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나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는데...나이가...(많은 조언 꼭 좀 부탁드려요...ㅡㅡ;)

글쓴이
인생무상
등록일
2003-04-1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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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생생활 연구소에서 학습유형 검사를 받았습니다..

행동형, 규범형, 탐구형, 이상형 이렇게 네 종류가 있는데 저는 '탐구형'이 나왔습니다.

상담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이런 유형은 흔치 않은 유형이라고, 좀 선천적인게 있다고'

탐구형 학생들은 지식 탐구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고, 늘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무엇이든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언하고자 하는 욕구와 규칙과 원리 들을 많이 알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답니다. 자신이 문제를 풀다가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면 참지 못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문제에 몰두한답니다. 이들은 대개 혼자서 공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 관심만 추구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때로는 아무리 중요한 과목일지라도 관심 없는 과목은 소홀히 하여 낙제 점수를 받기도 한답니다. 탐구형 학생들은 사교적이지 못해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해 종종 본의 아니게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한답니다. 이들은 토론 방식의 수업을 선호하며, 인문사회나 어문학 계열의 과목보다는 컴퓨터나 기초과학과 같은 비교적 추상적인 과목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의문이 많고,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며 지식을 추구하고 주제에 맞는 토론을 원하고 , 비판적, 논쟁적, 감정표현을 안하고, 원리나 개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논리와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하구요...
개념이 명확하게 제시된 뒤 현실속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매우 뛰어나다고 합니다...

돌아보니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다양한 응용보다는 원리나 개념을 명확하게 아는 것을 더 선호했구요 말도 간단 명료하게 핵심을 찔러서 말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근원을 알아가는 방식을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무언가를 열심히 할려고는 하는데 잘 안되는' 부분이 나타났습니다. 상담 선생님도 좀 놀래시더군요,.." 탐구형에 '고군분투형'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탐구형은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데...뭐가 잘 안되나요? " 솔직하게 대답 했습니다..전공 공부를 하면서 그런 게 많이 나타난다고...다시 선생님이 물으셨습니다. '전공이 자기하고 잘 맞나요?' 제 성격이나 스타일에는 맞다고 생각되는데 내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무언가 나하고 안맞는 부분이 많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습니다...상담 선생님께서는 '탐구형 중에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이런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검사가 다 끝나고 생각해 봤습니다..공부를 하던 중에 문득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역시 내 공부 방법은 개념과 원리 중심적이야' 개념을 분석하고 원리를 제시하는 것들이 나에게 굉장히 잘 맞는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생각을 해보니 '이런부분들 때문에 역시 나하고 엔지니어 하고는 조화가 안돼'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첫째, 저는 꾸미거나 만드는 일을 싫어합니다. EE학생임에도 남들 다하는 웹디자인이나 홈페이지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원리나 개념을 추구하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목은 잘 쳐다보지도 않는 제 유형 탓이었습니다. 웹디자인이나 홈피 만드는 기술은 원리나 개념보다는 응용이나 다양한 스킬이 많이 요구되기에 저에게는 귀찮기 짝이 없었습니다.

두번째, EE출신이라면 컴퓨터조립이나 그에 관련된 많은 것들을 습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부담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기계나 시스템 장비를 만지는 걸 좋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것이 익히기만 하면 매우 단순한 것임을 앎에도 늘 저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원리나 개념을 찾아내는 것은 좋아했지만 기술이나 스킬을 익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싫어했던 저를 떠올려 봅니다.
공대 대학원 실험실을 바라보며 동경하기 보다는 답답하고 무언가 막혀있다는 생각이 들은적도 많았습니다.

만드는 걸 싫어하고, 고치거나 꾸미는 것도 별로 안좋아 하고, 전공공부도 개념과 예제만 대충 이해한 뒤에 연습문제 푸는 것도 무지 싫어합니다. 늘 솔루션을 보면서 문제를 이해하곤 했죠...지금도 조금만 문제가 복잡해지면 의욕을 상실합니다...

처음에는 '원래 공대 공부가 어려워서 그렇지'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제가 가진 것들이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공대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저의 논리적인 사고가 이공계통을 공부하는데는 잘 맞을 거 같아서, 성격이 내성적이라 문과 계열보다는 이과 계열이 제가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더 적합할 거 같아서, 또 문과에 가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그러한 것들이 그냥 공대에 남게 된 이유들이었습니다. BK21한다고 지원을 많이 해준 것도 있었구요..

하지만 나에게 붙여진 '엔지니어'라는 이름이 긍지나 보람보다는 자꾸만 부담과 낯설음, 자신감 위축으로만으로 다가오는 이 현실 속에서, 암 생각없이 그냥 공부하다 보면 지방 국립대니 중간은 가겠지만 저같은 '탐구형'에게 잘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이공계 학생들 지원해 준다고 하지만 저같이 전공에 자부심도 없고 잘할 자신도 없고, 마음에 부담으로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힘이 드는 군요...

그래서 정말 맘같으면 그만두고 싶지만...막상 그만 둘걸 생각하니 너무 두렵네요..

제 나이가 26입니다. 수능을 다시 본다고 해도 졸업하면 31살이네요..늦은 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게 젤 무섭네요...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이 되어있지 않네요...제 체질상 공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그만두면 무얼 해야 할지도 막막하구요...
저는 정치나 경제, 언론문제등에 많은 호기심이 있는데 그런 분야를 살릴 직장이 있을지도 의문이구요...과학계통에 대한 분야 보다는 사회나 철학같은 문과계통의 분야에 대한 '탐구'나 '관심'능력이 훨씬 높습니다.

그래서 공대에서 학부는 마칠까 생각 했지만 공대 학부를 마치게 되면 '엔지니어'라는 꼬리표를 갖고 일생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기계나 전자제품에 대한 열정이 별로 없는 저로써는 학부 졸업후에 달게 될 '엔지니어'라는 꼬리표가 부담으로만 느껴집니다. 차라리 '선생님'이나 '인문학자'가 편하겠네요...ㅡㅡ;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한 2년만 젊었어도 당장 때려 치우는 건데...나이가 많은 부담이 되네요.
취업 걱정도 되구요...아무리 이공계가 적성에 안맞아도 취업은 그럭저럭 되니깐...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이공인'이라는 꼬리표를 단다는 건 부담처럼 느껴집니다..
특별히 잘하는게 없는, 아니 남의 뒤꽁무니나 따라다니기 바쁜  어중이 떠중이 엔지니어가 될거 같아서 말이죠...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어떤 인생길을 가야 할지...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울고만 싶어집니다..



  • 가이버 ()

      저랑 동갑이시네여.. 군대는 다녀오셨는지.. 뭐 글 잘쓰시는 걸로 보아선 인문학자도 잘 하실듯 ^^;  저도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공대 사람들중에 정말 타고난 소수 빼고는 전공이 적성에 딱맞는 사람 없다고 하네요.. 다 버티기라고 하던데요.. 살아남은 사람들이 4학년 되는거라고 미국에서 유학중인 친구가 그러더군여 ^^;

  • 인생무상 ()

      그럼 어떻게 할까요...그렇게 버텨서 나아게 돌아오는 유익이 무엇일지...조금의 유익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에 부담만 느껴지고 희망도 안보이네요..

  • 쯧쯧 ()

      내 주위에 가장 친한 친구랑 똑같네... 좀 힘들겠소.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라오...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오... 주변인은 어드바이스만 해주는 것이고 강요도 할 수도 있지만 선택은 자신의 몫이오. 자기자신의 판단에 후회가 없으면 그것으로 밀어 부치시오. 군대 갔다 왔으면 그 군인정신으로 끝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밀어부치시오. 안 그럼 30대와서도 존나 후회할 것이오.

  • 최성우 ()

      음, 정 나이가 좀 들어서 자신의 적성이 현 전공과 다른 것이라고 확신하신다면... 그래도 일단 학부는 마친 후에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공대 학부를 마쳤다고 해서 평생 '엔지니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 이후에 어떤 길을 가느냐는 본인의 선택과 역량에 달린 것이지요...  졸업 후 다른 전공으로 대학원을 진학하신다든가, 편입, 혹은 다른 분야로의 (언론계, 금융계 등) 진출을 노려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됩니다...

  • 익명좋아 ()

      선배들 조언은 따지고 보면 '돈 있으면 빵사먹어'식이에요. 후배들이 뭔가 물어보면 열심히 뭔가 도움되는 말을 해준다고 하는데, 후배들의 눈빛에 '너나 잘해'하는 것 같더군요. 후 후,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누가 누구에게 조언을 해주겠습니까?

  • 익명좋아 ()

      쯧쯧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자기 만족을 찾고, 그것이 다른 사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 긍정이 ()

      26살이면 제 생각으론 오히려 젊은 나이라 보입니다. 제 선배는 박사학위까지 다 받고선 한다는 말이.. 아무래도 이쪽은 나와 전공이 맞지 않는거 같아~ 였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고 학부 졸업이면 취업을 해도 영업부, 구매부, 기획실등등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즉 별로 안 중요하다는 말이죠. 우리 사회에서는 대졸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무시하는거 아닙니다. 오해금지)

  • 긍정이 ()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시고 외국어를 잘하신다면 그것을 살려서 취업을 하시던지, 경영학도 잘 맞으시는거 같은데 경영학 대학원에 진학하셔서 공학적인 지식과 경영학을 살려보시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 긍정이 ()

      기운내세요, 제가 보기엔 아직 너무나도 나이가 어립니다. ^^

  • 전기쟁 ()

      어떤넘이 학습유형을 맹글었는지?  젊은이는 그런 걸 철처히 무시하면 좋소 보다 열심히 사노라면 자기가 잘 할 수있는게, 그리고 돈되는 게 나이가 들면 슬슬 보이기 보이기 시작 할 거요 귀하의 글을 보면 사려성이 뛰어나 어느 분야에도 잘 적응을 할 것 같소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40세 이전에 자기가 평생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면 늧지 않소 대학4년! 거것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살다보면 알게 될 게요 귀하의 자라온 주변 환경을 잘 보면 자신의 사회적 가정적인 밑천이 무엇인가 알 게 될 게요 그리고 26 말띠이면 이것 저것 열심히 하면 귀하가 나아갈 길이 보일 게요 부디 열심히 사십시오   

  • 닭의비행 ()

      늦은 리플이라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상담원에게 말리셨습니다. 진짜로 전공이 안맞으실 수도 있지만 지금 증상(?)과는 별 연관 관계가 없을 겁니다. "너 이렇지?"하면 다들 정말 그런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거든요.

  • 닭의비행 ()

      안맞는 걸 견디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다른 분야로 갔을 때도 싫어하는 부분이 반드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수학책을 펴면 미적분 하기가 싫고, 코딩은 디버깅이 짜증나고, 언론을 하자니 정보수집이 자신없고, 역사를 보자니 한자가 싫습니다. 확실한 갈길을 찾기 전에는 학부를 일단 마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지 없이 돈안되는 과를 가거나 하면 지금보다 훨씬 깊은 고민의 늪에서 헤메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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