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에서 엿보는 소비제품의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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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한도전
등록일
2009-12-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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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마에 오른 삼성과 애플

삼성과 애플이 비교 대상에 올랐다. 삼성과 애플은 그 성격이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른 기업이라서 뭐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방대하여 내가 다룰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더불어 나는 반도체나 무선기기에 대한 전공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구경꾼으로서 혹은 소비자로서 한 마디를 해야겠다.


2. 반도체의 로드맵

반도체의 발전을 옆에서 지켜 본바에 의하면, 반도체의 로드맵은 무어의 법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더 많은 용량을 더 작은 곳에. 사실 디스플레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더 얇고 전력소모 작으면서 더 크게. 쉽게 말하면 이렇다. 무선 통신도 비슷하리라. 어떻게하면 동일한 혹은 물리적으로 주어진 밴드에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 할 수 있는가?

세부적인 기술로 들어가면 한 없이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로드맵은 혹은 공학의 목표는 그럼에도 비교적 간단하다. 목표 자체가 순수 공학적이라는 말이다.


3. 베틀스타 캘럭티카 - 문제는 사람이야.

베틀스타 캘럭티카 시즌 2 거의 마지막 부분으로 기억한다. 베틀스타 페가수스의 커맨더가 작전 수행도중 사망한다. 이 때 지휘를 맏은 리에게 제독 아마다가 물어본다. 사망한 커맨더를 정직하게 평가해 보라고. 이 때 리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Admiral William Adama: In your opinion, off the record, what was Garner's flaw?
Major Lee Adama: He was used to working with machines. Command is about people.

이 대사는 비단 영화속에 나오는 사령관의 제질만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iphone과 반도체 로드맵의 차이도 비슷하지 않을까? iphone을 처음에 기획하고 생각할 때는 바로 사용자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로드맵의 목표가 순수 공학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순수 공학적이라는 말은 내가 임의로 그 범위를 정했지만, 독자는 대강 그 범위를 파악하리라 믿는다).


4.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 smule 이야기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참 요상한 생명체라는 사실이다. 변화무쌍. 도대체 어떤 것에 환호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는가? iphone app을 만드는 smule이라는 회사를 잠시 살펴보자. 이 회사는 미국 유명 대학의 랩에서 파생되어온 회사인데, 그 연구실의 주제는 음악과 기술, 그리고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악기를 iphone으로 선보였다. 난 생각했다. 도대체 저게 무슨? 안 팔린다에 한 표 던졌다. 그리고 그 회사 제품 I am T-Pain은 금년 최고로 많이 팔린 app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제 콘서트도 했다 (아래 링크 참조). 재미있지 않은가?

http://www.youtube.com/watch?v=ulgiYmBrRog
http://www.youtube.com/watch?v=ADEHmkL3HBg

iphone app을 보면 난 정말 황당한데, 사람들은 재미있어한다. starwars unleashed부터 ibeer까지. 도대체 이런 것들에 사람들이 환호한단 말이지. 임원이 환호하는 거 말고, 소비자가 환호하는거 말이다. 내 마인드셋도 이미 구식이라 안 팔린다에 한 표 던졌으니까.


6. 멍석을 깔아주면 좀 놀아야... mit media lab

그럼 어떻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멍석만 깔아주면 놀지 못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정말. 더불어,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노는 것도 중요하다. 워크샾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서 거금을 들여 산좋고 물좋은 곳에 가서 대낮부터 술을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놀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찌 우습지 않은가?

연구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즐거움이 있어야한다. 특히 그 연구가 인간의 생활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는 큰 주제 아래 생긴 mit media lab은 도발적이지만 선두적이다. 얼마전 media lab의 연구에 대한 TED 강연이 링크 되었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mit media lab 홈페이지에 가서 그 사람들이 어떤 연구들을 하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도대체 저런 연구가 공학연구실에서? 반도체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하리라. 하지만 각 연구실의 연구 내용들을 보면, 혹은 같이 연구하는 기업체들을 보면, iphone 아이디어가 얼마나 오랜시간 연구실에서 상상되었는지 어렵지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잡스가 갑자기 꿈에서 iphone을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런 연구 환경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멍석이 없어도 놀수 있는, 즐길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언제 한 번 길게 써 볼 생각이다).


7. 걸리버 여행기 이야기 - 최적화 - human factor engineering

한 가지 추가하자.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은 무조건 작게, 또는 무조건 크게라고 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 사람이 가지는 근본적인 모습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걸리버 여행기 거인국의 이야기다. 걸리버가 거인국에 도착해서 그곳 여왕이던가 여하간 그곳 여인의 총애를 받아, 그 여인이 평소에는 가슴속에 넣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성 판타지? 글쎄. 걸리버는 대신 엄청나게 큰 땀구멍, 거친 잡초같은 솜털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제품의 로드맵에는 처음부터 사람이 전제되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다. 사람의 손의 크기, 시각의 한계, 질감을 느끼는 감각, 그리고 정서까지. 그 모든 것이 한 분야를 극단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혹은 더 작게), 사람에 맞추어 모든 것이 optimize되어한다는 말이다. 가장 자연스럽게. 그래서 보자르트님의 자연을 모방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하다.

예를 들자. 도대체 옴니아에 3차원 큐브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 human factor에 대한 간단한 지식만 있어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공간에 대한 기억과 지각은 사람에게서 현저하게 떨어진다.

 iphone의 아이콘의 크기는 왜 딱 저 크기일까? 그냥 보기 편해서? 아니다. 그거 다 실험을 하고 얻어지는 결과다. 애플이 처음 맥을 만들때, 프로세싱 시간동안 어떻게 하면 덜 지루할까를 연구하다가 나온 것이 손목시계에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손목시계뿐 아니라, 모래시계 등등 다양한 것들을 테스트했다는 것은 나름 이 바닥에서는 고전적인 이야기다.

이걸 실험하는 사람들이 human factor 엔지니어, 혹은 ergonomic 디자이너, 혹은 usability 테스터 등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게 재미있는 것이 실험을 만들고 나면 사람들이 와서 직접 실험대상이 되어주어야하는데, 한 사람이 24시간 컴퓨터 시뮬레이션 돌리듯이 실험대상이 되어줄 수가 없다. 실험 조건들 무작정 많이 할 수도 없다. 실험 조건이 많아지는 것 자체도 실험 factor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한 사람의 데이터는 소비자 전체에 대한 데이터로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결론은 이 최적화 작업이라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그래서 오랜 시간 노하우가 쌓여야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 인상은 대한민국 윗선에 계시는 분들은 이걸 또 좀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8. 리더십

이제 이런 저런 아이팀들이 아래에서 올라온다. 어떤 것이 좋을까? 어떤 방향으로 할까? 이 부분은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리더십도 필요하고. 각각 실험실에서, 혹은 소규모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올 테니까. 이제 이런 것들을 조율하는 일, 그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이런 리더십도 볼 수가 없었으니...


9. 맺음말.

급한 마음에 두서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썼지만, 사실 간단한 이야기다. 정말 아이폰 같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로드맵도 개발환경도, 신경써야 하는 부분도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꿀벌 ()

      저는 오래전 돌백님 이야기가 자꾸 떠오릅니다. 애플의 제품은 1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이 적당하다는 이야기. 삼성이나 엘지가 잘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모두가 애플이 될 필요는 없겠죠.

  • Wentworth ()

      맥이나 아이팟 등을 만져보면 3D UI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coverflow나 spaces도 2차원적인 개념이죠.  반면 우분투에서는 정사면체 개념으로 spaces를 대신 하고 있는데 보기엔 우와 해도 솔직히 좀 정신없습니다. 아레나폰의 3D UI도 정신 없구요.  기능이 아니라 보여주려고 만든 것 같아 거부감 들더군요.

    한편 애플에서 3D Mac OSX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기사를 본 적 있는데요.  저러한 인터페이스가 적용되려면 근본적으로 입력 장치에서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Ted에서 MIT 인도 박사가 내놓은 장치같이 말이죠.

    <a href=http://www.appleinsider.com/articles/08/12/11/apple_working_on_3d_mac_os_x_user_interface_images.html target=_blank>http://www.appleinsider.com/articles/08/12/11/apple_working_on_3d_mac_os_x_user_interface_images.html</a>

    <a href=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381 target=_blank>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381</a>

  • 언제나 무한도전 ()

      입력장치에 변화는 계속 연구중인 주제입니다. 특히, 입력장치 가운데 어떻게 하면 키보드  (자판) 없이 자유로운 입력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는 거의 이 바닥의 holy grail 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운전 중에 안전에 영향이 적은 방식을 누군가 개발하면 대박이죠. 저는 결국 omnipotent한 입력장치는 없을 것이고, 주어진 환경이나 목적에 맞추어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Wentworth ()

      별거 아니긴 하지만... Tiger에서 2차원 평면 Dock이었던 것이 Leopard로 넘어오면서 입체적으로 모양이 바뀐 것이 앞으로 3D OSX로의 변모를 암시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제 TV에서도 3차원 영상 시대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디스플레이의 변화와 맞추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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