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다이슨 - 계속해서 실패하라

글쓴이
avaritia
등록일
2012-05-20 13:21
조회
14,9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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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다이슨 지음/ 박수찬 옮김, 미래사


'다이슨'을 처음 안 것은 2005년 영국 유학생 시절이다. Popular Science 지(미국 잡지이지만,,,)에 소개된 다이슨의 신제품에 눈길을 빼앗긴 차에, 기술을 강조한, 그러면서도 시크한 광고를 보게 되었고, 곧이어 동네 가전 양판점에서 실물을 보고 반해버렸다. 마침 월셋집을 옮기며 '방과 마루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카펫이 깔린 영국식 플랫에 들어가게 되었고,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있던지라 카펫먼지, 털, 그리고 진드기 걱정에 강력한 진공청소기가 필요했던 차에, 유학생 신분으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거금을 지불하고 다이슨 청소기를 구입했다.(당시 특판가로 한국돈 35만원 정도에 업어왔는데, 귀국 후에 국내 백화점에 막 입점한 다이슨을 보니 최소 80만원은 줘야 살 수 있었다. 득템!)

다이슨 아저씨는 영국 제조업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사람으로 국민적 스타였고, 당당한 청소기 구매자!로서 그리고 싸이엔지 회원으로서 그의 기술과 제조업에 대한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이슨의 이야기가 한국에도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다이슨은 94년부터 자체브랜드 청소기 (전량 영국내에서 생산된다)를 팔아왔고 시장점유율 1위의 대중제품이지만 '외국 가전사의 무덤'인 국내에는 근래에야 럭셔리 가전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2009년 다이슨이 내 놓은 '에어 멀티플라이어' 날개없는 선풍기는 국내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뒤늦게 국내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다이슨 인터뷰에 나섰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당시 다이슨을 인터뷰한 기자가 다이슨 이야기에 매료된 나머지 영국에서 오래 전에 출간된 그의 자서전을 번역해 낸 '신상' 책이다.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오랜만에 이 게시판에 책소개를 올리게 만든 책이다. 다른 말은 필요 없다. 꼭 읽으시라.
10년 전 싸이엔지를 시작하며 외쳤던 여러가지 목소리들이 다이슨의 목소리로, 그의 일생이 투영되어 녹아들어 있다. 제조업과 연구개발의 중요성, 금융, 광고, 마케팅의 공허함, 영국의 몰락 등이 그것이다. 읽으면서 "거러췌!!"를 연발하게 만드는 책이다. 초강추다.  

발명과 특허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도 권한다. 다이슨이 '산전수전' 겪어 온 라이센싱 협상과 계약, 특허권 분쟁 등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여러 지명과 유통업체 이름들이 등장하며 (그것들의 특징을 대충 알기에) 더 자주 키득거릴 수 있었다. 영국의 '깔리는 책(대형 체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밀기 위해 입구 근처 가판에 수백권 쌓는 책.. 주로 유명인의 폭로성 자서전들이며 엄청나게 대중적인 취향이다)'이었던 원서는 훨씬 더 재기발랄하고 신랄했을 것 같은데 비즈니스맨 독자들을 의식한('영국의 스티브 잡스' 식으로 포장해서 책을 팔기 위해서) 역자와 출판사가 경영전략서처럼 점잖게 톤을 낮춘 것은 다소 아쉽다. 제법 두껍지만 금새 읽힌다. 국내판에서 다이슨의 거듭된 실패와 궁극적인 성공을 셀링포인트로 잡아 자기계발서 포지셔닝까지 노린 것 같은데, 이 책의 메인 메시지는 그게 아니다.

연구개발과 제조업의 중요성, 엔지니어의 위상 찾기, 멀티플레이어 엔지니어 되기, 기술이 중심이라는 것, 덧붙여 디자인과 공학은 하나라는 것.

다이슨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면 영국은 부흥할 것이오, 한국이 이런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흘러간 팝송에 집착하듯 '영국처럼 금융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영국만큼의 부자가 되기도 전에 고꾸라질 것이다. 영국병에 대한 다이슨의 일갈은 한국에 대한 사전경고이기도 하다.

  • 임춘택 ()

      하나 사 봐야겠군요.
    책 읽다보면, 영국서 살던 그때 생각이 좀 날까 모르겠네요.

  • makeme ()

      추천 감사합니다
    꼭 읽어봐야겠네요

  • mhk ()

      책의 일부 구절입니다. "나는 똑똑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대신 끈질기고자 했다"

  • ecks ()

      이글 보고 바로 샀습니다.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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