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조화로운 발전" ...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2-08-14 14:13
조회
3,1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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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 역시 예전에 한겨레신문 과학칼럼(21세기를 여는 열쇠)에 제가 썼던 글이고,
이번에 낸 책(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사이언스북스)에도 나옵니다만...
역시 짧지만 과학기술 정책에 관련된 글이라 여기에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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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21세기를여는열쇠]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조화로운 발전
뉴스제공시각 : 2000/02/28 08:20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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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과학기술이 개발되거나 획기적인 신상품이 발
명되면 그것이 곧바로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리라 기대하기가
쉽다.
물론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상품화 및 대량생산으로 연결시켜
히트상품을 창출한 예도 많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실험실에서는 성공한 신기술, 신상품이 상품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끝내 사장돼버리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또한 설령 상품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상품화기술 및 양산 공정의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간연구소에서 연구개발된 것으로서 최초의 대히트상품으로 꼽힐 만한
나일론의 경우만 해도, 듀퐁사가 나일론 시제품의 발명에 성공한 뒤 230명
의 화학자를 포함한 대규모의 연구개발 인력과 설비를 동원해 수년간 총력
을 기울인 끝에 상품으로 내놓을 수가 있었다.

국내외에서 세계 최초의 획기적 신기술, 신제품이라 떠들썩하게 언론
지상에 보도됐던 것들이, 그 뒤로는 오래도록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지금껏
적지 않게 보아왔다. 물론 발표가 과장된 경우도 있겠으나, 상품화로 가는
길은 실험실에서 발명에 성공하는 일 못지 않게 어려운 고비가 많음을 예
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기초과학기술 및 상품화, 양산기술의 조화와 더불어, 각 부품을 포
함한 여러 기술분야의 균형 있는 발전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사실 기초과학기술과 응용, 상품화 기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나라들
의 예도 많은데, 옛소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학, 이론물리학, 레이저광학 등 옛소련의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었으나, 상품화기술 및 생산기술은 지극히 낙후돼 있었고, 이는
옛소련연방 각국이 아직까지도 경제적 혼란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반대로 우리 나라의 경우를 보면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에 가까운
공정기술, 생산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의 확보는 여전히 취약한 편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으로부터 특허공세에 시달리는 등 과학기술입국의 장래
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은 장기 안목에 따라 각 부문
의 조화로운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이 국가의 백년대계로서 기초과학 및 응용, 생산기술 등의
균형 있는 조화와 상호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려돼야 할 것이다.

최성우(과학평론가)hermes21@nownuri.net

  • 소요유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거시적으로 볼 수있고, 전략을 새울 수 있는 안목있는 과학정책가가 아쉽습니다.

  • 천칠이 ()

      계획경제 체제였던 소련을 상품화 기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국가의 예로 드는 것은 조금 이상하군요. 우리나라를 기초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예로 드는 것도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모두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소련의 경우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전체 시스템,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화의 기간이 짧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이 더 큰 요인이 아닐런지요. 저는 차라리 같은 시장 경제 체제를 가졌고 역사적 이력이 같은 단계에 있는 국가들 중에서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발전이 조화를 이룬 예와 그렇지 못한 예를 찾는 것이 더 적절했으리라 생각됩니다.

  • 최성우 ()

      천칠이님, 관심과 코멘트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적하신 부분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단순히 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두 나라(구소련과 한국)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에 괴리가 생겼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지요.  제도와 사회체제의 문제건, 짧은 산업화 기간의 문제건, 현상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쉬운 예를 든 것이었고,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더 치밀하면서도 거시적인 과학기술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 최성우 ()

      역시 좁은 신문지면에 짧게 쓰려니 오해가 생기는 듯도 하고, 좀 어려움이 있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길게 심층적으로 써 보려고 했는데... 

  • 천칠이 ()

      아, 역시 그랬군요. 왠지 이야기가 쓰신 분의 의도대로 충분히 흘러가지 않은 것은 아닌가 좀 이상했습니다. 납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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