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를 목표로 의과대학 진학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글쓴이
박범석
등록일
2003-01-23 14:00
조회
7,8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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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건


  안녕하세요. 요 밑에 공대진학에 관한 글을 올린 의대생입니다. 여기 게시판에 많은 분들이
  공대 진학을 머뭇거리시거나 하는 이유로 의대,치대,한의대와의 비교를 많이 드시더군요.
  저 또한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울대 자연과학부를 포기하고 인제대의대에 진학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조그만 분식점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집의 장남이
  었던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반은 그런 기대와 반은 의식적으로 슈바이처박사의 전기를 서점에서 고르는 뻔뻔함으로
  의대에 입학하고나서 참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의학이라는 학문에 매료되어 늘 도서관
  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는가 하면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무작정 의대에 들어와
  철학서적을 들고다니던 친구도, 시체사진을 모으고 잔혹한?영화를 즐겨보던 괴짜친구도 있었고
  저처럼 현실에 꿈과 야망을 거세하고 순응한 친구도 여럿 보였습니다. 그중 오수끝에 의대에 입
  학한 이형은 자기 자신이 심장병을 앓고 있고, 어머님이 지체장애인이었던 환경을 딛고 흉부외과
  전문의를 꿈으로 늘 강의실 앞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두껍고 난해한 의학교과서보다 저는 이들
  과 같이한 골학과 해부학 실습,지루한 강의시간....을 통해서 '의사'는 어떤 직업이어야 하는가
  더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의학공부가 분명 어려웠지만 저의 인내심으로 버텨낼 자신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의사가 될 수 있는가?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의학도 의과학입니다. 살인적인 단순암기는 기본이고
  화학과 물리 기계공학적인 공부도 필요했습니다. 과고를 나온 저에게 의과대학에 적응하는건 시간
  의 문제로 보였습니다. 유급당하지 않고 졸업시험을 통과하고 국시에 합격하면 의사면허가 주어집
  니다. 그리고 인턴을 거쳐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제가 입학하기 전 생각
  하던 '의사'의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의사'는 그런 과정을 무사히 통과
  했다고 해서 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의대에 입학하고 나면 크게 두 색깔의 학생들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신성한 의무감을 가지고
  있거나 꿈구고 있는 학생들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실에 밝고 이해가 빠른 학생들입니다.
  저는 이 두 색깔사이의 중간색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카멜레온이 된 자신만 발견할 뿐이었습니다.
  사회의 한쪽에선 생명과 윤리와 탄생과 죽음...작은인간이지만 신의 영역의 벼랑끝에서 고군분투
  하는 의사의 모습을,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고급승용차와 멋진 집 아부와 명예..화려한 드라마의
  성공한 주인공으로의 모습인 의사. 실제로도 의사는 양극단의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저는 제가 입학 후 생각하는 의사가 될 자신도 없고 입학전 생각하는 의사가
  될 자신은 더더욱 없기에 중간에 가던길을 되돌아갈 참입니다. 여기 혹시 드라마속의 화려한 의사
  가 될 마음으로 TV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 공학의 길을 주저하거나 되돌아갈 분이 계시다면 제가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 프방 ()

      좋은 내용이긴 한데, 제목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군요 ^^; "입학 전에 생각했던 의사"는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직업"이었던 것 같은데, "입학 후 생각하는 의사"는 어떤 것인지 잘 나와 있지 않네요... 대부분의 공대생에게 "입학 전에 생각하던 과학자/엔지니어의 모습"은 진리탐구, 신기술개발이지만, "입학 후 생각하는 과학자/엔지니어의 모습"은 낮은 연봉, 과도한 근무, 짧은 수명, 연구와 관련없는 잡무, 불안정한 직장... 부와 명예와 권력 어느 하나도 가지기 힘든 초라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적어도 부와 명예는 가지는 직업으로 보이는데... 조그만 분식집을 하는 집의 장남으로서 왜 공대를 택하셔야 했는지 자세히 써 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에는 그것이 나와있지 않네요..

  • song ()

      아래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공대 졸업후 나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24+4년+군복무=? 그 나이에 갈곳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선택의 폭이 대단히 좁아지게 됩니다. 어떨때는 가고 싶은 연구소나 기업체에 나이제한 때문에 갈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벤처 창업해서 독립한다면 모를까~...

  • song ()

      이런 나이제한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비가 있는지요?

  • zenith ()

      "...자신이 생각하는 의사가 될 자신이 없엇 중간에 가던길을 되돌아간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용기있는 판단이고 어떻게 보면 용기없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먼저 의사를 포기하고 어떤길을 갈지..그길은 잘 해처나갈수 있을지 잘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더군다다 그길이 이공계의 길이라면... 현실적으로 더 어려울것 같군요.. 그런데.. 님과같은 나름대로의 양심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의사가된다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 해가되진 않겠네요.. 맘 먹기에 따라 사회에 공헌할수도 있을거구요.. 자신이 지금 가고있는 길에 좀더 긍정적으로 용기를 내어거 가는 것이 어떨가 생각해 봅니다. 저도 이공계인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과 부조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와서 다른길을 갈 생각은 없습니다.

  • zenith ()

      그저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지요..^^

  • 배성원 ()

      저도 차라리 박범석님 같은 사람이 의사가 돼어야 한다는 쪽에다 걸고 싶군요.

  • 배성원 ()

      요즘 의대 입학하면서 슈바이쩌 전기 사서 한번이라도 읽어 보는 사람 몇이나 될까요?

  • 노을보기 ()

      히포크라스 선서 하면서 선서 내용을 다 외우고 있는 의사는 몇명이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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