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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어느 IT 개발자) 피박쓰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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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작성일2002-03-0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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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전형적인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같습니다.

기획자겸 디자이너라는 분의 무능함을 지적하신것 같은데요, 정말 그럴 수도 있지만 당장의 돈 몇백때문에 눈이 멀어서 일부러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말해버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개발 당사자가 피박을 쓰게됐다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현실적인 부당함이나 불합리성을 짚고 넘어가지 못하고 그러한 지경까지 흘러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을 따오는 사람(영업이든 기획이든간에) 입장에서는 계약이 성사되면 모든 것이 완료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입니다. 계약이 진행되는 초기 과정에서 실무 개발자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기간내에 그러한 개발을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라고 말해버리면, 대부분의 윗대가리들은 '너보다 실력있는 개발자 뽑아쓰면 되지'라고 받아치기 일쑤입니다.

개발자는 코딩 실력이나 생산 기술만 갖춘다고해서 실력있는 개발자는 아니라고 봅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갑"이 원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에는 합리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한마디를 들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 개발자는 이러한 수퍼맨적인 능력을 갖추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저또한 원문을 올리신 분과 같은 경험을 여러차례 당해봤습니다. 그러나 개발자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윗선에서 일어나는 정치 상황(?)은 돈이나 정치적으로밖에 풀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제생각에는,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만큼만 최선을 다하고, 불가능한 것은 어쩔 수 없는것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옳고 그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자존심을 지키며 더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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