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에필로그 : 범죄의 재구성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09-10-31 20:57
조회
10,2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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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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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추리소설의 결말에는 항상 명탐정들이 (홈즈, 엘러리 퀸, 포와르등) 그동안 있었던 일을 쫘악 정리한다. 이미 긴 글을 통해 이해한 분들도 있겠지만, 나머지 분들을 위해 그동안 그들의 행적을 쭈욱 정리 해보겠다. 물론 내 생각이고, 검증 불가다.


1. 동 기

가장 큰 동기는 아무래도 미국의 통신분야에서의 경쟁력 약화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초까지 만하더라도, 세계 이동 통신분야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럽에 끌려다니고 있었고, 첨단을 달리는 일본과 한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근본 원인중 하나는 주파수 경매에 기반하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이동통신 정책이었다.

구글의 돈 버는 법은 단순하다. 인터넷 광고. 단 한가지 모델뿐이다. 구글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이 판도를 강화시키고, 영원히 이 판도를 깰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구글의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구글 제공 서비스) 를 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의 무선 시장 진입은 당연한 것이다.


2. 공 모

2000년 초 FCC 위원장으로 취임한 Powell은 21세기의 통신 정책에 대한 새 판을 짜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 구글은 주체할 수 만큼 벼락 부자가 되서, 새롭게 돈 벌 곳 (또는 돈 쓸 곳 ) 을 찾고 있었다. 이런 구글에 이런 정부의 움직임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겠지. 아님 첨 판을 짤 때부터 공모를 했을 수도 있겠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 전역에 빈틈없이 무선 네트워크를 깔고, 사용자가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악한 놈들.


3. 작  전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작전의 신호탄은 DTV 전환이었다.

FCC는 예정된 수순대로, 기존 이익집단들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DTV 전환, 700MHz 경매, Open Spectrum, White Space, Net Neutrality 등의 메가톤급 사안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간다.  

한편 구글은 무료 OS를 제공을 위해 Android라는 신생 회사를 구매한 후, Android OS를 무료로 배포하여, 일반인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연다.

마지막 남은 일은 누구나 억세스하고,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4. 이이제이

무엇보다도 이 작전의 백미는 이이제이 (적을 이용해서 적을 친다) 작전이었다.

(1) 가장 강력한 적인 Verizon에게 Open Spectrum을 억지로 떠안긴다.

(2) 채찍 : Net Neutrarity 이슈화로 네트워크 업체들을 (ATT등) 과 애플등 독점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강력히 위협을한다.

(3) 당근 : 한편으로는Economic Stimulus 예산에 슬그머니 통신인프라 예산을 끼워넣어 둔다.

(4) 회유 :채찍(Net Neutrarity) 과 당근 (예산, 안드로이드 폰) 전략 Verizon을 자기편으로 포섭한다.  


5. 자  백

결정적으로 이들의 작전을 자백한 영상을 올리겠다. 원래 치밀한 범죄자들조차도 엉뚱한 곳에서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까...

이 조직의 행동 대장격인 Powell이 2004년 1월 - 이 일이 시작되기 전이다 - , UC San Diego에서 행한 인터뷰이다. 좀 길긴하지만, 영어공부도 할 겸, 그 뒤에 일어난 일들과 매칭시켜보기 바란다.

"Charting the Future of the Telecom Industry"
http://uctv.ucsd.edu/search-details.aspx?showID=8436


6. 마 무 리

이 과정에서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금광시대 (Gold Rush) 이다.

새롭게 오픈한 주파수와 자유로운 네트워크안에서 어떤 새로운 사건이 터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목숨 바쳐 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기존에 짜여진 질서를 완전히 갈아엎어버림으로써, 최소의 투자로 새로운 경제의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는 보너스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자신들의 돈 한푼 안들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 즉 "네트워크 업체의 지배에서 벗어난 전국적인 무선 네크워크" 를 얻었다. 21세기 제갈공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연 내 추리가 사실일까? 사실이든 아니든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확실한 것은 불확실이 극대화 되면서 제 2, 제 3의 구글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 이것은 기분 좋은 Chaos 다.

  • 근군 ()

      좋은 글타래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Wentworth ()

      저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우석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통신시장에 대해 머리가 확 깨이게 되었어요.
    사과전쟁 시리즈는 끝났더라도 다음 시리즈 계속 해주실거죠?^^

  • bozart ()

      원글의 내용을 약간 보완했습니다. 국가의 역할 부분을 좀 더 언급했습니다.

  • 언제나 무한도전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싸이엔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기분 좋은 Chaos는 정말 멋진 말씀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빨간거미 ()

      저희 팀 원들에게 모두 읽게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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