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비추어 봅니다...
- 글쓴이
- 대학원
- 등록일
- 2003-08-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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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최근 힘이 드는 상황에,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
며칠 있으면 학기가 개강을 한다.
지방대의 이공계 대학원 공동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말하기도 지겹고, 올해 초 우리 연구실도 신입생을 못 받았다가, 하반기 모집에서 part time 학생을 두 명 받았다.
두 사람 모두 30대 중반의 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한 사람은 석사과정, 한 사람은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사람들이다.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full time으로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part time 학생이 솔직히 실험실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어찌 보면 조교 입장에서는 일만 늘어나는(수강신청이며, 교과서 복사며, 기타 학생증 만드는 일 등등) 것이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러한 part 학생 이야기가 아니라 연구실의 학생으로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과정 중 善과 惡의 기로에서 과연 善을 선택 할 수 잇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나는 이번 학기를 마치고 학위를 받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지난 대학원 이야기 중에도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이 연구실에서 몇 학기, 몇 년 더 잇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뜬구름만 잡는 교수, 학생을 일 부려먹는 인간으로만 취급하는 교수 밑에서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되고...
그런데, 학위를 받고 막상 실험실을 떠나려고 하니, 교수 입장에서는 나를 놔주지 않으려고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서 현재 full time 학생이 석사4학기 1명 뿐으로 올해 그 후배와 내가 졸업을 하면 실험실은 완전히 비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왜 善과 惡의 기로에서 맺어진 결과라는 말일까?
지난 몇 년간 대학원 입학을 앞둔 수 없이 많은 학생들과 meeting을 했다. 나도 나름대로 설득(?)을 해서 실험실로 끌어들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다.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 신망(?)도 좋고, 말빨(?)도 좋은 나를 앞세워 항상 학생들이 오면 “XX 만나서 실험실 이야기 좀 들어봐라...”하며 나에게 학생들을 보내, 설득 좀 해보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곤 했다.
그 뒤, 많은 학생들이 중간에 중도 탈락하면서 나에게 “선배님, 이런 실정을 왜 이야기 해주지 않으셨습니까?” 하며 원망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과정을 끝까지 이수한 후배들은 “교수는 인간도 아니지만, 그래도 선배님 덕분에 과정을 마치고 나갑니다.”라는 고마운 말을 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과정에 남은 학생들에게는 교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으로 학생들 논문지도를 해 주었고, 내 연구에 앞서 후배들 연구를 돌봐 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2002년 가을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가을 신입생 모집에서, 몇몇 학생들이 지원을 해 왔으나, 내가 학생들을 돌봐줄 시간이 이제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들이 지원을 하면, 내가 그 학생들 논문을 봐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연구며 실험이며, 논문지도를 교수에게만 맡겨 두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그 학생에게 차마 지울 수 없는 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내가 이 실험실에 없으면서, 애들을 설득시켜 데려와서야 되겠는가?”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사실대로 다 이야기 해 주었고, 아무도 지원을 안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작년, 올해 실험실 생활은 너무나 힘이 들었고, 내일모레 박사 석사 논문 써야하는 학생들이 온갖 잡일들에 시달리고 있으니...
지금 이 시점에서 내 한 몸 편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설득시켜 입학을 하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실험실에 선량한 학생들을 꼬드겨 들어오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일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 여러분.
자신의 안위와 편안함을 위해서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실험실에 학생들을 꼬드기지는 않습니까?
당당하게 “우리 실험실은 어떠하다.”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해주는 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너 네 들도 느껴보아라... 다 나중에 알게된다...”는 말로 방관하지는 않습니까?
최근 힘이 드는 상황에,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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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학기가 개강을 한다.
지방대의 이공계 대학원 공동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말하기도 지겹고, 올해 초 우리 연구실도 신입생을 못 받았다가, 하반기 모집에서 part time 학생을 두 명 받았다.
두 사람 모두 30대 중반의 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한 사람은 석사과정, 한 사람은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사람들이다.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full time으로 연구를 해 본 사람이라면, part time 학생이 솔직히 실험실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어찌 보면 조교 입장에서는 일만 늘어나는(수강신청이며, 교과서 복사며, 기타 학생증 만드는 일 등등) 것이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이러한 part 학생 이야기가 아니라 연구실의 학생으로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과정 중 善과 惡의 기로에서 과연 善을 선택 할 수 잇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나는 이번 학기를 마치고 학위를 받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지난 대학원 이야기 중에도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이 연구실에서 몇 학기, 몇 년 더 잇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뜬구름만 잡는 교수, 학생을 일 부려먹는 인간으로만 취급하는 교수 밑에서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되고...
그런데, 학위를 받고 막상 실험실을 떠나려고 하니, 교수 입장에서는 나를 놔주지 않으려고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서 현재 full time 학생이 석사4학기 1명 뿐으로 올해 그 후배와 내가 졸업을 하면 실험실은 완전히 비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왜 善과 惡의 기로에서 맺어진 결과라는 말일까?
지난 몇 년간 대학원 입학을 앞둔 수 없이 많은 학생들과 meeting을 했다. 나도 나름대로 설득(?)을 해서 실험실로 끌어들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다. 교수는 학생들 사이에 신망(?)도 좋고, 말빨(?)도 좋은 나를 앞세워 항상 학생들이 오면 “XX 만나서 실험실 이야기 좀 들어봐라...”하며 나에게 학생들을 보내, 설득 좀 해보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곤 했다.
그 뒤, 많은 학생들이 중간에 중도 탈락하면서 나에게 “선배님, 이런 실정을 왜 이야기 해주지 않으셨습니까?” 하며 원망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과정을 끝까지 이수한 후배들은 “교수는 인간도 아니지만, 그래도 선배님 덕분에 과정을 마치고 나갑니다.”라는 고마운 말을 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과정에 남은 학생들에게는 교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으로 학생들 논문지도를 해 주었고, 내 연구에 앞서 후배들 연구를 돌봐 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2002년 가을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가을 신입생 모집에서, 몇몇 학생들이 지원을 해 왔으나, 내가 학생들을 돌봐줄 시간이 이제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들이 지원을 하면, 내가 그 학생들 논문을 봐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연구며 실험이며, 논문지도를 교수에게만 맡겨 두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그 학생에게 차마 지울 수 없는 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즉, “내가 이 실험실에 없으면서, 애들을 설득시켜 데려와서야 되겠는가?”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사실대로 다 이야기 해 주었고, 아무도 지원을 안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작년, 올해 실험실 생활은 너무나 힘이 들었고, 내일모레 박사 석사 논문 써야하는 학생들이 온갖 잡일들에 시달리고 있으니...
지금 이 시점에서 내 한 몸 편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설득시켜 입학을 하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실험실에 선량한 학생들을 꼬드겨 들어오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일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 여러분.
자신의 안위와 편안함을 위해서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실험실에 학생들을 꼬드기지는 않습니까?
당당하게 “우리 실험실은 어떠하다.”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해주는 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너 네 들도 느껴보아라... 다 나중에 알게된다...”는 말로 방관하지는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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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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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얘기해주는게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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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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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1년만 참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랩에 사람이 안 오면 교수는 망하는 거겠죠. 님은 1년만 고생하시고 빨리 빠져나가세요. 그런 자격없는 교수는 망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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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
몇몇 교수들이 학생이 들어오질 않으면 학생을 시켜서 학생을 데려오라고 하지요. 학기초에 학과에서 실험실별 소개를 세미나 형식으로 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나서서 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가지로 문제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위기 안 좋거나 인기없는 실험실의 경우 학생이 후배유치를 위해 동분서주 전전긍긍 하는 경우가 있어요. 모두 교수의 몫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