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과학기술 기반회사2

글쓴이
화학자
등록일
2002-04-13 01:27
조회
5,898회
추천
0건
댓글
4건
    Accelrys는 molecular simulation 관련 패키지 프로그램 개발 및 판매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종류의 시뮬레이션은 유체 시뮬레이션이나 반도체 프로세스 시뮬레이션과는 매우 다릅니다. 가장 다른 것은 이것이 다루는 계가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첫번째로 force field란 것이 있습니다. 원자, 분자, 혹은 그들의 집합체를 시뮬레이션하여 에너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적인 방법과 고전역학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그런데 양자역학을 이용한 계산은 매우 time-consuming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분자들에만 이러한 방법을 이용합니다. 상대적으로 거대분자를(예를 들면 단백질과 같은) 계산하기 위해서는 각 원자를 hard body로, 원자들은 일종의 스프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을 하고 고전역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계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적인 원리가 적용되는 원자에 고전역학적인 방법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특정한 종류의 원자와 원자 사이의 결합에 대한 정보(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원자와 원자 사이의 spring constant)를 얻어야 합니다. 이러한 parameter들을 모아 놓은 것을 force field라고 하지요. 따라서, 주어진 계에 대해 매우 정확한 force field를 가지고 있어야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용매 효과인데, 만약 생체계를 시뮬레이션한다고 가정하면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Drug과 단백질과의 결합은 분자간 결합이기 때문에 원자간 결합보다는 결합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작고 이것은 용매와의 상호작용에 매우 큰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용매 효과를 고려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좀 오래전에는 이러한 용매효과를 일종의 continuous electronic field로 단순화시켰었지만 최근 computing power가 급상승하면서 수백개의 용매분자를 직접 같이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종류의 시뮬레이션들이 거의 모두 pure science 쪽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수행되었습니다. Force field를 만들고, energy minimization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일들이 상당한 화학적, 물리적 배경과 함께 프로그래밍 능력을 함께 요구했기 때문이죠. 물론 이러한 일들은 주로 미국 및 유럽 쪽 학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학계에서 많이 알려진 대가들이(노벨화학상을 받은 Pople 교수가 대표적이죠) 자신이 만든 코드들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계산화학자들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유명한 패키지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 중 몇 개는 회사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고, 최근 나노와 바이오의 붐을 타고 재료의 성질 예측 및 신약 개발시의 물성예측을 위한 툴로서 수익모델을 설정하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기업들의 합병이 있었고, 현재는 major 몇 개만 남아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Accelrys입니다. 중간에 여러 회사를 합병했고, 지금은 한 제약회사의 division으로 인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Accelrys는 'solution'(IBM에서 이런 용어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으로서의 계산 패키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그 툴은 대상계에 대해서 물리/화학, 혹은 생물학적으로 상당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다루는 것도 어렵습니다. 시뮬레이션은 그 특성상 "garvage in, garvage out"이지요. 제대로 시뮬레이션을 수행만한 인력도 많지 않습니다.

  Solution으로 불릴만한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국내시장이 너무 좁고, 또 학계의 인력도 너무 부족합니다. 그리고 경쟁자가 너무 강력합니다. 또한 반도체와 같이 자본을 밀어넣어 성공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구요. 그야말로 기술집약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열역학 계산, 공정 시뮬레이션 패키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 생각에는 미국에서도 당분간은 Accelrys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더구나 이 솔루션이 실제 제품 개발에 일반적으로 도움이 된 예는 많지 않습니다. Accelrys에서 내세우는 몇가지가 다입니다. 이 시장이 성숙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패키지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대행해주는 회사는 가능할 것 같은데, 실제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럼 이만
  • 이공계2 ()

      저는 여기다 쓰면서 더 배우는 것이 많아서 즐겁습니다.^^ 하여간 이런 회사를 만들 힘은 없지만, 화학자님이 말씀하신데로 시뮬레이션 대행 업체도 가능한 소규모 사업이겠군요..  그리고 시뮬레이션은 garbage in, garbage out 이란 말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

  • 포닥 ()

      이런 형태의 솔루션은 대단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발전할 분야입니다. 나노 스케일을 관찰할 수 있는 도구들이 발전하게 되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컴퓨터야 계속 빨라지게 되니까요. 양자역학을 이용한 계산의 발달로 오랜 숙제들이 최근들어서 많이 해결되고 있어요. 이분야는 특히 러시아와 동구 유럽의 과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역시 기초과학의 중요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죠. 엔지니어링이 점점 편리해 질겁니다.

  • 포닥 ()

      이런 도구가 만일 반도체 공정의 감광제 개발이나, 나노 기술에서 연구되는 새로운 litho 기술 재료 개발에 적용된다면, 자본 모집은 쉽게 이루어 질 것입니다. 바이오나 화학쪽은 아직 대규모 자본 투입이 어렵지요. 그러니 그쪽으로 관심을 돌린다면,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 화학자 ()

      Accelrys도 그러한 것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초기의 Bio쪽 편향에서 벗어나 최근엔 solid state material에 대한 양자 계산 쪽으로도 code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 물리과 임지순 교수님이 하시는 그런 계산들을 할 수 있겠지요. 근데 포닥님은 정말 다방면에 대해 많이 아시는 군요. 부럽습니다.

이전
과학기술 기반회사2
다음
과학기술 기반회사


과학기술Q&A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204 [정보] 일본 식육(食肉)가공업계 댓글 2 로켓연구가 08-17 4848 0
203 엔트로피 질문 댓글 11 로켓연구가 08-15 6404 0
202 답변글 [re] 엔트로피 질문 댓글 14 KO 08-16 5558 0
201 답변글 [re] 엔트로피 반론 댓글 12 Simon 08-23 7470 0
200 inverse heat conduction problem? 댓글 1 Les Miserables 08-14 5463 4
199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댓글 2 사색자 08-13 7455 1
198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한때 직장인 08-13 6318 2
197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댓글 3 harry kim 08-17 5769 1
196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전문대생 08-25 5275 0
195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황인태 02-07 5486 1
194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댓글 1 음냐 08-26 7053 0
193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음냐 08-17 6269 1
192 답변글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08-27 6103 2
191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사색자 08-18 7573 0
190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댓글 13 음냐 08-18 8203 1
189 답변글 [re] 유체의 수치해석에 대한 의문 댓글 4 사색자 08-19 6108 0
188 곡면에서의 가속도 헛가리네요. 댓글 3 이지원 08-12 7979 4
187 혹시 intrinsic safety calculation 을 아시는 분? aaa 08-11 5369 1
186 유체의 저항이란? 댓글 12 환비 08-08 10464 1
185 답변글 흠... 맞나 모르겠네요. 댓글 6 환비 08-09 5777 4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