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적인 기사는 이제 그만...

글쓴이
임춘택
등록일
2012-01-28 15:42
조회
5,2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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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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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전기차 개발에 참여한 입장에서 몇 자 적죠.

우선 기사제목이 대단히 선정적이군요. '멈춰선... 운행불통". 현명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벌써 기사가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죠.

1. 겨울철 들어서 운행횟수가 급감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용객이 적어서입니다. 2년전에 서울대공원에 최초로 시설할 때 1달간 머물면서 보니까, 겨울철에는 이용객이 거의 없어서 거의 빈 차로 운행을 하거나 운행 간격을 띄엄띄엄 합니다.

배터리 성능은 겨울철에만 문제가 됩니다. 여기에 사용된 리튬이온전지도 화학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영하로 내려가면 충방전 능력이 떨어집니다. 당초 설계시에는 겨울철 혹한기에는 히터를 사용하여 배터리 온도를 높여주고 단열재를 사용하여 보온을 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었는데, 현재 이 부분의 대책이 다소 미흡한 것 같군요. 배터리 용량을 다소 늘려도 이 문제는 해결되는데, 아무튼 기술적 한계로 볼 문제는 아니고, 경제성을 약간 잠식하는 정도의 문제입니다.

2. 경유차와 운행경비가 비슷하다는데, 동의하기 어렵군요. 온라인전기차는 차가 충전도로 위에 올라올 때만 차량을 감지하여 전류를 흘려주게 되어있기 때문에 스위치만 올려도 전기에너지가 (비슷하게) 소모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기사에 보면 마치 온라인전기차의 운행경비가 비싸서 내방객이 적을 때는 경유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 겁니다. 예컨대 추가적인 충전을 신경쓸 필요없이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점일 수도 있죠. 그런데, 당초 서울대공원에 전기차를 도입하려고 했던 이유가 경유차가 내뿜는 매연을 기관차 뒤에 달린 3개 차량의 탑승객들이 마실 수밖에 없어서인데, 다시 이렇게 한다면 '친환경'과 '고객건강'은 물건너가는 것입니다.

3. 2시간 운행 후 재충전하는 문제는 당초 설계시에 각 정류장에 1분 정차하고 출발하면 정차 및 초기 가속시간에 충전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승객이 아주 적은 혹한기에는 20초~40초만 정차하고 출발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설계시에 실제 차량들이 정류장에서 정차하는 시간을 통계를 내서 한 것인데, 운전자들이 당초 설계조건대로 운행을 하든지, 아니면 설계 요구조건을 강화해서 충전용량을 그만큼 키워주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사실 혹한기에는 승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류장에서는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고 2시간 운행 후에 10~20분 충전하는 식으로 운행해도 되죠. 어차피 운전자도 쉬어야하니,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해서 설계하는 것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경제성이 있습니다. 성수기에는 정류장 충전시간이 당초 설계 조건에 부합하게 늘어나게 되니까 별다른 문제가 없죠.

세계 최초로 상용화 시범운행을 하는 무선전기차량인데, '개발 후 시범적용' 단계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결가능한 문제'를, 이 기사는 과장되게 '멈춰서버린 것', '혹한기, 혹서기(기사 주장대로 불통하는지는 검증도 안되었음) 운행 불통'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4. 원 기사에 보면, 원래 시공을 맡았던 (주) OLEV&E가 파산상태이고 새로 맡을 (주) OLEV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는 부분이 있는데, 원 회사는 카이스트 발전재단이 출자한 기술개발 회사 성격이고, 이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동원그룹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새 회사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이관하는 중입니다. 1~2달 안으로 이관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히 이전의 개발전문 회사는 문을 닫아야죠.

온라인전기차는 이제 원천기술개발은 완료단계이고, 상용화를 추진해가면서 추가적인 성능개량과 차세대기술 개발, 현장 중심의 상용화 문제 해결 등에 집중을 할 순서입니다.

마치 황우석사태처럼 근본적으로 뭔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흑막이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쓰는 이런 식의 선동적인 기사나 일부 국회의원의 주장은 이제 막을 내릴 때도 됐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도 이제 힘드네요.
  • 훌륭한과학자가될래요 ()

      고생 많으십니다.. 일부 기자들이 그렇죠 뭐... 기자 면허증이라도 도입하든가 해야지..

  • 아나로그의추억 ()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얼마나 속앓이를 하셨을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경 기사를 검색해보니까, 지방주재기자와 서울에 있는 기자가 이 사안을 바라보는 태도가 정반대입니다.

  • 행운아 ()

      임춘택 교수님
    카이스트 전기자동차는 한국내에서 반대세력이 너무 많네요. 의도적으로 나쁜 기사를 누군가가 리크시킨다고 밖에 볼 수 없네요. ㅎㅎ.
    아무래도 서총장의 이름은 조금 가리시고, 조금 외교에도 신경을 쓰셔야할 듯. 현장의 엔지니어의 사기가 팍팍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네요.

  • sonyi ()

      뭐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부족하더라도.. 계속 밀고 가야 뭐든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건은 행운아님 말씀처럼 약간은 정치적인 냄새도 나긴 하네요. 제가 싫어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의 병폐는 누가 싫으면 그사람이 하는 모든 게 싫다는 거. 설마 그런 정치적인 냄새가 현실은 아니겠죠?

  • 임춘택 ()

      우리가 사회 속에 있는 한 정치를 벗어나서는 한 치도 존재할 수가 없죠.
    다만, 과학기술인들은 그저 '올바른 정치'가 작동하길 기대하면서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싶을 뿐이죠. 하지만, 큰 프로젝트들은 '현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이 과제도 정치적으로 요리되어온지 꽤 되었습니다. 이 점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하는 연구를 아무 간섭도 안 받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죠. 다만, 이 과정에서 공정한 평가와 사실왜곡 없는 보도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입니다. 

  • 서시 ()

      제가 기자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타블로이드나 듣보잡 인터넷 기자들이나 조중동이나, 메이져 방송사 기자나 차이가 없어요.

    좋은 사진, Hot한 이슈꺼리를 만들어보려고 분주한데 알맹이도 없고 그렇다고 정정보도도 없습니다.

    잘못된 보도행태에 대해 법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라야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한 보도를 할텐데...

  • 빨간거미 ()

      이건 순전히 기자들의 자질과 기본 문제입니다.
    과학쪽이든 공학쪽이든 산업쪽이든간데
    이런 기사를 쓰려면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죠.
    그 중에는 관련 당사자를 포함해야 하구요.

    그리고 그런 검증 풀은 평소에 만들어놨어야 하는거구요.

  • 아나로그의추억 ()

      오늘 검색해보니까, 조선일보도 기사(제목: 온라인 전기차가 겨울이 무서운 이유)를 냈습니다.

    <a href=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6/2012012601439.htm target=_blank>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6/2012012601439.htm</a>
    ====

    요즈음 독자들은 자기 밉맛에 맞는 기사만 골라서 읽습니다. 인터넷과 종이신문 독자들의 취향이 크게 다릅니다. 또 신문 기사가 잡지를 닮아갑니다.

    저는 요즈음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를 읽습니다. 또 세명대학 학생들이 펴내는 단비뉴스도 훌륭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쉽게 해설해주는 신문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와이어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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