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번 글에서는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기존 질서가 붕괴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내가 특별히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시장에 대한 얘기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1. 요리의 철인

내가 일본에 있을 당시 즐겨보던 "요리의 철인"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시중에 내노라하는 요리사들이 명예를 걸고 요리의 철인들과 겨루는 내용이다. 도전자는 4명의 철인 (일식, 중국, 프랑스, 이태리) 중 한명을 선택해서, 정해진 재료를 이용해 45분동안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키친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은 스포츠 캐스터가 중계 방송한다. "스시 배틀"편을 보자.

http://www.youtube.com/watch?v=Dd4f7hR3F7s

재밌는 것은 다른 모든 출연진을 영어로 더빙하는데, 후까시 잡는 호스트의 목소리만 원어로 나온다. 이 프로가 미국의 food channel에서 Iron Chef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폭팔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는 미국판 요리의 철인이 방영중에 있다.


2. 시식코너

45분동안 요리를 만들고 나면 초대손님들에게 서빙을 하고, 손님들의 평가점수로 승패를 가린다. 손님들은 주로 사회 저명인사들이 나온다. 정치인, 점술사, 연예인 특히 홍일점으로 드레스 입은 여배우들은 빠지지 않는다. 나는 시식/평가 장면을 볼 때마다 난감할 때가 많았다. 평생을 요리에 정진한 당대 고수들의 요리를 감히 평범한 일반인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스시배틀"의 평가장면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2RWmH1ySCDc

이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바친 내 요리를 감히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하지만 이 프로에서는 전력을 바쳐서 싸운 두 요리사들이 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 내가 거북해 하는 것은 이 장면이 항상 "감동적"이라는 사실이다.


3. 소비자 중심

소비자 중심. 이게 정상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

모든 프로페셔날 활동은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현실은 오랜 시간동안 특정한 부분의 시장 질서가 잡히고 나면 소비자들은 봉으로 전락한다. 영리한 기업들은 소비자들은 현혹해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고착화된 질서가 가져오는 폐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미 몸집이 커져버렸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저 이런 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랄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바일 시장이다. 이미 구구절절이 얘기했으므로 더 얘기할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알고 싶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편을 한번더 읽어 보기 바란다.


4. 애플 그리고 구글

화무십일홍이라고, 이제 이런 질서가 파괴 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선두에는 애플과 구글이 있다.

스티브잡스가 오만하다, 최악의 파트너라는 악평을 들으면서도 애플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의 제품은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 자신이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개발을 진두 지휘하는 것이다. 사실 최악의 소비자인 잡스가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잡스의 고약한 취향과 성격이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글은 일반인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최상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 속담처럼, 공짜에는 장사가 없다. 기존의 기업들이 돈을 벌고 있던 영역을 구글이 하나씩 초토화시키고 있는데도, 기존 시장 질서를 장악하고 있는 공룡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 않은가.


5. 결   론

지금 세상은 전환점에 와 있다. 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세계로 환원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기술의 발달, 소비자의 행동 양식의 변화가 있다. 현대 기술의 발달로 매우 빠른 속도, 매우 정확하게 소비자의 기호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 이 얘기는 나중에 자세히 하겠다.

새로운 변화 또다른 기형적인 사회를 낳지 않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고, 관리하란 얘기가 아니다.  

"공정거래" - 정부는 이 한가지 원칙만 지켜주면 된다. 공정거래의 기본 원칙은 "소비자의 이익"이다. 즉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는 어떤 행위도 공정거래의 위반이다. 국가의 규정 하나에 미래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