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성과급' 반대한다.

글쓴이
박상욱
등록일
2002-03-05 11:51
조회
4,664회
추천
4건
댓글
7건
자료실에 있는 과기부 연두보고 자료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이 방안으로 '사회진출 시기를 고려한, 학업기간을
인정하는 초봉' 도 아니고 '현실화된 연봉'도 아닌, "성과급제의 확대"가
제시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성과급을 화끈하게 올려서 연구의욕이 불타도록
하겠으며, 우수 연구원은 국가연구원으로 지정하여 정년과 연구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랩에서 연구다운 연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이 책상에서
제안서와 보고서만 읽은 사람다운 생각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성과의
경중과 개인차를 계량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성과급이 있다 하더라도 "바로 돈이 되는 경우"
즉 신약개발이나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였을 경우에 주로 그 적용범위가
한정되었다. 그렇다면 그 신약을 만들 수 있는 기초기술, 기반 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사람이나, 그것이 새로 합성되어 약효가 있음을
확인하는 데 기여한 분석과학자, 임상실험자는 무시되어도 좋은가?

그뿐아니다. 우리나라의 미성숙한 연구개발 시스템과 전근대적인 군대식
조직개념에서는, 거액의 성과급 이래봐야 "서열급"이나 "등수급"이 되기
십상이다. '서열급'이란 연구개발팀의 담당 임원, 그 팀의 팀장, 많이 나가
봐야 부팀장 이정도까지만 혜택을 받는, 무슨 피라미드 사기같은 성과급의
폐단을 뜻한다. 실제 그 연구 작업을 수행한 평연구원이 연구개발의 주역으로
당당히 소개되곤 하는 외국의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등수급' 이란
연구원들을 기준조차 모호한 인사고과 평점으로 등수를 매겨 '1등부터 몇등
까지 얼마 지급' 이런 식으로 마치 중학생 우등상 주듯이 성과급을 주는
폐단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연구의 질이나 큰 그림보다는 단순히 인사고과
를 따기 위한 액션이 풍부한 사람들이 성과급을 차지하게 될 확률이 높다.
마치 BK21 사업이 그러한 몸살을 앓듯, SCI 저널에 조각논문을 남발하고
언론플레이, 쓸데없는 특허출원등 연구개발의 내실보다는 외양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성과급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성과급이 진정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에 효과를 갖기 위해선, 서열급이나 등수급이 아닌 "성과에 의한
성과급"이 되어야만 한다. 기초학문이나 다른 이의 연구를 서포트하는 분야
의 성과를 반영하고, 실제 가장 큰 기여를 한 연구원을 위주로, 조직내의
서열에 관계 없이 적용하여야 하며, 성과를 계량화하여 등수를 매기거나
그 성과가 얼마의 매출액으로 연결될 것이냐와 무관하게 연구의 가치를 가지고
성과급을 정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은 필수적이며 그것이 연구개발 분야라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정당한 경쟁이 성립하는 것은 항상 정당한 룰이
있는 경우이다. '내가' 열심히 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그것이
사기 진작욕 성과급이 될지, 사기 저하용 성과급이 될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방안을 알량한 성과급 운운으로 무마하려는
상황 인식을 개탄하며, 실질적인 방안을 내어 놓으라고 촉구하는 바이다. 

  • 관전평 ()

      '사회진출 시기를 고려한, 학업기간을 인정하는 초봉' 은 좀 심하네요.  학벌없는 사회, 능력껏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자면 박사건 뭐건 능력껏 대우받는 게 맞는 주장이 아닌가요?

  • 관전평 ()

      "성과를 계량화하여 등수를 매기거나 그 성과가 얼마의 매출액으로 연결될 것이냐와 무관하게"라면 성과급을 줄 필요가 없죠.  "연구의 가치"만 가지고 성과급을 준다는 것도 좀 황당!

  • 관전평 ()

      다른 사람이 받는 성과급에 사기가 저하되는 분이 있겠죠.  세상은 공평한 곳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성과급은 원래 그런 당근과 채찍으로 자본가들이 사용하는 수단이지요.

  • 박상욱 ()

      그러면 항상 final product 를 만드는 사람만 성과급을 받아야하나요? 박사건 뭐건 능력껏의 능력이란 대체 뭡니까? 학업기간동안 능력을 키운게 아니면 그냥 놀았단 말인지요?

  • 관전평 ()

      박사라고 다 인정해줄 필요는 없지요.  미국은 박사라도 인터뷰결과에 따라서 연봉이 1-3만불 왔다갔다합니다.

  • 관전평 ()

      박사기 때문에 연봉을 더 받거나, 학위기간중 돈을 못벌었기때문에 돈을 더 받아야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관전평 ()

      학위기간동안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본인의 가치를 그만큼 높였느냐가 중요하죠.  다만, 사회제도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끔 되어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 시스템을 고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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