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끝까지 날아간 보이저 1호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5-07-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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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행성 탐사를 위해 우주선을 쏘아 올리기 시작한지는 40년이 훨씬 넘는다. 비록 실패했지만 1960년 10월에 러시아(구 소련)에서 발사한 ‘마르스’가 인류 최초로 발사한 행성 탐사선이며, 2년 후인 1962년 8월에 미국에서 발사한 금성 탐사선 마리너 2호는 처음으로 임무 수행에 성공하였다.
그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러시아의 행성 탐사는 주로 지구에서 가까운 금성과 화성에 집중되었는데, 특히 지난 1997년에 탐사선 패스파인더 호가 화성 표면에서 물 흔적을 발견한데 이어서, 현재도 미국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 (Opportunity)가 물과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 화성 표면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러나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목성 이후의 행성들은 탐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목성과 토성 부근까지 보낸 행성 탐사선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중 하나였던 보이저 1호가 목성 탐사 이후로도 우주 항해를 계속하여, 드디어 최근에는 태양계의 끝 자락까지 도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보이저 1호가 발사된 것은 1977년 9월이니, 무려 28년에 걸쳐서 140억km에 달하는 거리를 항해한 셈이다.

최근에 미 항공 우주국의 과학자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태양풍, 즉 태양으로부터 고속으로 방출되는 고 에너지 입자들의 흐름이 수그러드는 ‘말단 충격(Termination shock)’ 지역을 지나서, 태양계와 바깥 우주공간의 경계 지역인 ‘헬리오시스(Heliosheath)'에 도달했다고 한다. 헬리오시스란 ’태양계의 칼집‘이라는 뜻으로,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로부터 태양계를 보호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태양계의 끝 자락이다.

지금껏 이처럼 먼 거리를 여행한 행성 탐사선은 없었는데, 보이저 1호보다 앞서서 1972년 3월에 발사되었던 파이어니어 10호는, 지구로부터 약 122억km를 날아갔던 2003년 1월 이후부터 교신이 끊긴 상태이다. 보이저 1호가 앞으로도 항해를 계속해서 태양계와 우주의 경계선인 태양경계면(Heliopause)을 통과하는 데는 약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플루토늄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보이저 1호의 동력원은 2020년 정도까지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태양계의 끝을 벗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그렇다면, 보이저 1호와 같은 우주 탐사선은 어떻게 해서 그토록 먼 거리를 오랫동안 항해할 수 있을까? 가급적 적은 에너지로 행성에 갈수 있는 비행 방법과 궤도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낸 사람은 독일의 월터 호먼이었다. 그는 1925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하여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궤도와 탐험하려고 하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비행궤도를 만들어 비행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행성의 공전에너지를 이용하여 우주선을 최소의 에너지로 행성에 보낼 수 있는 효과적인 궤도로서 일명 ‘호먼 궤도’라고 불린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화성 탐사선 등은 가급적 호먼 궤도를 지켜왔다. 그러나 우주 탐사선 자체의 추진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탐사선을 목성 외곽으로까지 더욱 멀리 보내려면 호먼 궤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1961년 무렵 캘리포니아 공대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인턴 직원으로 근무하던 대학원생 마이클 미노비치였다. 그는 우주선의 궤도를 잘 설계하여 행성에 접근시키면, 그 행성의 인력에 의하여 끌려 들어가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이후 행성을 스치듯이 지나가면 그 가속력 덕분에 더 먼 거리를 효과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이처럼 행성의 인력을 이용하여 우주선의 새로운 추진력을 얻는 방법을 ‘ 스윙 바이(Swingby)'라고 하는데, 특히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우므로 이런 방법을 적용시키기에 매우 적합하다.

사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는 이른바 '그랜드 투어 계획'이라 불리던 목성 이후의 행성들을 탐사할 목적으로 계획, 제작된 것이었다. 1976년부터 1980년 사이에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거의 일렬로 놓여서 외행성 탐사에 더 없이 좋은 시기로서, 175년 만에 한번씩 찾아오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본격적인 탐사 이전에 ‘스윙 바이’ 방식의 시험을 겸한 외행성 탐사선이 파이어니어 10호와 파이어니어 11호로서 1972년과 1973년에 각각 발사되었는데,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탐사선의 비행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바꾸는 데에 성공하였다.

1977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 역시 물론 스윙 바이 방식으로 먼 거리까지 여행하면서 원래의 임무를 다할 수 있었다. 보이저 1호는 보이저 2호보다 보름 정도 뒤늦게 발사되었지만 지름길을 택한 비행 경로 덕에 앞서서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고 태양계 외곽을 향하여 더 멀리 떠날 수 있었다. 보이저 2호는 이어서 천왕성, 해왕성까지 차례로 탐사를 한 후 역시 태양계 바깥쪽으로 우주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외행성의 새로운 위성들을 발견하고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활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지구로 전송하는 등, 과거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행성과 위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주는 데에 크게 공헌하였다.

보이저 1호에는 혹 외계인과 만날 것에 대비하여 타임캡슐 성격을 지닌 ‘지구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의 디스크를 함께 실려 보냈다. 여기에는 고대의 언어 및 현대 중국의 방언을 포함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의 다양한 정보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각종 음악과 소리, 사진 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지구인 이상의 지적 능력을 지닌 외계 생명체가 이것을 발견하여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지구인과 외계인의 교류가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미약하나마 희망을 가져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글: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이미지 : 보이저 1호 및 항해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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