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mable chips

글쓴이
화학자
등록일
2002-05-0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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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건
  현재 nanoelectronics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요. 지금부터 10년에서 15년 정도 후 마이크로칩의 회로 선폭이 원자 몇 개 수준까지 내려가게 되면 현재의 광학적 방법으로는 회로 선폭의 정확도를(precision)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nanoelectronics에 대한 기대를 낳게 했다고들 하더군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 중 하나로 programmable chips(혹은 reconfigurable computer)라는 아이디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특정한 목적에 맞게 디자인된 회로가 아니라, 칩 제조시 내부에 동일한 패턴으로 배열된 논리소자들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서 국부적으로 재배열될 수 있다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주 간단한 소자들을 매우 빽빽하게(나노 수준으로) 배열할 수만 있다면 복잡한 기능은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현재 미국 내 분자전자소자를 연구하는 팀들 거의 모두가 스위칭 분자를(나노튜브 혹은 나노와이어도 포함해서) 이용한 crossbar type의 어레이에 기반한 programmable chip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자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Altera에서도 이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러한 접근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 전공이 전공인만큼 잘 모르겠네요. 전자 쪽 고수님께서 좀 가르쳐 주세요.
  • 포닥 ()

      우선, 그 비관적이라는 전망이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해 보세요. 현재 트랜지스터의 선폭은 0.13 운운 하지만, 실제 물리적인 0.1 보다 작아요. 그리고, 게이트 밑의 산화막의 두께는 20 옹스트롱이하가 논의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SiO2 체인의 크기로 따지면, 3개가 안되는 두께입니다.

  • 포닥 ()

      나노 튜브니 분자 컴퓨터니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 실리콘 기술에서 만큼 나노크기의 물리적인 성질변화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포닥 ()

      제 얘기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어떤의미인지 잘 모르시겠습니다만, 쉽게 말씀드리면, 고체 격자내부의 전자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한 에너지 밴드이론이 나노구조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밴드이론에서 유도되는 전자의 effective mass 니 mobility 니 하는 물리적인 성질들이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게이트 산화막의 두께가 너무 얇아져서, 밴드이론이 제대로 성립하지 못하게 되면, 산화막이 더이상 절연막으로 가정될 수 없으므로, 소자의 물성을 기술하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지금 산업계에서는 그러한 상태--절연막이 아닌 산화막--에서 동작시킬수 있는 회로들을 시험하고, 또 시험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쟁입니다. 그것도 인간의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무시무시한 전쟁이죠.

  • 포닥 ()

      나노 구조로 접어드는 것이 물리학이나 기타 학문에 던지는 충격파는 상상하기 힘든 정도로 대단합니다. 그동안 무한이 반복되는 격자라는 가정으로 단순화 했던 대부분의 이론들이 전부 수정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지요. 외부 에너지를 흡수한 전자가 K shell 에서 전이되어도 상부 쉘에 있는 전자들이 캐스캐이드 되어 자리를 다시 채운다는 가정이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질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공유결합으로 바인딩된 원자들의 수가 적어서, 전자들이 캐스캐이드되는 확률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 포닥 ()

      나노 테클놀로지가 함축하고 있는 파괴력을 먼산의 불로 바라보는 한반도의 상황은 우려되는 수준정도가 아니라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여기에 대응할 기초과학이 이미 괴멸해 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변화에 대응한다는 얘기인지 종잡을 수가 없군요. 지금 나노 테크널러지는 초야에 묻혀있는 수많은 천재들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묻혀있던 수많은 이론들이 다시 빛을 보게될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으며, 또한 무시되었던 많은 선배 과학자들의 이름을 다시 빛나게 할것입니다. 진정 한반도에 희망은 사라져가고 있는가요?

  • 소요유 ()

      저도 가끔 n-body 시뮬레이션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포닥님 설명대로라면 고체는 정말 못말리겠네요.  고체 내부에서 홀이 안쪽궤도에 생긴다?  확실히  우리눈에 현신된 현실은 '간단화된' 이론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 포닥 ()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복도에서 만난 교수와 떠들다가 이런 얘기들을 하며, 같이 계산해보자고 키득거린 내용입니다. 4-5개 안되는 원자들이 나열되어 있고, 고 에너지 입자가 충돌하며 지나가는 경우에 말이죠. K shell 이 비게 된다면, 원자간의 척력의 작용이 빠를까? 상위 쉘의 전자들의 캐스캐이드가 빠를까? 하는 내용입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내용이지만, 증명할 만한 실험증거는 있어요. 인력의 작용으로 원자의 위치가 움직인다면, 무게가 거의 없는 전자나 X-ray 가 나노 디바이스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죠.

  • 화학자 ()

      흠, 포닥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에는 저도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사실 분자나 나노튜브를 통한 소자 구현에 대해서는 아주 피상적인 수준의 연구들만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도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를 하는 미국의 대가급 연구자들은 현재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끝모를 자신감을 내보이더군요. 지난 수년간의 연구성과 때문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단편적인 시스템의 구현만으로 현재 실리콘 반도체를 대신할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는 저도 회의적입니다. 암튼 제가 위 질문에서 궁금한 것은 나노 소자(분자, 혹은 나노튜브에 기반한)가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programmable chip이란 개념이 적용 가능한 것인지 였습니다.

  • 화학자 ()

      질문하는 김에 하나 더 하겠습니다. 제가 저널을 검색하면서 느끼기에는 bio의 경우 물리하시는 분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관련 연구를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Nano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뭐랄까 nano는 아직 principle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 보이거든요? Nano를 과학이라고 해야하나요, 아니면 기술이라고 해야하나요?

  • 포닥 ()

      프로그램머블 칩이란것은 게이트 어레이라고 부르는 제품군이 있습니다. 집적회로제조비가 비싸던 시절에 소량의 특수기능의 칩을 싸게 제조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입니다. 게이트 어레이를 이루어 칩을 만든다음 칩의 외부에서 전기적인 힘으로 프로그램을 주입시키는 방법으로 특정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것이죠. 하지만, 집적회로 제조단가가 싸지고, foundry 사업이 궤도를 잡으면서 사양화되어 가고 있답니다. 결국 설계한 회로를 집적회로로 만들기전에 논리적인 오류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기능정도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슨 얘기인가하면, 현재 실리콘 집적회로 제조 비용이 게이트 어레이를 프로그램하는 것 보다 더 싸졌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아주 현실적이며 또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 포닥 ()

      이제 실리콘 기술은 시스템 온 칩 (SoC) 라는 또다른 쟝르를 열어가려고 합니다. 씨피유, 메모리, 입출력회로를 같은 칩에 한번에 만들어 버린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은 새로운 소재의 디바이스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으로 남을 것입니다. 일부 기능--예를들면, 메모리--는 다른 소재로 싸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SoC 기술이 본격화 되어버리면, 또 다시 실리콘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 포닥 ()

      Nano 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각 대학마다 다양한 형태의 시도가 진행중입니다. 학과간의 협동과정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Nano 에 관한 연구입니다. 현재 미국은 거대한 연구소, 대학등이 연합체의 형태로 Nano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그룸들이 워낙 거대하고 쟁쟁해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나 인원의 규모로 보아, 생각보다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게 되리라 믿습니다. 나노기술에서 주목할 것은, 그 결과물이 아니라,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관리하는 과정, 그리고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협력해 가는 문화입니다. 어쩌면, 우리 민족정서에 부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 포닥 ()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일본의 움직임입니다. 작게 만드는 것에는 자부심이 있는 일본이 나노기술에서 미국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올해부터 미국과 같은 액수의 연구비를 책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은 그래도 아직 썩지 않은 공무원들이 있나봅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 시점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속도에서 뒤쳐지면, 그 간격을 메울 방법이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앞으로의 일년, 일년은 80년대의 10 년에 해당하게 되리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 화학자 ()

      Nano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군요. 현재 우리나라 NRL이나 창의연구단에 지원하는 과제들을 보면 기존 연구 주제에 이름만 나노를 붙인 것들이 보입니다. 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걸러질지는 모르겠지만 참 아쉽네요. 포닥님 말씀대로라면 Nano는 공동연구가 필수적이어야 할텐데, 우리나라 실정에서 가능할 지 모르겠네요. Open-minded가 중요할텐데요. 암튼 이번에도 포닥님께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소요유 ()

      나노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  어쩐면 chaos에 닿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계속 소식 부탁드립니다.

  • 송세령 ()

      chaos라.... 제 머리속 구조같네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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