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기초과학분야에 돈을 투자할 이유가 있나요?

글쓴이
수학사랑
등록일
2005-01-03 00:3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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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건
이런 질문드려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기초과학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는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평소에 궁금했던거라서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연 '국가에서 세금으로 기초과학분야에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곧 투자한 돈 이상의 어떤 경제적 이익을 기대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리고 기초과학분야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기초과학이 발전해야 응용기술력, 내지 산업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헌데, 기초과학분야에서의 새로운 이론이나 발견은 전세계가 공유합니다.
반면 공학분야에서의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은 개발한 개인 내지 회사 혹은 국가만이 소유하죠.
특허권이라는 이름으로요.

가령 예를 들어
뉴턴이 발견한 운동법칙이나 미적분이론은 공학분야에서는 아주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 이론들은 뉴턴이 학계에 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합니다.
반면 뉴턴의 이론을 이용해서 개발한 자동차기술이나 건축기술등은
그 기술을 개발한 국가나 개인 혹은 회사만이 소유하고, 그 기술을 배우거나 이용코자 할 경우에는 대신 돈을 지불해야 하죠.

또,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등가원리(E=mc²)는 전세계 사람들이 아무런 댓가없이 자유롭게 공유합니다.
하지만 그 법칙을 이용한 원자력기술은 그 기술을 개발한 개인이나 회사 혹은 국가만이 이용할수 있고,
다른 사람이 그 기술을 배우고나 이용코자 할경우에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 밖에, 왓슨과 크릭이 발견해낸 DNA이중나선구조역시 수많은 생명공학기술의 기초가 되지만
이중나선구조에 관한 지식은 왓슨과 크릭이 학계에 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전세계가 공유하는 지식이 됩니다.

이러하듯 기초자연과학분야의 새로운 이론이나 발견은
과학자가 학계에 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전 세계가 공유하는 지식이 됩니다.
아무런 경제적 댓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그저 그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을 읽어봄으로써
그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에게는 노벨상같은 학문적 영예와 명예가 따르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기초과학적 지식을 응용한 공학기술은 특허권이라는 산업재산권으로 중무장하여
개발자외에 함부로 이용하지도 또한 배울 수도 없습니다.
이용하거나 배우기 위해선 돈을 지불해야 하지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굳이 국가에서, 정부적 차원에서 기초과학분야에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막말로 얘기해서, 어짜피 기초과학분야의 새로운 발견이나 이론은 어느나라에서 발견하건,
어느나라학자가 발표하건 아무 상관없는게 아닌가요?
자연과학적지식은 국경도 없고, 특허권도 없는 전세계가 공유하는 지식이 되므로,
굳이 그걸 우리나라학자가 해야하고 ,우리나라 대학이 발견해야할 절실한 필요 내지 당위성은 없을테니까요..
  • Simul.lab.J2H ()

      약간 위험한 생각이신거 같다는 선견을 먼제 밝히고 얘기를 풀어가겠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기초과학과 money라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수학사랑님에게 한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모든 기초과학은 발표와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freeware'이고 그 연구결과는 논문 한편만 읽어보면 모든 사람이 다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결과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무리가 없을지요?

     제가 가장 설명하기 편안한 전공 분야에서 예를 들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화학공학 수치해석, 특히 finite element method(FEM)'의 경우, 수학과에서 많은 논문이 나오고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 졌었습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가장먼저 토목, 기계 분야에서 구조해석을 하기위한 하나의 tool로 사용되었고, 이에 부응하여 많은 S/W 회사에서 FEM 관련 tool을 개발했으며 많은 연구실에서 고가의 FEM tool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수학과에서 만들어진 이론을 토목,기계를 비롯한 화공에서 사용하고 있고, 관련 업체에서는 '각 각의 system에 적합한 tool'로써 money를 벌어들이고 있기때문에 수학사랑님의 말처럼 수학과에서 기초과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FEM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라고 비추어 질꺼라 생각합니다.

  • Simul.lab.J2H ()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상황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나온 FEM tool을 이용해서 기존의 system들은 해석이 가능하나 새로운 system에 관해서 FEM tool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그 system에 부합되는 simulation tool을 작성할 수 있을까요? 제가 봤을때는 같은 FEM이론을 이용하지만, 기존의 tool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는 이용자들은 사용하지 못할꺼라 생각됩니다. 특히 FEM이론에서의 난해함 중에 하나인 kinetics의 적용 및 boundary condition의 적용에서는 더욱 더 그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이론을 정확히 공부하고 기존의 tool을 사용하기보다 C/C+ 혹은fortran등을 이용하여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FEM을 연구하게 되면 기존의 tool의 문제점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문제점을 직접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기존의 만들어진 tool로는 해석에 무리가 따르는 경우는 직접 modeling된 수식을 정리하고 프로그램화 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Simul.lab.J2H ()

      만약 위와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과연 기초과학은 연구할 필요가 없는건가요? 새로운 SYSTEM에 적용은 하지 못한체 다른 사람들이 연구된 결과를 토대로 만든 TOOL만 사용하는 것이 옮은것인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예를 든다면, 전통화공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석유정제 및 polymer에 관한 물성data를 가장 많이 연구하는 곳이 미국의 석유회사들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아직까지 가장 기초적인 물성치 연구를 하면서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 공개된 자료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기초적인 물성 data가 없는 상태에서 과연 응용과 그에 따른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최근 가장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인 '자원선점'에 관해서 각종 기사를 참조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그 관련 기사들을 접하게 된다면 종국에는 '기초연구=신물질의 개발 및 발견 = 국력'이라는 문제에 도달 할 수 있을꺼라 생각되는군요.
     

  • 남영우 ()

      남들이 해 놓은 것 가져다가 돈 되는 것이나 하지 왜 돈 못 버는데 투자(혹은 비용을 들이는 것)를 하느냐 라고 한다면,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당장에 돈을 뽑아낼 수 있는 것 외에는 투자를 할 가치가 전혀 없는가?"

    위 본문에 맞게 한 가지 더 추가로 질문할 수도 있겠군요.

    "우리나라에서 투자해서 얻어낸 결과를 세계가 공유하는 것을 비용면에서 손실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가?"

    물론 두 가지의 답은 둘다 아니요 입니다. 특히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이 모두 발전한 곳으로 유학가서 돌아오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자명할 것입니다. 천박한 관점에서 말하자면, 기초과학의 연구조차도 교육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죠.

    이른바, 선진국에서 연구한 논문만을 뽑아서 대충 가공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면, 아마도 정부가 그러한 마인드로 세상을 본다면 이른바 [잉여인간]을 결과적으로 많이 만들어내게 됩니다. 정부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지기반을 서서히 잃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 김영민 ()

      그런논리라면 무엇인가를 생산하는데 관련되지 않은 모든 학문은 투자할 가치가 없어지는 겁니다.
    미술,음악 이딴거 다 없애야합니다.(대중상업예술제외)
    인문학,역사학등등도 다 없애야죠.
    학문은 학문 그자체로 가치를 인정받아야합니다.
    특히 기초과학과 같이 돈을 벌어다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학문에 대해선
    팍팍 밀어줘야죠.

  • JHC ()

      저는 원글의 요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답변하신 분들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제 생각은 모두 정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어떤 자연과학적 연구는 50:50 정도의 가능성으로 언젠가는 실용화와 관련이 될 수 있는 것이 있고, 어떤 연구는 실용적인 면과는 0.1%도 관계가 없을 수가 있습니다.

    나라가 미국처럼 부유하면 무슨 주제라도 그냥 학문 그 자체의 가치를 위해 아니면 밑의 소요유님 글에서처럼 인용된 어느 글귀처럼 인생이 너무 무의미해서 재미로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아직도 개발도상국인 나라에서는 이 부분에 좀더 신중히 접근을 해야됩니다.

    무조건 자연과학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공학과 연계가 되니까 해야된다는 생각은 돈 많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하다고 봅니다. 당장 돈이 될 기술은 아니라도 10-20년 안에는 돈과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는 자연과학에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물론 10-20년이라는 기준은 나라가 잘살아질수록 늘어갈 수 있습니다.

  • 배성원 ()

      이건 돈이 되고 저건 안된다...는 예측을 딱 부러지게 할 수 없으니까 현 시점에서 적당한 부분까지 해 두자는 거 아닐까요? 다 할 수는 물론 없겠죠.
    예가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인문 사회과학에 대한 투자(...이 투자라는 용어는 적절한 용례가 아닌거 같습니다. 어쩌면 '투기'가 더 적절할지 모르는데 워낙 이 단어에 대해 인식이 안좋아서 말이죠)도 사회 발달 정도에 따라 국가사회, 또는 구성원의 내면적 성숙과 제도 정비 등등의 기본이 되는 것이니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맨날 도로깔고 철도 깔고 ... 그런거만 해서는 정말 좋은 사회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사실 어떤 면에선 우리나라에 과학기술 투기보다 더 시급한 것이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투기일 것입니다. 요즘 국회나 정치판 돌아가는 모습, 사회의 큰 사건사고 등을 보면... 구성원의 사회적 성숙도가 국가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지하철에 방화하는 사람들... 몇천원에 살인을 일삼는 사람들, 그냥 이유없이 수십명을 죽인 일도 있었죠?
    우리가 너무 먹고사는 문제에만 천착하는 동안 사회의 갈등과 그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을 너무 무심히 봐온 결과겠지요. 당장 돈 되는 것에만, 그것도 잘 해온 것 같지 않지만, 집착해서는 결국 후에 더 큰 낭패를 불러온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학, 물리, 천문, 사회, 역사 등등... 이런 것들의 가치를 '돈'으로만 보지는 말아야 한다는 또다른 경고 아니겠습니까?

  • 뭘 봐? ()

      공개돼 있다고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허처럼 "아무나 다 따라 할 수 있으니까 공개해놓고 따라하는 후발주자에게 돈 받는" 방법도 있지만, 기초과학의 경우는 "봐도 알 수 없을걸?"의 경향이 큽니다. 그거 봐서 알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기초과학의 투자가 없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인 선택은 "굶기 딱 좋은" 분야로 안 가는 것이므로 봐도 알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면 비싼 돈 내고 외국에 문의하든지 돈을 싸들고 가도 안 가르쳐 줍니다. 중요하니까. 결론부터 말해서 돈이 되기 때문에 투자할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투자에 관심이 있을런지가 문제입니다.

  • 뭘 봐? ()

      좀 더 많이 쓰는 표현으로는 "수입대체효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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