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인간 복제의 허와 실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6-07-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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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21세기가 생명과학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각종 동물들의 복제도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SF를 비롯한 여러 영화와 소설에서도 제반 생명과학기술 및 이와 연관된 미래의 사회상 등을 주제로 다룬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그동안 생명과학기술의 마지막 금기로 여겨졌던 ‘인간 복제’마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는데, 생명복제, 특히 인간복제를 소재로 한 영화는 꽤 오래전부터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많은 대중들은 지난날 첨단과학기술들이 인류에게 축복 못지않게 적지 않은 해악을 끼쳐온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복제 역시 앞으로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상당한 공포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특정 종교단체 등이 이미 인간복제 실험에 착수해서 성공했다는 믿기 어려운 외신보도 등이 가끔씩 전해지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인간복제에 대한 대중들의 우려와 공포는 상당수의 통속적 SF영화 등에 의해 지나치게 증폭되기도 한다.
즉 이들 중에는 인간복제와 생명과학 등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과학기술 지식을 차용한 것들이 적지 않고 극단적인 관점을 지닌 것들도 많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인간복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혼란을 부채질하고 우려와 공포를 지나치게 부풀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히틀러의 복제, 장기이식용 복제인간의 양성 등 매우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최근의 인간복제 관련 SF물들은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오류가 많고, 대중들의 그릇된 이해와 선입견을 부채질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SF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주제이기도 했던 인간복제, 혹은 생명복제 및 관련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훌륭한 묘사와 더불어 심오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작품들도 여럿 있으므로, 적절히 주의를 하면서 이들을 감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국의 여류 작가 메리 셜리(Mary Shelley)가 1818년에 발표한 괴기소설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SF소설의 원조로도 꼽히는 유명한 작품인데, 생명과학기술의 부정적 측면들이 거론될 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는 주제어이기도 하다. 즉 안전성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식품(GMO)을 속칭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 부르기도 하고, 사람에 의해 탄생하였으나 통제하기 어려운 무서운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이라 통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소설은 1931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영화화된 후, 여러 차례 영화나 TV 드라마 등으로 후속편이 나온바 있는데,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자의 뼈와 시체로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어내지만, 이 괴물이 인간 이상의 큰 힘을 발휘하면서 난동을 일으킨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괴물은 비록 오늘날과 똑같은 복제인간은 아닐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면서 이후의 여러 관련 소설과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괴물이 자신의 끔찍한 모습을 혐오하면서 자신을 탄생시킨 과학자(창조주)를 저주한다든가, 자신에 맞는 짝(배우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면서 과학자의 신부를 살해하는 장면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Leonard Huxley)의 1932년 작인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문명과 과학을 신랄하게 풍자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유명한데, 역시 정확히 인간복제에 대한 소설은 아니지만 인간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태어날 때부터 ‘등급’이 매겨지는 모습 등은 생명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할 미래사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을 듯하다.
1990년대에 소설과 영화로 나와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는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en)의 ‘쥐라기공원(Jurassic Park)’은 호박(琥珀; amber) 속에 든 모기의 화석으로부터 중생대 공룡의 DNA를 추출하여 복제한다는 기발한 착상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공룡 붐을 몰고 온 것에 그치지 않고 고생물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등의 연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바 있고, 실제로 비슷한 방법으로 과학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들도 나온바 있다.
물론 화석으로 보존되어 왔다고는 하지만 오염되거나 변형되지 않는 공룡의 싱싱한 DNA를 구한다든가, 설령 그것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실제 공룡을 바로 복제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과학지식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은 작가답게 과학기술적인 묘사가 무척 세밀하고 뛰어날 뿐만 아니라, 카오스 이론 등을 원용하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시스템에도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하는 등, 첨단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일만한 경고와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고전적인 SF영화로서 영화사상 걸작의 하나로도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또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만한 점들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영화 역시 복제인간, 혹은 인조인간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여기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최근의 생명공학 기법인 체세포 복제 등을 통한 복제인간과는 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인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에서는 복제 혹은 인조인간을 ‘안드로이드(android)’라고도 지칭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우수한 전자두뇌와 인공피부까지 갖추어 외관상 인간과 똑같아 보일 정도로 발달한 로봇을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생물학적인 복제인간이라기 보다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로봇에 가까운 존재로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튼 이 영화에서 인간과 달리 매우 짧은 수명을 지닌 복제인간들은 자신을 탄생시킨 이에게 좀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는가 하면, 수명을 넘기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이들 복제인간들을 찾아서 처단하는 임무를 지닌 일명 ‘블레이드 러너’라 불리는 주인공은 이들과 쫓고 쫓기며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이 영화의 뒷부분은 눈여겨 볼만한데, 시한부 인생인 복제인간이 자신을 탄생시킨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인 회사의 사장을 찾아가 죽이는가 하면, 자신을 죽이려던 요원, 즉 해리슨 포드가 분한 주인공과의 격투 끝에 도리어 그를 살려 준다는 대목이 나온다. 유명한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를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구절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조인간도 인간과 똑같은 관용을 지니고 있거나 인간으로부터 관용의 정신을 배웠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복제인간을 다룬 상당수의 통속적인 SF영화들은 극단이고 끔찍한 상황을 묘사하여 충격을 주기도 하는데, 아이라 레빈(Ira Levin)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로도 나온 ‘브라질에서 온 소년(The boys from Brazil; 1978)’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과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의사로서 인간의 무성 생식의 이론을 터득한 나치 추종자가, 제2, 제3의 히틀러를 탄생시키기 위해 히틀러를 복제한 수많은 소년들을 히틀러의 성장기와 비슷한 가정에 입양시킨다는 음모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일반 대중들에게 인간복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공포를 심어주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지 오래되는 히틀러를 복제한다는 것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겠지만, 설령 히틀러의 복제에 성공한다고 해도 복제인간이 히틀러와 똑같은 인간이 될지는 극히 미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지나친 과장과 오류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히틀러와 같은 위험인물을 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인간복제를 다룬 영화로는 마이클 키튼 주연의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 1996)’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오는 ‘6번째 날(The 6th Day; 2000)’ 등이 있다. ‘멀티플리시티’에서는 주인공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복제인간들에게 직장과 가사일 등을 맡기고 느긋하게 쉬려다가 도리어 복제인간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자신의 의사에 의해 인간을 복제한 이 영화와는 달리, ‘6번째 날’에서는 평범한 가장이 자신도 모르게 탄생한 복제인간 때문에 여러 음모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인간을 복제하는 과정이 다소 섬뜩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 생명과학기술에 따른 생명복제의 과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으며, 특히 컴퓨터나 디스켓을 복사하는 것처럼 사람의 기억마저 그대로 복제한다는 내용 등은 무리가 많다고 하겠다.

인간복제를 다룬 가장 최근에 개봉된 영화로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아일랜드(The Island; 2005)'를 들 수 있다. 비록 논문조작으로 판명나기는 했지만 이른바 ’황우석 효과‘로 인하여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는, 돈 많은 부자들에게 여벌의 장기를 공급할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관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화려한 액션 신에 비해 과학적인 성찰은 상당히 부족한 편인데, 위에서 언급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복제인간에 대해 잘못된 선입감을 심어줄 수 있는 잘못된 부분들이 많다. 특히 붕어빵을 찍어내듯 처음부터 복제대상인 모체와 똑같은 성인으로 태어난다는 점, 모체의 기억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부분 등은 마찬가지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복제인간보다는 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몸담고 있는 인공자궁의 모습이 훨씬 그럴듯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꼭 복제인간에만 이용되지 않더라도 인공자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시할만하다. 또한 인간복제를 포함한 제반 생명과학기술이 향후 과연 가난한 사람들에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을지, 부자들만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서 앞으로 격차와 불평등이 더 커지지 않을지 시사한 대목은 곰곰이 생각해볼만하다 하겠다.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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