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학교비교글은 허용이 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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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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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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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라서 그런지 또 언론이 킹메이커 역할을 슬슬 하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갑자기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톱에 올려놓았는데 이것도 재미있는 것이 이 신문사는 가만보면 남들이 이슈화한 것은 절대로 톱에 올리지 않고 구석에 한줄로 처박아 두는데 뜬금없이 자기만의 소스를 들고나와 까는 것을 보면 나름 매뉴얼이 확립된 듯 하지요.

사설이 길었는데 제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사에 나오는 이화여대의 대응입니다. 이화여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저 좋은 신부감 양성소, 소비문화의 주도자 정도일까요?

이화여대는 실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여성운동의 메카입니다. 여성운동, 소비자운동, 빈민운동, 노동운동등 모든 생활부문에서의 뛰어난 여성활동가를 배출해온 학교구요, 또 유수의 정치, 경제인들의 내조자로서 큰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지요. 그 네트워크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하나의 핵심중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첨부된 기사는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조용하게,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양대세력이 붙었는데, 즉, 국정원과 이화여대라는 여성운동그룹이 붙었는데 국정원이 깨갱했다는 뉴습니다. 정권도 바뀌고 적대적인 환경에서도 자기 밥그릇, 학교의 수장은 지켜냈지요. MBC와 비교해보십시오. 그리고 외부에서 연달아 개혁?총장을 영입해서 온갖 부작용을 낳고있는 카이스트도 비교해보십시오. 한국사회에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절대 내주면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 국정원의 외압을 이겨내는 것이 교수들만으로 가능할까요? 그만큼 국정원에 대응할 만한 실질적 파워를 동원해서 싸워냈다고 봐야합니다.

우리가 카이스트를 보며 좋은 시절 갔다. 쥐꼬리만한 혜택에 비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한다라고 푸념만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입니다. 카이스트가 지향해할 것은 최대, 최고의 이공대학으로서 이공계 리더의 양성이지 국가 산업발전,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학전사, 기술전사의 양성이 아닙니다. 그를 위한 개혁과 변화를 시도하십시오. 그것은 과학기술자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주도가 되어야합니다. 국가주의를 신봉하는 구세대여서는 안됩니다. 외부인 입장이니 혜택문제도 얘기가 되어야할 것입니다 정도로 말하겠습니다.

이화여대가 여성운동에 갖는 위치와 자긍심을 카이스트에서 기대하면 무리일까요? 서울대 공대를 비롯하여 다른 어떤 곳도 카이스트가 갖는 과학기술자의 정체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곳곳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합리적, 이성적 사고능력을 가진 이공인력을 심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야합니다.

더이상 정권, 정치성향에 휘둘리지말고 내부의 목소리를 모아서 긍지있는 과학기술자를 위한 학교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카이스트가 합리성과 진리탐구를 사랑하는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모든 어린 학생들을 위한 보호막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후배들에게 잘못된 선택, 후회할 만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일깨우는 것이 사이엔지에 드나드는 선배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이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또 그런 선택을 원해서 용감하게 한 후배들을 지켜내고 키우는 것도 우리의 역할입니다. 요새 너무 비관론으로만 흐르는 것 같아 약간 다른 분위기의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오래전 어디선가 Radical하다라는 것은 끊임없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읽은 기억이납니다. 과학기술자는 근본적으로 혁명가이고 Radical 분자입니다. 포기하지말고 은근과 끈기를 여성들에게서 배웁시다.

  • 별밤 ()

      이공계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저는 최근 언론의 광범위한 보도와 관심를 목격하고 국민이 카이스트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걸 실감하였습니다. 덩치가 커진만큼 내실을 기해서 세계적인 이공대로 커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으로 카이스트의 분투를 기대합니다.

  • BizEng ()

      과학기술자들의 정체성이 문제 일텐데요, MIT의 Bailyn & Lynch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과학기술자들의 Job 특성상 개개인의 과학기술자 전문가로서의 가치 (Professional Value) 보다는 소속한 조직의 논리와 가치에 더 중점을 둔다고 합니다. 

    따라서, 조직 논리를 대변하는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Professional Value를 중시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자'의 전문적 학회, 단체, 그리고 Job condition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겠죠.

    최소한 여성 쪽은 이런 조직의 논리를 대변하지는 않아왔기 때문에 그나마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참조:
    Characteristic of engineering job are summarized as: Engineering job is subjected to organizational rather than occupational control, and it subscribes more to organizational than to professional values (Bailyn & Lynch, 1983).

  • Hallo ()

      따라서, 조직 논리를 대변하는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Professional Value를 중시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자'의 전문적 학회, 단체, 그리고 Job condition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겠죠.

    정확한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들어 경제나 안보문제이외에도 사대강사업, 광우병, 신종플루, 구제역, 원전안전, 기상예측, 황사등 과학기술에 관련된 문제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과학기술에 대한 몰이해와 합리성의 부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늘고 있는점을 주목해야 하지않을까요?

    결국 현대 정치에서 과학기술의 영역은 점점 커지고 있기에 과학기술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만이 과학기술자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고 또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이 인류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할 겁니다.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과학기술자들은 사실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는 못난 존재들일 뿐이고 싸워서 쟁취한 다른 집단들의 부와 명예를 평생 부러워하며 살 수 밖에 없지요.

    서시님께서 구제역의 재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그것이 엊그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과학기술의 힘이지요. 행정가들은 그냥 관리잘 하고 있으니 잘될거야 희망적으로 덮어버리고 기도하는 것 밖에는 그 이상 능력이 없습니다. 과학기술의 힘과 필요성에 대해서 사회가 처절히 깨닫는 날 그 요청을 부응할 준비를 해나가야할 때입니다.

    참고로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규모에 비해 그에 대한 연구비의 규모는 0.07%에 불과 하답니다. 이렇게 심각하게 왜곡된 자원배분은 앞으로 고쳐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 예진아씨 ()

      과학과 다른 종류의 사회운동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못됩니다.

    여성운동은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최소한 반쪽의 인류에게라도요.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 프로젝트는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성운동을 하자고 개인 모금을 할 수는 있어도 연구자가 직접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서 개인 모금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질병퇴치나 신약개발같은 극히 제한적인 분야가 아니면요.  더 발전된 통계처리방식이라던가 뭐 수학의 특정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모금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기 위해서 모금하는 것보다 관심을 못받을 겁니다.

  • Hallo ()

      단선적 비교는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과학기술자운동만의 해법을 찾아야할 겁니다.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요?

    첫째는 명백해지고 있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무기로 과학기술자들이 좀더 사회의 요직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한다는 것.

    원전이니, 구제역이니, 해킹이니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 과학기술자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투명한 이용을 통해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함을 모토로하는 정당을 만든다고 상상해봅니다. 현존의 소수 지역, 이념정당들만큼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까요? 독일의 녹색당이 자연보호의 중요성이라는 모토이외에 현실적 정책에서는 무식한 수준임에도 현실적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지요. 유럽의 해적당도 그렇습니다. 장기적으로 내각제나 연정위주의 정치로 흐른다면 소수정당으로서의 생존조건은 좋아지게 될겁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이런 쪽을 꿈꾸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자들이 힘과 돈을 가지면 꼭 좋은 머리를 나쁜데 쓸 것이라는 집단무의식도 극복해야할 과제일 겁니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폭넓은 사회현상에 대한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꾸 보여줌으로서 가능합니다.

    둘째는 개인의 행복, 자아실현을 위한 최고의 직업군이 되도록 하는 것.

    과학기술자가 조직,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려면 결국 돈 문제, 안정된 직업문제가 걸립니다. 기술자에게는 기사, 기술사 자격증등의 면허나 창업등이 있을 것이고 연구원라면 물론 교수직역시 안정된 자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연구비 수혜기관인 정부논리에서 자유롭긴 어렵습니다. Innocentive와 같은 지식마켓이 활성화되는 것에서 일말의 희망을 봅니다. 제가 늘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제 지식으로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할 만한 돈을 버는 것이 제 현실적 목표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품위유지비가 없어서 가능한 목표입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의 출발점으로 과학기술의 역할, 중요성을 알고 스스로를 과학기술자로 매김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을 길러내는 학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구요. 카이스트의 진통, 구성원들의 순수함과 과학기술자로서의 인식들을 보면서 저는 희망을 봅니다. 그곳에서 어떤 식으로든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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