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고대기술 에밀레종 핀 - 사실이 아닌 듯.

글쓴이
Green
등록일
2010-05-17 16:58
조회
33,8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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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 기술로도 못 만드는(?) 에밀레종 핀
http://scieng.net/zero/view.php?id=sisatoron&no=7044

[스크랩] 에밀레종 종고리에 끼운 쇠막대는 아직도 신라때의 것
http://blog.daum.net/bzinter/3443636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계산해보니, 저 글에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꽤 보입니다.
문제를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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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은 높이가 3.7m, 무게가 22톤이다. 이것을 운반하기 위해 포장을 하니 높이가 5m, 무게가 30톤이 되었다. 이것을 트레일러에 올려놓으니 또 6m가 넘게 되고 트레일러 무게와 합치면 50톤이 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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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로에 돌아다니는 트레일러 가운데 제일 큰 것이 자중=15t,  적래량=25t 짜리입니다.  이 트럭에 살짝 과적했다고 보면, 트럭 15t + 종 30t = 45t 밖에 안 됩니다.  50t 넘는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 당시 트럭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만.


2.
-----------------
22톤의 하중을 견디는지 시험하려면 44톤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종이 바람에 움직일때는 정지했을 때보다 두 배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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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흔들릴 때의 가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속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바람의 힘과 동적 증폭 (Dynamic Amplification)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정해집니다.  동적 증폭은, 종의 고유 주기(Natural Period)와 바람의 주파수 성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동적 하중을 정적하중*2로 가정하는 것은 옛날에 많이 쓰던 방법입니다.  이해할만도 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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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 사실을 안 소불선생은 아침 저녁으로 강괴를 흔들어보았다.
시공자 공영토건 공사장은 6톤을 더 얹었다고 불평하면서 이 시험 자체를 불쾌해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소불선생은 아랑곳없이 틈만 나면 종을 치듯 흔들어보았다.

이레째 되던 날 아침,
경비원이 소불선생을 찾아 뛰어왔다.
종고리가 휘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열흘이 되니 곧 떨어질 것 같아 강괴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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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료가 7일이나 걸려서 휘었다면, Creep을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은 Creep이 거의 안 생기는 재료입니다.  가끔 이론적으로 다룰 때나 Creep을 가정하지, 실제로는 Creep이 없다고 봅니다.
소성변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소성변형이 저렇게 천천히 생긴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쇠막대는 소성변형으로 휘면서도 어느 한도까지는 휨강도가 계속 올라갑니다.  따라서 소성변형이라면 변형이 점점 느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위의 글에 따르면, 6일동안 안 보이던 변형이 갑자기 빨라져서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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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을 걸 쇠막대기도 22톤 하중을 잘 지탱해야 한다. 황실장은 이 쇠막대기는 특수한 강철을 사용하여, 황실장이 지정하는 실력있는 공장에서, 황실장의 지시에 따라 최소한 직경 15cm가 되는 철봉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
에밀레종 머리에 쇠막대를 끼우는 부분은 용틀임을 하는 형상으로 그 용허리에 가로지르게 되어 있는데 이 구멍은 지름이 9cm도 안되는 것이었다.
...
그러던 어느 날 황실장은 "관장님, 그전에 매단 쇠막대기 있습니까?"하고 물어왔다.
소불선생이 창고에서 그것을 꺼내 보여주었더니 황실장은 득의만면하여 " 이것이라면 안전합니다"라는 것이었다.
현대공학의 기술로는 15cm 쇠막대기 이하로는 안되지만 이것은 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옛날 쇠막대기는(그것을 신라시대에 만들었는지 조선시대에 만들었는지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사용해오던 것이니까....
-----------------

막대기의 휨강도
M = Z * Y
M = 휨강도, Force*Length
Z = 단면계수, Length^3,
http://en.wikipedia.org/wiki/Section_modulus
Y = 재료 항복 강도, Force/Area

단면계수(Z)는 L^3입니다.  그러니 9cm,15cm의 Z를 비교하면 (15/9)^3=4.63.  같은 휨강도를 내려면, 옛날 쇠막대기는 현대 강재보다 4.63배 항복강도를 가져야 합니다.  
특수한(?) 강철이라니, 600MPa짜리라고 가정하겠습니다.  (600MPa 짜리는 그리 비싸지 않아서 건설용으로도 꽤 씁니다.)  그러면 옛날 쇠막대는 600*4.63=2780MPa 짜리 쇠가 됩니다.  옛날에 이런 쇠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현재 보통 쓰는 강재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피아노선(파괴강도 2200MPa, 항복강도 2000MPa)보다도 높은 강도입니다.  더구나 강선보다는 강판을 고강도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혹시 만들 수 있어도 취성이 문제가 될 겁니다.  쇠는 강도가 올라갈수록 충격과 피로에 약해집니다.  피아노선을 봐도 늘어나지도 않고 갑자기 끊어집니다.  종을 걸어둔 막대가 갑자기 부러지면 종은 땅에 떨어집니다.  아마 깨질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저런 재료는 안 쓰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5. 처음에 고리를 600MPa짜리 강재로 만들었다고 해도, 휨강도가 필요한 값의 1/4.63=0.216 배밖에 안 됩니다. 이 정도면 걸자마자 휘어져 버릴 겁니다. 원 글에서처럼 며칠이나 걸리지도 않습니다. 처음에 쓴 강재가 일반적인 250MPa짜리였다면, 상황은 더 나빠서 필요한 강도의 0.09배밖에 안 됩니다.


6. 종고리 강도가 충분한지를 몰랐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저 문제는 학부 2학년에서도 쉬운 문제입니다. 필요한 조건만 알면 몇 분 안에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를 다루면서, 이 정도 확인도 안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7. 핀이 아닌 고리가 문제가 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에밀레종 고정부분 사진입니다.
http://cfs2.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NQZGdAZnMy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IvMjg0LmpwZy50aHVtYg==&filename=284.jpg
http://pds16.egloos.com/pds/200908/23/25/e0023325_4a90a3c3b8a4e.jpg
한 눈에 보기에도 핀보다 고리 단면이 훨씬 커보입니다. 더구나 고리는 인장을 받는데, 핀은 휨+전단을 받아서 더 불리합니다. 이 상황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핀이지 고리는 아닙니다.


8. 당장 지금 끼워둔 것도 현대에 만든 핀으로 보입니다.
http://pds16.egloos.com/pds/200908/23/25/e0023325_4a90a3c3b8a4e.jpg
이 사진을 보시면 위쪽 핀에 6각 볼트,너트 머리가 보입니다. 이런 볼트,너트야 현대에 만든 것이겠지요. 머리 크기로 보면 핀 몸통 지름은 아래쪽 핀과 비슷해 보입니다. 아래쪽 핀이 신비의 쇠막대라고 친다면, 위쪽 현대에 만든 핀도 비슷한 크기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


9. 지름 9cm짜리 일반강재로도 에밀레종(22t)을 충분히 받칠 수 있습니다.  링크한 글 내용과는 다릅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6에서 지적한 학부2학년 수준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지름 9cm 원형 단면의 단면계수(Z)는
http://en.wikipedia.org/wiki/Section_modulus
pi*9^3/32= 71.6cm^3

종의 하중은 m(22t)*g(9.8m/s^2) = 216kN
동적 하중이니 2배로 보면 431kN입니다.

http://pds16.egloos.com/pds/200908/23/25/e0023325_4a90a3c3b8a4e.jpg
사진을 보면, 핀이 종을 받치는 순스팬은 핀 지름의 2~2.5배 정도로 보입니다. 조건이 불리하게, 3배=18cm로 보겠습니다.
종의 하중이 순스팬에 균등하게 작용한다고 가정하면
431/18 = 24.0kN/cm

단순보에 등분포하중이 걸릴 때 최대 휨모멘트는
Mmax = w*l^2/8
w=24.0kN/cm
l=18cm
Mmax = 970 kN cm

쇠막대 단면에 생기는 최대 응력은
sigma = M/Z = 970/71.6 = 13.6 kN / cm^2 = 136Mpa

일반용 강재의 항복강도 250MPa와 비교해도 52%밖에 안 됩니다.


9.1
좀 더 불리한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에밀레 종 무게가 핀 중심에 집중하중으로 작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만.) 이 경우에는 300MPa 강재를 쓰면 됩니다.
이 계산은 학부4학년 쯤 될 겁니다.

이 경우
Mmax = P*l/4
P=431kN
l=18cm
Mmax = 1940 kN cm

sigma = M/Z = 1940/71.6 = 27.1 kN / cm^2 = 271Mpa

이 경우에는 250MPa짜리 일반강으로는 탄성한도 안에서 지탱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단면의 전소성 모멘트(Mp)를 생각하면, 재료가 항복하긴 하지만지탱할 수 있습니다.

Mp = Zp * Y
Zp = 소성 단면계수, Length^3
Y = 재료 항복 강도, Force/Area

원형 단면에서
http://en.wikipedia.org/wiki/Section_modulus#Plastic_section_modulus
Zp = d^3/6 = 9^3/6 = 121.5cm^3

Mp = Zp * Y = 121.5*250 = 30375 MPa cm^3 = 3037.5 kN cm

1940/3037.5 = 63.9%
단명의 전소성 모멘트 강도와 비교하면, 작용 모멘트는 64%입니다. 집중하중에 250MPa 강재일 경우에도 역시 에밀레종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항복강도 300MPa짜리 강재를 쓰면 탄성한도 안에서 해결됩니다.

  • tatsache ()

      저는 이 글을 볼 때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으신 분들께 항상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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