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국가에서 기초과학분야에 돈을 투자할 이유가 있나요?

글쓴이
소요유
등록일
2005-01-03 16:13
조회
6,0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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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건
댓글
2건
*** 댓글이 길어져 답글로 옮깁니다. ***

새해 벽두부터 수학사랑님이 핫 이슈를 올리셨습니다 ^__^

아마 기초과학 혹은 기초학문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경제적 가치 운운하는 경제 가치 지상주의자들을 만나면 스스로 조차 논리적 설득이 안되는 부분일 겁니다.

일단 이 문제는 국가나 사회가 세금을 써서 지원해야할 여러가지 일 중에 '국가나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개인이 각자 하기 어려울뿐더러 돈도 안되는 꼭 필요한 일'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전제로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기초학문에 국가가 세금을 투자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로 우선 모범생적인 '원칙적' 이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유명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와인버거는 그의 '태초의 3분간'이라는 책 말미에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왜 우주 초기에 대하여 연구를 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에서 "꼭두각시 같은 인간의 삶에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하기위하여" 라는 답을 합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와같은 이유를 들어 기초학문의 '필요성'을 설득하려고 하겠지요. 만약 그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면 이런 정도의 설득에 '내가 스스로 직접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남들이 한다면 기꺼이 동의한다'라는 납세자인 개인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문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를 갖습니다. 따라서 사회는 학문에 투자해야 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가치인 경제적 가치를 덜 갖는 학문일수록 어쩔 수 없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유지해야합니다.

이러한 논점은 현대 사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씨가 먹히지 않는 논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두번째, 세번째 이렇게 구구한 논리를 들게 되나 봅니다.


두번째 이유로, 기초과학기술의 경우는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 사회 발전의 근간이 되는 현대 사회, 그리고 미래사회의 모델로 이야기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 '실험실'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수학사랑님이 예로 드신 바와 같이 우리가 안해도 선진국들이 할테니깐 우리는 논문을 보거나 특허를 사거나해서 적당히 해보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많은 관료나 경제 & 경영학자, 국민들이 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학의 이론 중에 과학기술의 기반이되는 지식에 두 가지가 있는데 '명시지'와 '암묵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명시지는 언어나 책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이고, 암묵지는 이렇게 전달하기 어려운 지식입니다.

그래서 첨던 과학기술적 지식이 탄생하는 실험실에서는 논문이나 메모, 매뉴얼등으로 지식이 전달&전파되는 명시지와 이렇게 전달할 수 없이 도제간, 혹은 선후배 동료간 의식, 행위, 분위기로 전달되는 암묵지가 있게 됩니다. 암묵지는 일정한 확산과 피드백, 수련 등을 통하여 명시지로 전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예를 들면, 만약 잘나가는 외국 실험실과 같이 경제적 지원, 장비, 시설을 갖추어 준다고해서 외국의 그 실험실에 필적할 만한 결과를 즉각 얻을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미래사회의 근간이 될것이라고 생각되는 지식기반사회의 승패는 과학기술 실험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특히 기초과학기술 실험실은 지식생산과 저장, 유통,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형성합니다.

아마 이정도 가지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는 않을 겁니다.

참고로 이 암묵지와 명시지를 "발견"하고 설명한 사람이 일본의 한 경영학자였는데 일본 기업을 연구하여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세번째는 좀더 강력한 것으로 논리를 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중 하나가 수학사랑님이 잠시 언급하신 기초과학 발달 --> 응용과학 발달 --> 활용 & 산업화 촉진과 같은 모델을 내세우게 된 겁니다.

이 이론 (모델)이 1960년대 이전 미국에서 생겨났는데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본격적인 냉전 이전이어서 당시에 기초(순수)과학에 투자해야하는가 마는가로 고민많이 했나 봅니다.

1950년 미국의 NSF가 설립되었는데 이것은 '바네가 부시' 가 1945년에 과학과 기술의 구분, 그리고 국가적 과학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하게되어, 외적 간섭없이 과학을 지원하기 위하여 NSF를 만들자고 주장했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위와같이 "기초과학의 발전 --> 응용기술 발전 --> 산업 발전"이라는 1차원 모델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이러한 1차원적인 모델은 전통적인 과학자와 기술자 (기능인)의 이분법적 이해를 바탕으로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이야긴가 하면 (고상한) 과학자는 자연철학자로서 기술에 관심을 갖을 필요없이 과학을 하면되는 것이고, 그로부터 기술은 (하찮은) 기술자가 찾아내는 것으로 이해했답니다.

이러한 1차원적인 모델은 일본의 부상에따라 1980년대 유럽에서 부터 비판을 받게되어 보다 유기적으로 관계되는 모델이 등장하게 됩니다. 현재 주도하고 있는 제 4세대 R&D모델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시장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발전하는 모델입니다.

제 4세대 R&D 모델에 대하여는 회원게시판에 박상욱님이 소개하신적인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과학과 기술 (즉, 경제성)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가장 그럴듯한 모델로 '도날드 톡스'의 모델이 있습니다. 이 톡스 모델은 과학과 경제적 가치를 갖는 기술간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기초과학의 새로운 존재 가치를 주는 톡스모델은 과학과 기술 사이에 목적 지향적 기초과학연구가 들어가는데, 그 방법은 위 1차원 모델에서 기초과학이 응용과학기술에 보다 근접하게 만드는, 다시말하면,

기초과학 ---> 응용과학기술 --> 상업화

에서,

기초과학
|
|
|
|        ------ "목적기초과학"
|                          |
|                          |
|
-------------> 응용과학기술 (-> 상업화)


이런 형태가 됩니다.

그래서 응용성을 갖는기초과학이 생겨나게되는데 이 것이 목적기초과학 (used-inspired basic research) 기초과학과 응용과학기술의 중간적에 위치하게 됩니다.

참고로 기초과학기술연구로 '닐 스 보어의 원자연구'를 들고, 목적기초연구 (과학재단 연구사업과 같은 이름이지요?) 에는 파스퇴르의 연구가 속할 것이고, 순수응용과학기술로는 에디슨의 연구가 이에 속합니다. 
 

  • 소요유 ()

      아 그러고 보니 이와 관련해서 제가 이전에 쓴 글이 있군요. <a href=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암묵지&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846 target=_blank>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암묵지&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846 </a>

    명시지를 이전 글에서는 형식지라고 썼었군요. 형식지가 옳바른 용어입니다.

  • 수학사랑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소요유님은 글 솜씨도 무척이나 뛰어나시군요.
    문,이과에 걸쳐 두루두루 공부하신 것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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