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09-12-22 22:55
조회
6,459회
추천
3건
댓글
5건
0. 이번에는 핸드폰 시장이 PC 시장화되는 외부적 요인, 즉 통신 시장의 변혁에 대해 얘기하겠다. 미리 말하지만, 내 예상은 앞에서 수차에 걸쳐 언급한 구글의 통신 전략이 성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그 시작은 미국이 될 것이며, 한국도 같은 길을 따라갈지는 미지수이다. 이 글을 읽기 전에 "Google Puzzle - 구글 모바일 전략" 을 복습하기 바란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techcritic&page=1&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23


1. 이상한 나라 이야기

통신시장 개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한번 자동차에 비유를 하겠다.

이상한 나라가 있다. 그 나라의 모든 도로는 S사, K사, L사라는 3개의 회사들이 나눠서 소유하고 있다. 사용자가 이동하기 (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 반드시 3개중 하나의 회사를 먼저 선택한 후, 그 회사가 선정한 자동차 중 하나를 '구입'해야 한다.

- 구입한 자동차로는 오직 그 회사의 도로만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사, K사 모두 소나타 모델이 있어도, 상대방 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

- 다른 회사로 옮기면, 나는 갖고 있는 자동차를 버리고, 새로운 회사가 제시하는 차종 중 하나를 새로 구입해야한다.

-  사용자들은 지정된 회사 도로의 사용량 (마일리지)에 따라서 돈을 낸다. 그 이용료는 신기하게도 3개 회사가 비슷하게 비싸다. (무슨 말인지 감 잡으시길...)

- 더 웃기는 얘기는 각 회사가 소유한 도로 중 고속도로는 국민 세금으로 K사가 만들어놓은 것을 임대하여 쓰는 것이다.  

- 이 도로는 오직 '개인 승용차'만 다닐 수 있다. 오토바이, 스쿠터는 물론, 대중 교통 수단 (버스) 도 허용 안된다.

2. 통신 개혁이란?

내가 몇 차에 걸쳐 언급한 구글이 추진하는 통신시장의 빅뱅이 오면 시장이 어떻게 변한다는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버전으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답하면,

"현재 우리가 자동차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즉 내가 사고 싶은 차를 사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가 선택한 길로 가는 것이다. 당신이 차를 몰고 어느 길을 가려는데, 누군가가 붙잡고, "당신은 S사 사용자이니, K사 도로는 사용못한다"고 한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아 한국 얘기 아니라는 말을 빼먹었네. 지금 미국의 FCC와 구글이 보는 통신의 개혁 방향이다.


3. 핸드폰 시장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시장을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잘읽고 복창하라.

"핸드폰의 실질적 구매자는 통신사이다."  

물론 소비자를 위한 광고도 하고, 실제로 소비자가 구매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리점의 판매대에 올라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통신사가 실질적인 구매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특이한 시장 구조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통신사는 사용자가 많아질 수록 이익이 증가한다. 일단 깔아놓은 도로에 차가 10대 다니든 100대 다니든 비용은 증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늘려왔는데,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시장이 성숙했으니 돈을 짜내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어야 한다.

핸드폰 제조사가 통신사의 요구에 맞는 기능들은 추가해 주기만 해주면, 알아서 구매해준다. 즉 제품이 나오기 전에 이미 판매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제조사라는 것이 구매자의 기호만 맞춰주면 되는 거 아닌가. 소비자의 기호? 그딴거 관심없다. 실질적 구매자가 아니니까.


4. 통신 변혁이 되면?

그렇다면 통신사와 핸드폰 제조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소비자가 직접 핸드폰을 선택해서, 마음대로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는 것." 마치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맘대로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게 통신시장의 변화이다. 구글이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래서 무시무시한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통신 시장과 기술의 특수성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고, 정당화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 단말의 첨단성이 사라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막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핸드폰 망으로 Skype이 가능한데, 이걸 통신사는 막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핸드폰도 소비자가 마음 놓고 구매하게 되면, 그동안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하던 기존 폰 메이커들은 엄청난 경쟁 (가격, 디자인, 기능) 의 소용돌이 빠지게 된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자 제품 시장, 이게 바로 PC 시장이다.

지금까지의 특이한 (좋게 말해서) 통신 시장 구조가 왜곡된 개발 구조를 낳게 된다. 이 얘기는 담에 하겠다.
 

  • Wentworth ()

      그럼 '언제쯤' 통신시장이 자동차가 도로를 다니는 것처럼 변화할 수 있을까요?

  • 붙박이 ()

      와...정말 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군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그렇게 되면 아이폰 같은 제품을 담달폰이라 부르면서 기다릴 필요도 없겠고 HTC나 Motorola의 Android폰도 이미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었겠죠. 아이디어 넘치는 벤쳐기업에서 특이한 물건들도 나올 수 있을 것 같고...상상만 해도 좋군요.

    너무 많은 정보가 Google 한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조금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화이팅입니다. ^^

  • 꿀벌 ()

      통신 인프라가 도로나 전력망 같은 SoC같이 정부 주도적으로 깔린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우 bozart님이 말씀하신데로 구글과 버라이존 그리고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져서 가능성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될지는 의문입니다. 이동통신 비즈니스의 지난 10년을 보면 소비자가 폰을 직접 구입해 옮겨다니는 형태(Pre-paid)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 아나로그의추억 ()

      제 수준에 딱 맞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나라 통신정책은 서로 다른 2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우선 통신업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적정한 이윤을 보장한다.
    2. 소비자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 가지 목표를 만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 bozart ()

      Wentworth님
    제가 점장이는 아닙니다. 많은 변수가 있죠. 정치 상황 (오바마 재선), 안드로이드 마켓 쉐어, 캐리어의 조직적인 반발, 새로운 서비스 등장 (MVNO) 등등... 굳이 예상을 해본다면, 미국의 경우 3~5년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록


사용기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312 사과전쟁 (15) ~ 플랫폼 전쟁 댓글 1 bozart 01-06 8153 1
311 답변글 1. 해변의 여인 댓글 5 bozart 01-06 8703 2
310 답변글 8. 에필로그: 그들은 안드로메다로 떠났다... 댓글 4 bozart 01-15 7476 1
309 답변글 2. 애플 태블랫, OS 그리고 AP 댓글 12 bozart 01-07 9573 1
308 답변글 3. 수수께끼 "K" 댓글 5 bozart 01-08 7557 1
307 답변글 4. Q 양이 보내온 청첩장 댓글 9 bozart 01-09 8730 1
306 답변글 5. 로미오와 줄리엣 댓글 6 bozart 01-11 7687 1
305 답변글 6. Architecture Minimalism 댓글 23 bozart 01-13 12500 2
304 답변글 7. 굿바이 Blue Screen ~ 댓글 13 bozart 01-14 11192 0
303 사과전쟁 (14) ~ Dawn of New Era 댓글 4 bozart 12-30 7156 1
302 답변글 1. 프롤로그 ~ How to read bozart? 댓글 2 bozart 12-30 6806 1
301 답변글 2. Welcome to Pandora - 아바타 이야기 댓글 1 bozart 01-01 7956 1
300 답변글 3. 요리의 철인 댓글 2 bozart 01-01 6528 1
299 답변글 4. Device of Decade 댓글 4 bozart 01-03 7934 1
298 답변글 5. Quantum Leap 댓글 11 bozart 01-04 8813 3
297 답변글 6. 넘어가기 전에 한마디 댓글 2 bozart 01-04 6268 4
296 아이리버 스토리(eBook 단말기)에서 논문 보기 오후2시 12-25 9581 0
295 [질문] 6인치 eBook 단말기로 논문 보기 어떤가요? 댓글 4 오후2시 12-24 6613 0
294 Firefox3.5 브라우저쉐어1위(월드와이드기준) 댓글 4 박영록 12-22 7754 0
293 사과전쟁 (13) ~ 쿠오 바디스 모바일이여! 댓글 1 bozart 12-19 7560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