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학원생의 생활(펌)

글쓴이
멍멍이
등록일
2003-10-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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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본인의 철저한 경험담을 통해서 작성된 바,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음. 따라서, 가려서 읽기바람  *그리고 수기성 사실폭로라기보다, 공감형성용 유머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

1. 만성적 피로 증후군에 쌓인다.

-자도 자도 끝없이 밀려오는 피로여~~그렇다고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은 안 온다..
  누워도 "아~낼 그거 준비해야지.. 어흑.. 그건 언제까지 다 읽나.."라는 쓸데없는 잡생각에 양들을 한 마리 두 마리 세다가..어느덧 1000 마리가 넘어갈 때가 많다..

-누군가 그러더라...머리는 피곤한데..육체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가 없어..잠이 안 오는 거라고...
  그래서...나...달밤에 조깅할 때가 많다...밤 12시에...제발 나를 이상한 넘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거기다 술이라도 마신 그 담 날에는 모두 부시시한 머리에 빨간 토끼 눈을 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역쉬~~어제도 밤새워 공부했군..."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끼리는 "자슥..또 술 먹었군..."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로 얼굴에 생기가 돈다...
 
 2. 남들은 공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사실은 공부 더 안 한다..-_-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대학원에 입학하였으나... 그 동안 공부한 걸 생각하면...과연 이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 특히 세부전공이 아닌 시험감독을 들어가면 당황스런 일이 발생한다..
  "선생님...3번 문제 ~~도 쓰는 거예요?"
  (우이씨..그걸 내가 어케 알어?)하는 마음을 가지지만...그냥 상냥한 미소로, "아는 거 다 쓰세요!"라고 말할 때 자괴감을 느낀다...그 넘 점수 안 나와도 나 책임 못져!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시험이란 게 거의 없다시피 한데 간혹 가다 있는 기말 고사가 있는 과목을 시험 볼 때면, 정말 시험공부하기 싫어진다...
  "이제 와서 이 나이에.....ㅜ.ㅜ"
  거기다가..시험감독도 아는 후배가 들어온다는 정보를 얻게 되면...더더우기 하기 싫어진다..
  외워도 외워도 안 외워지는 나의 머리를 탓하며....우씨~ 학부 때는 안 그랬는데.. 라는 한탄만이 나온다...
 
 3. 교수님의 life cycle은 필수적으로 암기하며 생활화한다.

  왜? 그것이 곧 나의 자유시간을 보장해 주므로...

- "그래 오늘 금욜이니까..교수님이 늦게 나오는 날...늦잠 자다 가도 되겠구나.."

- "어? 오늘 사모님 생신이잖아? 일찍 퇴근하시겠군..."하면서 일찍 가방 싸고 나 온다...

- 같이 밥 먹고 나면, 조금 빨리 먹고...빨리 요플레 딸기 맛 사러 간다..왜? 교수님의 습관...
  나도 이제 밥 먹고 요플레 안 먹으면 소화 안 되는 단계까지 왔다..

- 학교에 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다 ->어~~비 시원하게 잘 오는군.. ->교수님 학교 오시고... -> 어? 교수님 우산 없잖아? ->부랴부랴 우산을 하나 구해서 연구실에 비치한다..

  ->잠시 뒤..교수님...우산을 찾으신다.. ->자랑스럽게 떡~하니 우산을 드린다.... ->교수님..흐뭇한 표정을 지으신다... -> "오늘도 한 건 했구나" 라는 자아성취감에 미소를 짓는다...
  (단순한 넘...이런 내 자신이 시로!)
-옛날 "아줌마"라는 드라마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교수 주인공이 와이프를 데리고 자기 어머니 집을 방문하였다.. 거기서.. 가져온 선물을 옮기고 있는데..

  어머니: 기사양반 수고가 많구먼

  기사: (당황)

  교수: 어머님, 조굡니다...

  (울 과에는 그 정도까지는 없어도 다른 데 들으면, 자식 과외까지 시켜주는 조교도 있다는 구먼-_-)
 
 4. 관심 없던 난초재배법 및 청소요령에 관심을 가진다...

-"난초의 사망은 곧 나의 사망이다.."라는 신조로... 열심히 난초를 키운다..

-필수적으로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번, 여름에는 3일에 한번이라는 물주기 요령도 습득하게 된다..

  어쩌다가 말라 죽는 난초가 생기면, 처음에는 두려움에 가슴을 조였지만.. 이제는 아예 화분 채로 갖다 버린다..(완전한 증거인멸-_-V)

-특히 스승의 날이나 특별한 날, 난초 선물하는 인간들이 젤 싫다.... 그거 전부 내가 키워야 되는 거 모르나?

-첨에는 난초 물주면서, 내가 레옹이 된 기분도 들었다.... 그래... 난초와 대화하는 거야...

  이제 마틸다만 있음 되....

  하지만... 레옹은 난초가 하나였다!

  날로 늘어만 가는 난초.. 난초..난초.......이제 난초의 푸른 잎만 봐도 짜증이 팍~팍~난다..
 
 5. 학교 앞 배달 가능한 음식점은 쭉 꿰고 있다....

-이제 학생회관 밥은 지긋지긋하다....학관 밥은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거기다가 교수님과의 식사로 경제적은 여건은 무시한 채 입만 고급이 돼서...웬만한 음식은 안 먹는다....ㅜ.ㅜ
-움직이기 캡 싫어하므로...당연히 시켜먹게 된다...
  따라서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어디가 괜찮은지 쭉 꿰고 있으며...타 과의 대학원생들을 만나면 정보교환도 하게 된다...아~~거기 괜찮아요?
 
 6. 안 해도 있는 척 하는데 익숙하게 된다.

-1학기 때는 많은 article을 무식하게 밤을 세워서 읽었으나.. 학기가 지나면서 요령이 생긴다...
  "제목으로 내용 연상하기"
  "abstarct으로 전체내용 파악하기"
  "하나도 모르면서 팔짱 끼고 고개 끄떡거리기로 신임 얻기" 등 놀라운 필살기를 구사한다....

  수업시간에도 안 읽었어도, 내용을 다 아는 듯한 표정과 어떨 때는 (소 뒷걸음에 쥐 밟은 듯) 날카로운 커멘트를 날려...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당황할 때가 많다..-_-

-그래도 사회에서 바라보는 대학원생은 좀 있어 보이나 보다..

  예를 들어 학부생은 카드발급 안 되도, 대학원생은 된다더라... 참 내~~대학원생 수입이 어디 있다고...

-더 가관은 명함 파서 만들어 다니는 인간들이다....XX대학교 oooo연구실..연구원 홍길동...
  참 내.. 그걸 명함이라고.... 서글플 때가 많다...
 
 7. 돈 안 쓰는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특히, 대학원 문화의 꽃! 제본...
  (제본이라 함은 책을 부분부분 복사해서 한 권으로 만드는 작업)

  웬만한 책은 제본하면 얼마 나오는지 견적이 나온다. 당연히, 어디서 제본을 잘하는지 꿰고 있으며, 어느 집이 껍데기를 멋있게 하는지 알고 있다...

  (심지어 모 원생은 담당교수의 저서를 제본 했다가 교수님에게 맞아 죽을 뻔 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전해온다.)
-담당교수 수업의 제본시, 공짜로 제본한 책을 얻는다.

  그때 복사가계 주인 아저씨랑 흥정이 벌어진다.
  (아저씨~!15권인데 2권 공짜로 해줘요~;한 권은 교수님, 한 권은 내 껏!)

-직접 복사시 가장 빨리 저렴하게 복사를 하게 된다..
  음.. 이 정도면 A4로 확대 135%하면 각이 나오겠군...절대 파지는 없다!

-오늘 과에서 ~~세미나다! 라고 공고하면, 그 세미나의 주제나 발표자가 누군지에 관심을 갖기보다.. 주문 도시락의 내용과 수량에 관심 쓴다...

  세미나 마칠 때를 기다려, 얼쩡거리다가 도시락을 공짜로 먹는다...-_-V

-교수님의 사회적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어디에 자료를 부탁할 때, 협박한다.
  내가 필요한 자료라도.."아~~예~~여기 oo대학교 xx학과 yyy교수님이 연구자료로 급히 필요해서 말이죠.. 이멜로 보내주세요..."

  대부분 그 담 날 내 메일 함에 도착해있다...->엄청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걸리면 나는 죽음이다..-_-)

-교수님 앞으로 오는 각종 공연 및 할인 티켓을 공짜로 얻어 이를 만끽한다..

  이는 물론 교수님과 친밀한 관계가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이를 즐기는 넘들이 꽤 있다.

  내가 아는 넘 중 한 넘은 구내서점이 교직원 10% 할인이라는 점을 알고, 그 뒤 책 살 때마다, 교수님 교직원카드를 빌려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8. 간혹 가다 교수님을 무슨 폭탄 취급하듯 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논문 학기들이 이에 해당한다... 알쥐?-_-

-학기 중인 넘들도 한번의 발표나 실수로 교수님을 피해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위에서 말했듯이 교수님의 life cycle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이 전제된다. 섣불리 잠수 탔다가 대학원사회가 좁은 탓에, 교수님 귀에 들어가서 망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실 조교의 경우, 어디 갔다가...교수님의 차량과 유사한 차량이 지나가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그리고 즉시 차 넘버 확인! 아님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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