 140년이나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일제강점기에도 우리의 자주독립을 지원해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경제·문화교류는 물론 두 나라 간에 연간 10만명이 왕래하고 있으며, 이 대학에만 200여명의 한국유학생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두 나라는, 내가 어제 푸틴 대통령과 선언한대로 상호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학생 여러분,
 
  자유롭게 왕래조차 할 수 없었던 불과 십 수년전만 해도 지금의 우리 두 나라 관계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동북아 시대도 결코 희망만은 아닙니다. 여러분과 같이 꿈을 가진 젊은이들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저의 꿈은 꿈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여러분의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저는 동북아의 미래를 지금 여러분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오늘 이 곳에서 여러분을 만난 것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학문적 성취와 모스크바 대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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