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칼럼] SW 발전의 원동력 벤처, 왜 국내에서는 힘을 못 쓸까?

글쓴이
바닐라아이스크림
등록일
2012-05-05 10:12
조회
6,550회
추천
2건
댓글
6건
지난 4월 9일, 미국의 페이스북이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인수 당시 전체 직원은 9명 정도라고 한다. 가입자수는 전세계적으로 2,700만 명 정도라고 하며 필자도 앱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기업을 키워서 10억 달러에 팔았으니 창업자로서는 정말 대박이 난 것이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이 성장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기업을 키워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에 IPO를 하는 길이다. 우리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보다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SAP 등은 성장하여 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경우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적당한 성장 단계에서 매각되어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과 IBM, SAP 등의 거대 IT기업들은 수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인수합병하여 오늘날에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간의 인수합병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젊음을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사정은 어떤가?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카카오톡은 이미 가입자수가 4200만 명에 하루 순 방문자 수가 2,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인스타그램을 뛰어넘는 성공 모델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수익모델이 없어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유사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서비스할 궁리만 하고 있다. 1990년대 말 벤처 활황기에 수 많은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 중에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되어 오늘날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나?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는 반대로 차라리 코스닥에 상장을 하는 벤처 기업은 있을지언정 대기업에 높은 가격에 인수합병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미국이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을 고가에 인수하는 이유는 벤처기업이 이룬 성과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그 가치를 인정하기 보다는 자본력을 동원하여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쪽을 선호한다. 결국 벤처기업의 참신함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벤처기업은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고 그 이후 대기업에서는 벤처와 같은 분위기에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어발식으로 확장할 때 벤처기업을 정당한 가격에 인수, 합병하여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을 적극 추진한다면 많은 벤처기업들이 창업될 것이고 그 중에는 정말로 쓸만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생겨날 것이며 이런 벤처기업을 다시 정당한 가격으로 인수한 대기업은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불렸다. 필자도 그 무렵 벤처관련 비즈니스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수 많은 젊은 인재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바랬던 것은 불로소득이 아니었다. 밤을 세가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람을 추구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많은 기업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경영자의 미숙함 또는 부실경영, 머니게임, 그리고 경쟁력 약화로 하나 둘씩 쓰러져 지금은 남아있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 그 중에 하나가 ‘아이러브스쿨’이다. 어떤 이들은 페이스북을 보고 ‘아.. 이거 예전에 아이러브스쿨과 비슷하네?’ 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이 서비스를 대기업이 적당한 단계에서 인수하여 계속 발전시켰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대부분은 초기 성장 단계를 지나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벤처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조직 운영 능력과 경영 능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 시기가 대기업의 인수가 요구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대기업은 자체적인 비용투자 없이 검증된 사업모델을 인수하여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벤처기업은 다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할 수가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그렇게 발전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오라클도 SAP도 페이스북도 그리고 구글도 초창기에는 4~5명이 모여 시작한 기업들이다.

향후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현재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은 다른 후발 국가의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규모의 제조 기업을 새롭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시장환경이 성숙된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지식산업이고 창의적인 산업이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2년도 안된 10명 미만의 기업이 성공신화를 만들고 있다. 성공모델이 있다면 그 수가 비록 적을지라도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자체적인 노력만 강조하지 말고 벤처기업과의 공생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면 어떨까?

  • 스포일러 ()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Claude ()

      대기업의 벤쳐 M&A나 활성화되어야 기업생태계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좋은 이야긴데, SDS 사보에 실린 글이라니 참 아이러니 하군요. 여태까지 저가 하청으로 앵벌이 뛰는 중소기업들 다 작살내놓은게 누군데

  • restory ()

      영웅이 없는 나라
    <a href=http://sangminpark.wordpress.com/2011/09/13/%ec%98%81%ec%9b%85-%ec%97%86%eb%8a%94-%eb%82%98%eb%9d%bc/ target=_blank>http://sangminpark.wordpress.com/2011/09/13/%ec%98%81%ec%9b%85-%ec%97%86%eb%8a%94-%eb%82%98%eb%9d%bc/</a>

    예전에 링크했던 글인데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대기업 재벌들이 하청업체 죽이고 특허 뺏어버리고 불공정 거래 구축한 현 상황을 박살내버리지 않으면 계속 이런 식으로 갈 겁니다.

  • 바닐라아이스크림 ()

      저도 현재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지만, 투자고 나발이고 기대도 안합니다.
    요새 스마트폰 광풍과 SNS열풍으로 창업도 많이하고 투자자들도 많이 나서는 양상입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습니다.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업들이 먼저 인수합병 내지 투자를 해야 옳습니다.
    특히나 컨텐츠를 보유한 기업들, 제조기반이 튼튼한 기업들, 서비스업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요.
    그런데 여전히 기업들은 값싸게 일회성 하청이나 주지, 소프트웨어 투자는 관심이 없어 보여요.
    기껏 인수했단 뉴스를 봐도 진짜 헐값에 인수하곤 하죠.
    그런 낮은 금액으로 인수한 후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 기업이나 아이템을 키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죠.
    투자자들도 여유를 갖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유행이나 구성원의 학벌이나 경력 등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과거부터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투자자가 얼마나 큰 수익을 거두는지 학습이 철저히 됐기에 지금과 같은 벤처투자 문화가 꽤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적으로 미국의 투자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습니다.
    금융자본이든 개인투자든 워낙 단기적인 적은 이익과 안정성을 요구하니까요.

    또한 소프트웨어처럼 젊은이들 위주의 기술중심적인 비지니스는 기성세대들에게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인맥과 영업, 단가싸움에 길들여진 사고로는 소프트웨어 산업 못합니다.
    더구나 OECD 국가 중 경제규모에 걸맞게 근로자를 대우하고 삶의 질에 대해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뭣보다 국내 산업은 거의 대부분 대기업에 종속된 채 단가 후려치기에 근근히 연명하는게 고작이죠.
    제대로 연구 할 수 있는 기업도 얼마 없다는 얘기고, 그런 기업들도 제대로 연구를 하지도 않죠.
    불합리가 지배하는 기업풍토와 결과에 조급한 문화가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의 열풍도 곧 사그러들고 긴 겨울이 찾아올게 뻔합니다.

    근데 이 나라에서 불합리와 불공정이 10년내 사라질까 큰 의문이 듭니다.
    이공계 분야는 세계와 경쟁하는 탓에 철저하고 고집스럽게 합리에 바탕을 둬서 진행을 해야 하는데, 사회여건이 불합리와 불공정에 지배된 상태면 대체 어떻게 제대로 진행을 할 수 있읍니까?
    그래서 여전히 이공계는 IT를 막론하고 고생만 하지 고될 뿐 즐겁지가 않은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 아나로그의추억 ()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통나무 ()

      성균관에 답사를 갔을때
    심산관에 대한 얘기나 삼성서 지어준 건물을 보고
    조선사전공하신분이 유학과에 대한 삼성이 저지른 일을 듣고서
    아 이것밖에 안되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이익외에 다른 자기 정체성들이 없는것 같더군요.
    그래서 살아남았을 수도 있고요.
    골이 볐다, 골이 볐다 성균관을 둘러보고 거기서 배우던 생각들을
    듣고 나서 지금 그 학교에서 돈으로 벌이는 일들을 듣다보니
    그런 생각만이!

목록


펀글토론방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7459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 내용중, 원에 관한 내용 댓글 28 조선인 04-23 11309 0
7458 '세계 7대 수학난제', 국내 과학자가 풀었다 댓글 4 Wentworth 04-20 9597 0
7457 ‘집단우울증’ 부르는 금융권 공포 마케팅 -_-; 04-18 5001 0
7456 조직의 실패를 예방하는 부정의 힘(Negativity) -_-; 04-17 4280 0
7455 이러다간 망한다 -_-; 04-17 4360 0
7454 메킨지 공포마케팅 댓글 1 -_-; 04-17 5033 0
7453 SW 개발자는 결국 그 전문성을 잃을 것이다. 댓글 3 quatro 04-08 12547 0
7452 폐잘라낸 IT개발자 "잃어버린 3100시간 돌려주오" 댓글 6 바닐라아이스크림 04-03 6070 0
7451 미래부 국회 승인 반대, 카이스트-연세대학교 커넥션의 주인공, 최문기 장관 반대 댓글 2 월프 03-29 6494 0
7450 소위 '붉은 멍게' 또는 '빨간 코팅장갑 파편'의 정체에 대하여 가을밤 03-25 5543 0
7449 천안함 사건 3주기, '결정적 증거' 1번 어뢰의 가감없는 실상 가을밤 03-23 5431 0
7448 천안함 스크루 변형 논문 문제에 대한 조선학회장의 설명 댓글 20 가을밤 03-17 6199 0
7447 답변글 천안함 스크루 변형 시뮬레이션 오류 - 해설[1] 가을밤 03-20 5221 0
7446 소규모 집단이 대규모 집단으로 급진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물리학의 상전이 개념을 이용하여 밝혀 댓글 1 cleansugar 03-08 5312 0
7445 KTH 사태 후속보고 : 떠나는 자는 할말이 많다 댓글 1 바닐라아이스크림 03-08 5321 0
7444 `IT 코리아`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바닐라아이스크림 03-04 4822 0
7443 정부 때문에, IT 벤처기업 줄줄이 '부도 위기' 댓글 1 바닐라아이스크림 03-03 4574 0
7442 티맥스소프트 CEO 전격 교체, 족벌경영 체제 완성? 댓글 1 바닐라아이스크림 02-27 5607 0
7441 이원영 제니퍼소프트 대표의 한국 IT개발자 환경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 댓글 1 바닐라아이스크림 02-26 7377 0
7440 미래부 국회 승인 결사 반대. 국회와 야당은 국민들의 목소리 담아야 댓글 1 드렉 02-21 5166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